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비밀 - 문예중앙산문선
송재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자유롭게 쓴 글을 흔히 산문이라 한다. 하지만 산문 역시 완전한 자유로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물론 완전한 자유라는 것이 존재하느냐 묻는다면 그 역시 대답하기 어렵다.

수필, 에세이 등의 글을 그다지 많이 읽지 못했고, 문학적 소양 역시 쌓지 못한 나이기에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뛰어난 글을 쓸 수 있는 재능은 없다 하더라도 아름답고 깊이 있는 글을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은 기르려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송재학의 산문집을 말 그대로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나름 힘썼다.

송재학의 글에는 자연에 대한 끝없는 찬탄과 사랑, 그리고 시간과 인연에 대한 여유와 혹은 아쉬움이 드러난다.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인간이 시간에 흐름에 따라 점차 늙어가는 것, 그리고 결국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 저자는 자연스럽게 수긍한다. 하지만 길고 긴 시간 동안 만들어 놓은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초라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그러한 어쩔 수 없음을 사랑하고, 그 와중에 일어나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그게 송재학의 산문을 읽으며 느낀 점이다.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저자 역시 사물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높다. 하찮은 것이 인간 말고 무엇이 있을까마는 그는 말 그대로 세상에 모든 것을 하찮게 보지 않고 있다. 그의 미덕이다. 일견 당연한 듯 하지만 이러한 당연함마저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찾아야 하는 시대에 그의 사소한 사랑은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재능 없음을 괴로워했다. 그리고 절망하려 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절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 더한 고통으로 절망을 극복하라고 다그쳤다. 그렇게 그는 삶을 살아왔다.

책은 아름다운 사진들과 글이 적절히 어울리고 있다. 시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고통, 집념 그리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글들은 화려하고도 담백하다. 지나친 화려함이 아니고, 궁상맞은 담백함이 아니기에 읽기 편했다.

송재학의 산문집을 다 읽고 난 후 권정생 선생님의 산문집『우리들의 하느님』을 읽고 있다. 두 사람의 살아온 과정이 같이 않고, 분야 역시 다르지만.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맞이하며 살아간 점에서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다른 것 역시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인데…. 권정생 선생님의 책을 불온도서라 못 박은 국방부가 다시 한 번 하찮게 느껴진다.

세상에 글을 아름답게, 혹은 눈물겹게 쓰는 이들은 참 많다. 딱 그만큼만 세상이 살 만해졌으면 바랄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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