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지구를 어떻게 망쳤나
에르베 캄프 지음, 진민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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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땅 위에 살아가고 있다.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땅 위에서 다양한 생명체들과 더불어 호흡하고 있다. 지구라는 별에서 말이다.

하지만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채 몇 백 년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인류는 진보와 발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지구를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까지 더럽혔다. 이제 지구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잃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들을 한없이 따뜻하게 품어주었던 지구가 더 이상 인류의 파괴에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기 직전까지 이른 상황. 하지만 공멸이 빤히 보이는데도 그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모든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지만 정작 그러한 파국을 만든 인간들은 이를 알면서도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환경전문기자인 저자는 이러한 지구의 파국을 초래한 인간의 잘못, 그 중에서도 소수의 특권층이 저지르는 어이없는 모습들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 어떤 가치에 앞서 일단 우리가 계속해서 이 땅위에서 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중세 시대의 귀족은 착취만을 일삼는 세습 계급이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초월자의 중요성을 세우고자 했고, 이는 고딕 양식 성당들이 그 웅장함과 함께 증명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마르크스가 혁명 계급이라고 지칭한 19세기 부르주아들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착취했지만, 적어도 사회를 발전시키려는 의지와 인본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아울러 저자는 냉전 시대의 지도자들마저도 전체주의적 모델에 맞서 민주주의적 자유를 지키려고 시도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소련 붕괴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오늘날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자축하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모든 권력과 세력을 가진 자들은 어떤 대안도 있을 수 없으며 불평등은 운명일 뿐 그 어떤 변화도 불가능하다는 가짜 현실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이 자칭 현실주의는 불길할 뿐만 아니라 눈까지 멀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불의의 폭발적인 위력을 보지 못하고, 물질적인 부의 증가로 발생한 생물권의 파괴도 보지 못한다. 이 파괴는 결국 인류의 삶의 조건을 망치고 미래 세대들의 기회를 박탈할 것이다. - 97p”

인류의 극소수가 모든 부를 독차지하고 권력과 부를 세습하며, 결과적으로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생명체 전체를 파멸로 몰아가고 있는 경악할 만한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질문이다.

환경과 불평등이 결코 독립변수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는 책은 짧은 분량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결코 가을답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쩌면 더 이상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없을지 모른다. 영원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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