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이청준의 문학상 수상작
이청준 지음 / 푸르메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축제〉. 이청준 님의 소설 중 내가 읽은 것들이다. 문학에 대해 이론적으로 배운 적이 없고, ‘소설의 힘’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나에게 이청준 님의 소설은 권력에 대한 힘없는 자들의 정당한 항변, 그리고 민족의 정서를 아우르는 한의 힘, 또한 삶의 정점이란 애시 당초 존재하지 않음을 깨우쳐 준 스승과 같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선생이 지난 7월31일 타계하셨다. 흐르는 세월이야 막을 수 없다지만, 글쟁이라는 것이 그리 대접받는 사회가 아니라 하지만, 섭섭함을 금할 수 없었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죽이고 싶다’까지는 차마 안 되더라도, 꼭 저런 인간은 벌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너무도 당당히 살아가고, 또한 자신의 치부를 수치스러워하지 않는 이 저열한 세상에 선생 같은 이들이 하나 둘 씩 ‘천국’으로 가심을 볼 때 그냥 가슴속으로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비단 나 뿐 만일까.

〈퇴원〉은 1965년 선생이 사상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작품이다. 아울러 책 속에 담긴 여타 작품들도 모두 굴지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수상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이 가치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선생의 작품세계가 시대 별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의 삶을 다룬 〈병신과 머저리〉, 전통과 그것을 단절시켜가는 산업사회의 갈등을 다룬 〈매잡이〉, 인간 본원의 외로움과 사랑,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 〈이어도〉, 역시 과거를 부정하는 현대에 대한 풍자극 〈살아 있는 늪〉, 예술이란 무엇이며, 삶을 떠난 예술은 또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날개의 집〉에 이르기까지 이청준 님의 문학세계를 잘 아는 이들이나, 선생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친절함을 베풀고 있다.

박경리 선생에 이어 이청준 선생도 천국으로 떠나고, 해외에서는 솔제니친의 죽음이 전해진다. 베이징 올림픽의 화려함과 감동 속에 러시아의 추악한 전쟁은 묻혀가고, 티베트의 외침도 이미 과거가 되었다. 하물며 오늘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야 보이지도 않는다.

소설이 단순한 소설이기에 앞서 독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 그 예의는 물론 작가마다 다를 것이고, 어떤 기준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청준 님의 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분명 하나 있다.

예술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 역시 실존의 폭력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어떤 소설이라 하더라도, 시대를 업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이만의 천국으로 가셨을 님에게 다시 한 번 그리움을 전하며, 다른 님의 작품들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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