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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 녹색평론 서문집
김종철 지음 / 녹색평론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보다도 농사란 결코 자본주의 체제 속의 단순한 산업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이 지구상에서 사람답게 살면서 지속가능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거의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는 사실이다.”
때때로, 아니 점점 더 자주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에 귀를 막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싶을 때가 있다. 어디에서나 들리는 것은 우울하고 가슴 아프고, 울화가 치미는 것들 뿐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곤 한다.
“어디 조용한 곳에서 정말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쉬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조용한 곳은 어딜까. 아마도 고향의 심상, 산과 들이 펼쳐진 농촌의 풍경이 아닐까.
1991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 땅의 회복을 위해,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와 지극히 당연한 목소리를 내 왔던 ‘녹색평론’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인 김종철 교수의 서문을 묶은 책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해왔다는 것은 그것이 너무나 절실한 문제이고, 우리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고, 그런데 정작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그 만큼 이 시대가 지극히 당연함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시대임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짓밟고 오염시키고, 궁극적으로 그 어떠한 생명체도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만든 후 우리의 경제력이 세계 1위, 우주 1위라면 우리는 행복할까.
지극히 당연한 물음에 대답 역시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이처럼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소수라 말하고, 그들을 이상주의자라 말한다.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는 모습이다.
종교인들의 삼보일배를 무슨 정치인들의 멱살잡이 난투극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치적으로 폄하하고, 그들의 피눈물을 ‘쇼’라고 떠드는 이른 바 돈 있는 언론들.
종교인들이 땅의 죽어 감을 그야말로 온 몸으로 막고자 할 때에도, 기득권 세력에 빌붙은 언론은 “도롱뇽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 경제”라는 무식한 말로 대꾸한다.
정권들은 집권한 후면 마치 대한민국, 한반도 땅이 제 것이라도 되는 양 마구 파헤치고, 또 파헤친다. 지금까지 새만금, 국토균형발전, 이제는 대운하에 또 무엇이 나올 것인가.
파내도파내도, 더럽혀도 더럽혀도 땅은 언제나 영원하리라 믿는다. 오만을 넘어선 무지이자, 죄악이다.
농민들에게 주기로 되어 있는 쌀 직불금을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이 가로챘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인간들이 뻔뻔하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저 따위 사람 같지 않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농촌은 죽어가고 이 땅은 죽어간다.
김종철 교수의 호소와 호통이 변함없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 보다는 오히려 더 이상 김 교수가 고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세상이, 사람들의 마음이 변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구는 리필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