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살림지식총서 324
이유선 지음 / 살림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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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간 2008년 5월 31일~6월 3일 / 독서번호 955

이유선 지음 / 살림 펴냄 (2008년)

 

대개의 경우 정치적 구호로서의 실용주의는 탐욕스런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개고기 상점에 자본주의의 떡고물을 챙기기 위해 내걸고 있는 양머리에 불과하다. 여기서 말하는 실용은 신자유주의의 무자비한 경쟁을 미화하는 단어이며, 경쟁의 낙오자들에게 변명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무자비한 칼이다. 이런 의미의 실용주의는 스스로 최선책임을 자처하면서 다른 차선책을 용인하지 않는 실용주의라는 점에서 실용주의가 아니다. - 19p


이제 출범 100일을 맞는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실용주의’를 강조해왔다. 오직 경제의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주장을 ‘실용’이란 이름과 함께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실용주의는 실용주의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태동한 실용주의 철학에 대해 소개한 저자는 오직 경제적 가치만을 위해 이념과 가치 따위를 무시하는 것이 실용주의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기존의 제도와 규범을 넘어서서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상력이 바로 실용주의 정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른 바 돈 되는 과목을 제외한 순수학문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대학들의 모습이 실용주의라는 미명으로 정당화되는 모습을 부정한다. 이는 올바른 의미에 실용주의가 아니다. 그는 이는 실용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실리주의, 신자유주의, 현실순응주의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얄팍하고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데 몰두하게 만드는 현 상황은, 실용주의가 전체적으로 사고하고 경계를 넘어서 사고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실용주의 정신을 죽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취임 100일 동안 이명박 정부는 참으로 많은 ‘실용주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용적인 면을 담고 있지는 못하다.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일부 특권층, 계급만을 위한 정책일 뿐 개성이 존중되고 모든 이들의 행복 추구를 정당화하는 실용주의 정신에 근접하지 못했다.

저자는 진정한 실용주의자가 꿈꾸는 사회는 황금만능주의 사회, 경제지상주의 사회가 아니라 각자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추구할 자유가 보장되는 다원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라고 강조한다. 바로 그러한 것들을 위해 노력할 때 진정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 정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기본적 삶을 위협하면서까지 추구하는 국익은 이미 국익이 아니다. 자동차 몇 대 더 팔겠다고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 역시 실용이 아니다. 진정한 실용이 무엇인지 진지하고도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한국에서 실용주의는 특정한 계층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인 슬로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실용주의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국면이 제기하고 있는 획일적이고, 억압적인 질서에 맞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연대를 위한 구호가 되어야 한다.” -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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