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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정원 - 정원에서 얻은 깨달음
마리온 퀴스텐마허 지음, 장혜경 옮김 / 책씨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전생의 지은 죄가 많아서 일까, 아니면 매일 매일 죄를 지으며 살아가기 때문일까. 예전부터 신앙에 관련된 책들에는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아마 이 책 역시 내용을 어느 정도 알았더라면 읽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독일의 자연주의자라고 소개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이런 책이라면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원이라는 공간속에 인간과 함께 호흡하는 수많은 생명들에 대한 성찰은 ‘인간은 본디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인간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자연을 파괴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생명을 앗아 생존의 동력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원죄를 매일 매일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함이 마땅하겠지만, 정작 인간은 파괴와 착취, 살상을 당연시하게 여기고, 결국 같은 종인 인간마저 살상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구름, 별, 바람. 언제나 곁에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들에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까. 전혀 쓸모없는, 그래서 신이 땅 속 깊숙이 묻어둔 보석을 캐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희생을 감수하면서, 때로는 그러한 쓸모없는 물질을 얻기 위해 전쟁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정작 우리주변에 작지만 소중한 것들엔 눈길을 주지 않는 인간. 어리석음도 지속되면 상식이 되는 것인가.
슬로 리딩을 실천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녔음을 느끼게 된다. 유쾌한 경험이었다.
책 속에는 인상적인 글귀가 여럿 담겨 있다. 생각의 폭과 여유의 넓이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젊음의 것들을 우아하게 단념하면서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