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3그릇의 가치가 있다!

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소설가는, 아닌 모든 글쟁이는 근본적으로 구라로 먹고 사는 종족들이다. 그 어떤 고상하고 심오한 인생의 골수를 논한다 하더라도, 근원적 구라는 존재한다. 구라 없이 글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간들 역시 구라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왕 구라를 친다면 즐거우면 좋다. 슬프게 구라치는 인간들도 많기는 하지만, 또 그런 인간들 역시 반드시 필요한 종족이긴 하지만, 즐거움을 주는 구라가 사실 더 반갑다.

비정상적 세상, 아니 정상이라는 기준 역시 비정상적 정의이긴 하지만, 암튼 미쳐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지쳐가고, 무언가 고달픔을 잊게 해줄 수 있는 꺼리를 찾는다.

문학의 존재 가치는 다양하겠다만, 그 중 현세의 고달픔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고, 다시 빌어먹을 세상에 뛰어들어 살아갈 수 있는 마약으로서의 가치 또한 분명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김언수의 캐비닛은 분명 재간둥이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즐겁게 웃고, 킥킥거리다 책장을 덮게 되면 작은 것도 아닌, 큰 것도 아닌 딱 중간 크기의 한숨을 나오게 만든다. 별의별 희한한 인간 군상들이(인간이라 정의하기 뭣 한 사람들도 있지만) 등장하여 마치 한국판 엑스 파일을 연상시킨다. 그들의 존재 이유 또한 다양하고, 아픔과 슬픔도 함께 있다. 하지만 분명 흥미 있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그처럼 특이한 군상들이 사실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 거울에 비친 일그러진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킥킥거린 것이다. 작가의 심술이 얄밉기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다. 우리 스스로 심토머인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석제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는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승옥님의 글을 좋아한다. 두 소설가의 공통점이 무어냐 따질 테지만, 암튼 좋아하는 분들이다. 그 분들의 소설 형식,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문체를 좋아라 하는 것 같다.

김언수는 비록 두 소설가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내 스스로의 순위에서), 분명 매우 재미있고, 뛰어나고 또 웃다가 째려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심사위원의 말처럼 그의 캐비닛에 다른 글들도 기꺼이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