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간 2008년 4월 27일~ 4월 30일 / 독서번호 938




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펴냄 (2006년)




박원순: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길거리로 몰려나가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서로가 다른 역할들을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사회 전체가 한 목소리만 내고, 한쪽으로만 몰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잖아요. 저마다 조금씩은 다른 생각, 크게 보면 같은 방향이라도, 조금씩은 다른 생각, 크게 보면 같은 방향이라도, 조금씩은 다른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그것이 전체적으로 건강하고, 더 큰 일을 이룰 수도 있겠죠. 물론 힘을 모을 때 같이 모은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 55p




조정래: 결국 반공주의자들의 절대 다수가 친미주의자들이죠. 물론 친미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성적으로 판단되어야만 하는 것인데, 그 이성적 판단의 과정이 없어요.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때문에 선제공격하겠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민족적 입장에서 볼 때 절대 옳지 않잖아요. 왜냐하면 6.25 단 3년 동안 남북한 전부 군인 포함해서 민간인까지 300만 명이 넘게 죽었습니다. 월남 전쟁이 8년인데, 170만 정도 죽었습니다. 6.25가 얼마나 무서운 전쟁인지 입증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6.25에 비해서 남북한 병력이 10배로 늘어났고, 화력은 100배로 증가되었습니다. 미국이 만약 선제공격을 하면 북한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러면 또 남한이 가만히 있겠어요? 보유 화력을 다 사용할 겁니다. 그러면 7000만 우리 민족이 얼마나 죽겠습니까? 그것이 부시 발언의 위험성이에요. 왜 그런 걸 생각하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미국이 세니까 무조건 우리가 승리할 거라고만 생각합니까? 이런 바보 멍텅구리 같은 생각이 어디 있어요? 천치도 그런 생각 안합니다. 친미주의자들의 미국맹신주의는 민족의 참화 같은 것을 보지도 못하는 몰지각에서 비롯한 것이라고요.

- 87p




지승호: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러 들어가실 때 “감옥에 들어가는 것처럼 고통스럽다”고 표현하셨는데요. 선생님에게 문학은 어떤 의미인가요?

조정래: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문학이 기여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고, 참된 문학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역사를 개혁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분단된 모순의 역사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는 작가가 그 정도의 의지력과 작가의식을 가져야만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제게 문학은 인간의 존엄을 가장 높고 크게 세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 103p




지승호: 그동안의 피해의식 탓인지 성에 대한 주체의식을 여성들 스스로 많이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수동적이고. 다른 문제에 대해서 깬 것 같은 분들도 성에 대해서는 성을 자기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같이 즐기는 게 아니라 남자한테 주는 이런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광수: 그렇죠. 그래서『즐거운 사라』가 걸린 거거든요.『즐거운 사라』를 통해 제가 그걸 깨부순 거거든요. 어느 젊은 평론가는 우리나라 현대소설 사상 여자가 성을 주도한 소설은『즐거운 사라』가 최초라고 평을 해줬어요. 근데 그 말이 맞는 게, 그전까지의 여주인공들을 보면,『별들의 고향』의 경아라든가『감자』의 복녀도 (자신의 성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다가 나중에는 자살하거나 파멸하거나 이런 걸로 끝나고 말죠, 마치 보봐리 부인이 자살하는 식으로. 그건 서양도 마찬가지였는데, 여성의 능동성에 대해서는 표현이 없었어요. 저도 비판한 게 있는데, 예를 들어서 박완서 선생의『그대 아직 꿈꾸고 있는가』같은 게 페미니즘 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인데, 거기에 나오는 성 묘사를 보면 여자는 성감이 전혀 없는 걸로 나와요. 남자가 하자니까 할 수 없이 응하고, 남자가 좋아하니까 자기도 억지로 비명소리 질러주고, ‘해줬다’ 이런 식으로 나오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런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길게 비평을 했었죠. 여자들도 특히 여학생들 리포트 받아보면 굉장히 성감이 발달해 있거든요. 에로틱 판타지도 많이 즐기고.

- 134~135p




지승호: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얘기의 핵심이 야한 정신 같은데,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야한 정신이라는 어떤 것입니까?

마광수: 전체보다는 개인, 봉건윤리가 아니라 자유주의 윤리, 그리고 특히 ‘야하다’를 들 야野 자를 써서 자연의 본성에 솔직한 사람, 이런 뜻으로 쓰죠.

- 139p




지승호: 요절하면 험한 꼴 덜 보고 가는 것 같습니다. (웃음)

마광수: 나이 먹고 이른바 원로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국 걱정을 하는 걸 보고 아주 웃겼다고요. 전부 어용이었는데, 어용학자들, 어용문필가 이런 사람들이 얼렁뚱땅 원로 대접을 받고, 친일파가 승진한 거나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청산이라는 게 없어요. 정치인들도 그런 것 같아요. (이해득실에 따라 얼렁뚱당)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이니까.

- 150p




문정현: 미군기지 확장도 그렇고, 새만금도 그렇고, 핵 폐기장도 그렇고, 이런 국책이라고 이르는 모든 사업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민을 무시하고, 공갈 협박과 거짓 회유 같은 걸로 성취하려고 하는데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애초부터 까놓고서 “이게 필요하다”고 했을 때, 핵 폐기장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최대공약수를 내서 필요한 부분만 하면 되는 것인데, 지금 여기는 285만 평이 공동화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해요. 왜 그러냐하면 주한미군이 벌써 2만5000명으로 감축되는 것은 확실한 것 아닙니까? 장치 이것보다 더 감축되어서 1000여 명만 남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 얘기는 순환 배치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기에 대규모 지상군이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 167p




문정현: 넓게 보면 성서의 정신, 공회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요. 성서는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는, 소리를 내도 소리가 나지 않는 그게 성서의 시작부터 끝까지입니다. 공회라는 것은 이 사회의 고통은 바로 교회의 고통이요, 기쁨 또한 교회의 기쁨이다, 그러니까 사회속의 교회인 겁니다. 거기에서 약자의 편에 들고, 불의에 항거하고 있는 그것을 원형이 되도록 살아준 분이 예수님이세요. 예수님의 수난사를 자세히 보면 바로 순교의 길입니다. 죽음을 택하는 길인 거죠. 그래서 그 원형을 좇아 사는 이것은 누가 판단을 못해요. 그래서 교회와 나의 관계는 뭐냐, 저는 주교님으로부터 하지 못하도록 경고를 받거나, 벌을 받거나 한 일이 없어요. 오히려 장려는 있었죠. 돌아가시기 직전에 전임 주교님이 제 손을 꽉 잡고 “문 신부님. 잘 살고 있는 거야. 계속해서 그렇게 살아줘” 했는데, 이게 유언이에요. 그 체계 내에서 그렇게 그 사람들이 주장하는 대로 옷을 벗길 수는 없는 거죠. - 182p




지승호: 특별한 계획이나 끝으로 해주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문정현: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이렇게 사는 것으로 끝이에요. 제가 무엇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뭔데. 그러나 이렇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내 이상, 종교적으로 가면 하느님 나라를 바라보고 죽는 거죠. 거기까지 이른다고 하는 것은 욕심일 거고, 내 소관이 아니에요. 그 길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행진하다가 어떤 한계에 부딪히면 가는 거죠. 욕심도 없어, 그냥 살다가 가는 거예요. - 183p




지승호: 외국에서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나 저명한 일본전문가인 찰머스 존스 버클리대 교수가 미국 경제의 취약성을 맹비판했다는 말씀도 하셨지요. 스티글리츠 교수가 한국에 대해 스웨덴 형을 참고해야 한다고 충고한 사실도 지적하셨는데요. 장하준 교수도 스웨덴의 사회적 대타협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거든요. 우리가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정태인: 역사 자체가 미국에 대해서 상당히 의존적인 게 있어요. 우리 경제학자의 거의 90퍼센트가 미국에서 공부했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 경제를 공부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은 이 사람들이 가서 미국 교수들 밑에서 한국 사례를 가지고 박사 학위를 따왔기 때문에 사실 미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잘 몰라요. 오히려 재벌은 기업 간 경쟁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 조금 꺼리는 게 있거든요. 그러데 재벌들은 왜 찬성하느냐 하면 미국 기업들이 들어와서 규제를 다 없앨 거거든요. 한미 FTA 자체가 규제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고, 아까 얘기한 기업의 정부제소권은 규제를 무력화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 재벌들은 찬성하는 거죠. 그리고 종이 신문들은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누가『뉴욕타임스』를 보겠습니까?(웃음) 거기다가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열기기 때문에 한미 FTA를 찬성하는 거구요. 삼각동맹의 이해관계를 언론이 마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처럼 포장해주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거죠. 현재로서는 세계적으로 그런 것들이 주류인 셈이죠. - 206~207p




지승호: 이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당부드릴 말씀이 있으신가요?

정태인: 뭔가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좀 버렸으면 싶어요. 지금까지 한 일에 대해서 자신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미 FTA 같은 외부 쇼크, 이런 생각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개혁이라는 것도 때가 있고, 사람이 있고 하는 건데, 생각하는 것만큼 못가면 할 수 없거든요. 그 다음에 또 다른 사람이 하게 되어 있는 겁니다. 그런 얘기도 하죠. 스스로도 말씀하셨듯이 구시대의 막차면 막차답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잘못 가고 있습니다. 이회창 후보를 공격했을 때의 그 기조, 이회창 후보가 내세운 잘못된 기조로 가고 있거든요. 그건 잘못된 거죠. 그러면 그 전에 이회창 후보를 공격했을 때 내세운 논리가 잘못된 거라는 얘기거든요. 아니면 그때는 맞았는데, 불과 2~3년 만에 바뀌었다고 하면 한치 앞도 못 봤다는 얘기고요. 하지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잘못 짚은 거고, 초조해서 자신감을 잃고, 관리들이 하는 얘기들만 듣고 ‘어쩔 수 없이 이게 대세인가보다’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어떻게 치장을 해도 원래 대통령이 처음 생각했던 게 옳은 거고, 실제 경제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요. 그게 역사의 흐름입니다. 그런데 그걸 지금 자꾸 뒤집어서 생각하고 계신데, 그러기에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너무 막중합니다.

- 240~241p




지승호: 삼성공화국, 이건희 시대를 거부하기 힘들다는 말씀인 것 같군요. 그런데 삼성의 행복이 대한민국 전체의 행복이 아닌 케이스도 조금씩 발생하는 것 같거든요.

이상호: 삼성이라는 기업조직과 이건희 일가라는 인적집단을 구분해서 봐야 하는데, 동일시하려는 의도가 있죠. 이건희 회장 측에서는 끊임없이 ‘이건희=삼성, 삼성=국익, 국익=국민의 행복’이라는 등식을 심어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각 등식 사이에는 엄청난 과장과 논리 단절이 있죠. 국익과 국민의 행복이 꼭 일치하지는 않거든요. 현대 정치학 개념에서 국익은 가장 복잡한 개념 가운데 하나입니다. 왕의 이익이 국익인 나라도 있고, 소수 독재자의 이익이 국익인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국익의 개념이 변천되어온 역사가 있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마법과 주문을 거는 거죠. ‘이건희=국익, 국익=나의 행복.’ 그래서 우리가 황우석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집단에 의한 또 다른 집단에 대한 살육이 있었던 거 아닙니까? 언론이라는 건 무원칙하거나 특정인의 이익에 의해 매겨진 등식이 부등하다고 하는 것을 밝혀주는 거거든요. 그렇잖아요. 그 등식이 부둥하다고 하는 것을 일깨워주고 끊임없이 일반 시민사회의 이해와 일치하는 등식을 매겨주는 것이 언론아 할 일이거든요. 우리는 “짐이 곧 국가”라고 하는 등식에 저항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등식에 부등호를 매겨온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역사를 수행하는 것이 언론인데, 지금은 신성불가침의 등식이 된 거죠. 그들과 나는 같지 않고, 그들의 이익과 내 이익이 같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영원히 자본 시대, 이건희 왕조의 일방적인 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260~261p




지승호: 이인용 앵커 나름대로 언론인으로서 좋은 이미지로 남는 꿈을 버린 셈 아닙니까? 손석희 아나운서 같이 정치권의 러브콜을 극구 사양하는 분은 거의 소수인 것 같은데, 많은 방송인들이 기업이나 정치권으로 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상호: 거지근성 때문에 그렇죠.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집은 빵 만드는 집이고, 술 만드는 집이고 그러면, 자기네 가게가 아무리 보잘 것 없다고 해도 끝까지 남아서 자기가 술 만들다가 죽으면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 사람이 계속 만들어서 2대, 3대가 하다보면 남는 거거든요. 삼성이 왜 삼성이라고 하냐 하면 똑똑하고 잘나가는 스타들을 다 데려갔어요. 그러니까 삼성공화국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건 건강한 게 아니거든요.

훌륭한 사람이 MBC에도 남아 있어야죠. 대한민국에 좋은 게 여러 가지가 있어야죠. 시민사회에도 좋은 사람이 끝까지 남아서 시민운동 하다가 죽어야죠. 언론에도 언론에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다가 죽어야 휙 하고 바람이 불어도 언론이 모래성처럼 쓰러지지 않는 거죠. 삼성은 대중사회와 시장이 합쳐져 있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자기들이 강자가 되기 위해 다른 부분의 인재를 다 끌어들이고 있다고요.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하면 다른 부분이 취약해져요. 다른 부분이 삼성의 눈치를 보고, 삼성의 인력권 안에 접어들게 되는 거죠. 그러면 가로수들이 태양 쪽으로 기울어지듯이 전체 사회가 삼성 쪽으로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삼성의 해바라기가 되는 거예요. 거기서 끌어들이니까. 그러니까 삼성공화국이라고 하는 거죠. 기자가 삼성에서 끌어들여도 가면 안 되죠. 시청자에 대한 배신입니다. MBC에서 수위를 하더라도 자기가 기자로서 자기 임무를 완성해야죠. 그래야 다음 기자가 와도 더 좋은 기자가 될 것 아닙니까?

지금 같으면 삼성 대변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MBC에 들어올 거 아닙니까? 옛날에 육군사관학교에 정치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갔던 것처럼. MBC에서 자꾸 정치하고, 삼성으로 가고 하니까 그런 사람만 들어올 거 아닙니까? 끝까지 언론 현장에서 남아서 국민들의 이해와 시민적 복리를 위해 일할 사람이 안 남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도 아무 얘기 안하잖아요. 이인용 선배 갔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문제제기를 한 사람이 있습니까? 저는 그게 대한민국 언론의 2005년의 현주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형편없는 언론계라고 한 겁니다. 제가 그거 썼다가 어떻게 됐어요? 그 글을 이인용 선배 때문에 쓴 거예요. 그거 한 줄 쓸려고. 그런데 그거 쓰고 엄청나게 불려 다니면서 혼났습니다.

- 271~273p




지승호: 여러 가지 화나고 분노하는 일이 많았을 텐데, 누군가가 대한민국의 딱 한 가지 문제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이상호: 전 교회 개혁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예수 가지고 사기 치는 사람들을 다 쫓아냈으면 좋겠어요. 저한테 권한이 생긴다면 예수 이름 팔아 먹는 나쁜 사람들 혼내주고 싶어요. 부시도 예수 이름 팔아서 대량 학살 하고 있고, 우리 사회를 봐도 정말 이해 안 가는 게 많잖아요.

예수가 죽은 이유가 뭡니까? 예수가 수구기득권과 타협 한 적이 있습니까? 없어요. 마지막까지도 가장 비타협적으로,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로 임했잖아요. 그리고 자기한테 주어진 사명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잖아요. “아버지여, 저로부터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라고 마지막까지 버티기도 했었지만, 가면서 “아버지 뜻대로 이루어졌나이다”하고 갔잖아요.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물론 수많은 훌륭한 성직자들이 있지만, 대한민국 교회조직을 보면 ‘만약에 예수가 오면 어떻게 하려고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수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저러나 싶기도 하고요. 예수가 오면 맨 먼저 저기들부터 내칠 텐데, 아마 예수가 영영 오지 않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그러는 거겠죠.

- 280~281p




최승호: 제가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얘기했던 것은,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진영 논리로 인해 진보 언론은 보수 쪽에서 하는 것의 진정성을 인정해주지 않고요. 진보 쪽의 색깔만으로 보려는 게 있습니다. 보수 언론은 진보 언론이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사태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왜곡하고 있죠. 그런 언론 내부 진영 싸움으로 말미암아 팩트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팩트라도 제대로 전달한 다음에 주장을 전달하면 독자나 시청자들이 팩트만 가려서 보고나서 주장에 대해서는 ‘저건 쟤들의 주장이구나’하면 되는데, 그것을 팩트에다가 적용시켜서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거죠.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는 여론이 늘 분열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언론에 상당히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304p




최승호: 어떻게 보면 우리 언론들은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사안을 종합적으로 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사안을 돋보이도록 하여 자기네 보도가 다른 언론보다 ‘튀도록’ 하기 위해 때로는 사실을 왜곡․조작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 310p




최승호: 글쎄요.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 이거는 정말 문제다, 이거는 정말 이렇게 가면 안 되는데…’하는 진정성이랄까, 그런 부분들이 점점 언론인들 사이에서 사라지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국민이 제대로 판단하도록 보도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여요. PD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골치 아픈 문제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에요. ‘왜 내가 굳이 그런 걸 보도해서 분란을 일으키고, 스스로를 힘들게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거죠. 언론인 개개인이 팩트와 기자적 양심에 따라 보도하기보다는 점점 데스크나 언론사 전체가 요구하는 방향에 함몰되는 것 같아요. 결국 조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도만 남게 되고, 시청자나 독자가 아니라 조직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즉 조직의 입맛에 맞는 보도 거리만 찾으려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는 듯싶어 걱정됩니다. - 312~313p




언론사 노조는 처음부터 월급 많이 올리려고 만든 노조가 아니고, 보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만든 노조란 말이죠. 그런데 지금의 방송사 노조는 노조라는 형태는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이익을 지키는 쪽으로 활동이 이동해 있는 상황이거든요. 신문사 노조는 노조가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네들의 생존권조차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어요. 결국 언론인들이 자기 발언을 하는 그런 공간을 스스로 확보하려면 혼자서는 안 된고 연대를 해야 하는데, 다른 언론인들과 언론사에 있는 내부 동료들과 어깨를 같이 걸고, 이런 언론 자유의 영역, 편집권 독립의 영역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점점 더 어려워질 겁니다. ‘그래서 결국은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 언론인들이 자사의 이익에 종속되어서 종속된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에 머물다 보니까 멀리 못보고, 스스로 자기 목에다 개 줄을 걸어 가지고 손잡이를 사주들 손에 쥐어주는 형국이 되고 있지 않느냐’하는 생각을 합니다.

- 324p




최승호: 언론인들이 개별 진영의 하나의 하수인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그만큼 회사인들이 양산되고, 그 속에서 어떤 연대나 언론인들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그런 현상이 자꾸 반복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옛날엔 리영희 선생이나 송건호 선생, 김중배 선생 같은 지사적인 언론인이 있어서, 그 분들이 “이건 옳지 않아”하고 얘기하면 그게 진실인 것으로 사람들 가슴에 와서 꽂혔는데, 지금은 그런 존재감을 지닌 언론이 없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 같은데요. -333p




지승호: 인터뷰의 매력은 뭔가요?

지승호: 도올 선생이 그랬나요? ‘대화는 편견의 확인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발전할 수 있다’고. 그게 대화의 힘인 것 같아요. 유시민 의원은 “생각은 힘이 세다”고 말했는데, 저는 “대화는 힘이 세다”고 바꾸고 싶습니다.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칼럼은 일정 부분 네거티브할 수밖에 없지만 인터뷰는 포지티브할 수 있거든요. 그 사람에게 멋진 말, 메력적인, 희망적인 부분을 듣고 말하니까요. 그게 맘에 들더라고요.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이 있어, 이런 사람과 함께 고민하고, 이 사람이 못하는 부분은 우리가 채워가자, 이렇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방식이거든요. 저는 이게 좋아요. 제 인터뷰의 방식도 그렇게 갔으면 좋겠고요. - 3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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