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 - 내가 겪은 6.25 전쟁
김원일 외 글, 박도 사진편집 / 눈빛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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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금강산 및 개성 관광, 그리고 개성공단 등의 사업으로 서로 협력해왔던 남과 북. 그러나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통일을 위한 머나먼 과정에 접어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금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마음을 닫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전쟁인가. 아니면 서로 상관하지 말고 각자 알아서 살자는 것일까. 공생이 아니면 무관심. 협력이 아니면 적. 결국 또 다시 흑백논리가 판을 친다. 지겨운 인생이다.


얼마 전 평소 제정신이 아님을 심심치 않게 과시해왔던 보수 논객 한 분이 문근영을 빨갱이라고 비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분에게 평소 별다른 것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내가 짜증난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솔직한 마음으로는 하찮은 이의 말 한마디가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인지, 대서특필한 언론들의 작태였다. 심심한가?

언론들은 언제나 돈 되는 것, 그리고 섹시한 사건들에만 관심을 보인다. 어쩔 수 없는 언론의 속성이라 변명하지만, 그렇다면 언론들이 그렇게 비난하고 비꼬는 정치권 역시 어쩔 수 없는 인간들이기에, 언론은 닥치고 있어야 한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나갔다.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은 말 그대로 한국전쟁을 기록한 사진자료들을 담은 책이다. 전쟁의 발발부터 휴전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참혹한 비극이 그대로 담겨있다. 어느 사진하나 그대로 넘길 수 없는 것들이었다.

중요한 것은 전쟁의 참혹함뿐이 아닐 것이다. 세상 어느 전쟁이 참혹하지 않을 것인가. 문제는 그러한 전쟁을 일으키는 집단들을 제어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처럼 어리석은 결정을 하지 않도록, 그리고 광기에 휩싸여 살육을 반복하는 야만적 본성을 버리도록 하는 일이다.


과거, 전쟁은 이데올로기를 앞에 내세웠다. 그리고 거기에 숭고함을 덧칠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숭고함이나 위대함은 남아있지 않다. 이젠 뻔뻔하게도 돈과 석유를 위해 살육함을 숨기지 않는다.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타자를 무참히 살육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시대이다. 무한경쟁이란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가. 하지만 무한경쟁은 불가능하다. 공멸일 뿐이다.


한국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가 더욱 많은 지금이다. 이제 이들이 한반도를 이끌어 가리라. 하지만 어리석음은 멈추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모습을 본다면 우리는 평화보다는 전쟁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위험하고 불안한 모습이다.

한국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은 아직도 쓰라리게 유효하다. 그 유효함을 진정한 유용함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죽은 이들은 말이 없지만, 그들의 죽음 자체가 남긴 말을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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