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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영화든 드라마든 하다못해 유행이 지나가 버리면 약간 쑥스러운 유행가까지 난 비교적 남들보다 늦게 접하는 편이다. 성정이 바르지 못함인지, 남들이 다들 열광하는 것이면 왠지 나는 가까이 하기 두렵다. 치졸한 치기일 수도 있고, 왠지 휩쓸려 가는 소용돌이에 나까지 빠져서는 안 된다는 두려움도 작용하는 듯하다.
물론 모든 것들이 그렇지는 않다. 처음부터 이건 느낌이 온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남들과 상관없이, 그리고 유행에 상관없이 접하곤 한다.
바로 그러한 책 중 하나가 바로 황석영 선생의 ‘바리데기’였고, 또한 이 책이었다.
사실 ‘개밥바라기별’이 처음 온라인상에서 연재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과는 달리 난 일종의 배신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오만한 생각이었지만, 적어도 황석영 선생의 작품이 너무 가볍게 흘러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실망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선생은 선생이었고, 많은 이들이 그의 별을 함께 보기 위해 분주했다.
책은 선생의 유년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누군들 잔잔한 수면처럼 젊은 시절을 보낸 이 있었을까 생각하지만, 선생의 젊은 시간은 고뇌와 방황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만남의 연속이었다.
많은 이들이 개밥바라기별을 통해 먹먹한 감동을 느꼈음을 말하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 것은 바로 가난한 사람들의 베풂이었다.
준이가 가는 길 그 어느 곳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또한 치열하게 사랑했다. 그러한 사랑이 없었다면 준이는 결국 연탄가스이든, 수면제이든 무엇을 통해서라도 자신을 보내버리지 않았을까.
나의 중․고교 시절을 생각하면 상당히 조숙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선생의 유년시절,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우정은 상당한 인상을 전해준다.
각자의 삶에 대한 애착과 치열함. 그 치열함이 있었기에 그들은 그토록 세상을 견딜 수 있었으며,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부러운 모습이다.
누구나 오늘을 살아간다. 지극히 당연한 이 말이 그토록 가슴에 와 닿은 것은 그 앞에 “씨팔!”이 붙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누구나 길을 걷고 있지만, 자신의 치열한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어려운 보폭을 내딛는 이는 얼마나 될 것인가. 난 행여 누군가의 이끌림과 누군가의 밀림으로 이렇게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다시는 선생의 유년시절과 같은 시간들은 돌아올 수 없을지 모른다. 닭, 새끼돼지들과 함께 너무나 느리게 굴러가는 기차를 타고 장날을 맞이하러 가는 풍경도, 무전여행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한 끼 보리밥을 풍성히 담아주고, 공짜 기차를 탈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해주는 인심 좋은 아저씨도, 아주머니도 없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사람으로 대해주었던 시절이 다시는 오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오늘을 살아간다. 그보다 더한 대답이, 그보다 더한 사실이 또 무엇이 있을까.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