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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의 충동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06년 4월
평점 :
내가 즐겨보는 신문이 아니라서, 아니 솔직히 말하면 싫어하는 신문 중 하나의 논설위원인 저자인지라 그의 글을 유심히 읽었던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워낙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지라 저자가 얼마나 활약을 하고 다녔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21세기북스는 자기계발에 관련한 책들을 주로 출판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난 자기계발을 주제로 하는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자기계발 서적 하나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그 책을 붙들고 다닌다. 마치 자신만 뒤떨어질 수 없다는 듯. 하지만 그 모습이 그리 유쾌해 보이지는 않는다.
뭐 그런 저런 이유들로 인해 이 책 역시 그다지 손이 가지 않는 책 중 하나였고, 왜 이 책을 구입했을까 라는 생각으로 기억을 더듬기도 했지만, 일단 다 읽은 후 소감을 말하자면, 적어도 안 읽은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적어도 자기 삶의 ‘치열한 불꽃’을 태우고 살아간, 또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들은 ‘천지간의 좀벌레’에 불과한 나에겐 무한한 존경과 감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긍정과 낙관의 힘을 믿으며 열심히 살아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다인가?
나는 약간의 다른 점을 말하고 싶다. 책을 읽다보면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이 하기에 달려있다는 결론을 이끌게 한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한 시대를 풍미하는 큰 나무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인생의 성공한 사람이 된다는 진리. 어느 정도 맞는 말이고, 또한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한 국가가, 한 사회가 만들어놓은 결코 허술하지 않은 틀 안에서 모든 이들이 정주영이 될 수 있고, 모든 이들이 이명박이 될 수 있을까. 물론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나름대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고, 때론 위대한 인물들도 보인다. 하지만 일단 모두가 그러한 인물처럼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매 순간의 최선을 넘어선 극진의 자세로 살아간다 해도 지구상 모든 이들이 거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모든 자기계발서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 중 하나인 차이에 대한 인정 부족이 이 책에서도 역시 나타난다고 느꼈다. 물론 책에는 각자 자신에 맞는 스타일을 찾으라 했지만, 왠지 궁색하다. 그리고 전적으로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그렇게 존경해야 할 필요가 없는 인물들도 나열했다는 것이 영웅주의에 어느 정도 익숙한 저자의 인식을 보여준다. 대처가 위대하고, 레이건이 위대하고, 칭기즈칸, 맥아더 그리고 이건희, 박정희가 위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 역시 일방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면면 중 어느 한 부분은 배울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와 닿지 않았다. 레이건이 미국의 힘을 더욱 강하게 했다는 주장, 대처가 영국을 튼튼하게 했다는 주장 등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저자는 정주영의 만수에 대적할 수 있는 이명박의 단수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사실은 단순함 속에 더욱 치밀한 계산이 숨겨져 있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을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싫을까. 이건희가 이재용에게 삼고초려도를 주며 인재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그렇게 멋지게 보일까. 한 기업을 이건희 일가의 사유물로 생각하는 그들에게 인재는 가신을 의미하는 것인가.
전체적으로 책을 평가함에 있어 몰랐던 유명인의 일화, 위인들의 감춰졌던 부분들을 알게 된 점은 흥미로웠다. 또한 배울 점, 교훈이 곳곳에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때문에 적어도 안 읽은 것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책이 채워졌다면 더욱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나 서민들도 100% 공감할 수 있는 자기계발서가 나왔으면 한다.
솔직히 맥아더의 독특한 스타일 이야기는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군 중 하나라는 그에게 배울 점이 고작 자기 군복을 개조해서 독특하게 입고 다녔다는 것 하나 밖에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