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간 2008년 4월 23일~ 4월 24일 / 독서번호 934
플라톤 지음 / 이 환 편역 / 돋을새김 펴냄 (2006년)
그렇다면 트라시마코스, 결론은 자명해졌소. 어떤 기술이나 어떤 통치도 그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 즉 기술은 기술의 대상, 통치는 통치의 대상에 이익을 주는 것이오. 그러니까 통치자로서의 강자는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기보다는 통치 받고 있는 약자의 이익을 도모한다고 봐야 하오. 그러므로 참된 통치자는 자신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언제나 대상의 이익(국민의 이익)을 돌보기 마련이오. 그런 의미에서 그들에게도 돈이건 명예건 보수가 주어져야 하며 그 지위를 거부할 경우엔 형벌이라도 주어져야 하는 거요.
- 45p
그러면 여기서 다시 한 번 확인하세. 정의란 각자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고 이는 국가나 개인에 있어서도 동일하다는 것이지. 제화공은 구두 만드는 일에, 목수는 집 짓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의네. 하지만 정의란 외면적인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적인 것과 관련돼 있네. 다시 말해 자신의 내면을 잘 조절하고 지배와 복종, 협력을 마치 조화로운 음정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이끌어내듯이 변주해내는 일이지. 그러한 것이 절제고 그 절제의 결과물이 인격이라는 것이지. 그런 연후에 비로소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네. 돈을 벌수도 있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네. 그때의 그 마음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행위가 옳고 아름다운 행위이며, 그 행위를 담당하는 지식이 곧 지혜인 셈이네. - 144p
그러니까 우리가 세운 국가에서는 한 개인의 불행이 국가 전체의 불행이 돼야 하네. 행복이나 기쁨, 쾌락, 고통, 슬픔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네. 개인의 이익이나 손실이 국가 전체에 파급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되기 때문이지. - 157p
결국 우리는 최대의 난관에 부딪혔네. 글라우콘! 이상국가란 말일세. 철학자들이 국가를 통치하지 않는 한, 혹은 통치자들이 철학을 공부해 국가를 다스리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운 것일세.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해온 이러저러한 것들이 햇빛을 볼 수 없다는 말이네. 이런 말은 참으로 입 밖에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네. 철학자가 국가를 통치하지 않는 한 어떤 방법으로도 이 세상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없으니 말이야. - 161~162p
이와 마찬가지로 선은 인식되는 것들에 대한 지식의 창조자일 뿐만 아니라, 그 사물의 존재와 본질의 창조자이기도 하네. 즉 선은 존재라기보다 그 위엄과 지위에 있어 존재를 초월해있는 어떤 것이네. - 191p
내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면 교육에 관한 이러한 생각도 음미해봐야 할 걸세. 즉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이란, 장님의 눈에 빛을 넣어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네. 우리가 탐구한 바에 의하면, 우리의 영혼 속에는 이미 학습에 필요한 능력이나 기관이 갖춰져 있네. 그래서 밝은 곳을 보기 위해서는 몸 전체의 기능을 전향시켜야 하듯 영혼으로 하여금 밝은 부분을 볼 수 있도록 관조하면서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네. 그것이 최고의 존재인 선을 찾아 터득하는 첩경이라고 우리는 말해왔네. - 203p
그렇지. 그게 핵심이네. 보통의 다른 지배자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줄 수 있어야 하네. 그래야만 부유한 자가 국가를 지배할 수 있고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네. 부유한 자란 재물이 많은 자가 아니라 덕과 지혜가 풍부한 자를 의미하지.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국가를 지배하게 되면 그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혈안이 돼 있어 국가의 기강은 무너지고 정치는 실종될 걸세. 그렇게 되면 그들 자신은 물론 나라도 망하겠지. - 206p
교육을 강제해 노예적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되네. 어릴 때의 학습은 오락처럼 이루어져야 하며, 그래야만 타고난 소질을 파악해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으니까 말이네. - 217p
한데 이야말로 ‘건너다보면 절터’네. 말하나마나 결과가 뻔하다는 예기지. 재물에 눈이 어두워 황금을 밝히다보면 정치 체제는 무너지게 돼 있네. 부와 덕은 저울의 양 끝과 같아서 한 쪽이 올라가면 한 쪽은 내려가게 돼 있는 법.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 하다보면 부패가 쌓이고 이전투구가 그칠 날이 없게 되지. 금전만능주의가 득세하면서 부자가 대접받는 반면 덕이 있는 사람들은 멸시당하네. 이렇게 되면 누가 더 돈이 많고 적으냐에 따라 정치적 발언권이 정해지지. 결국엔 법이 어떻게 바뀌겠는가? 재산이 정해진 기준에 미달하면 시민권의 자격은 물론 관직에도 나아갈 수 없네. 결국 명예 체제는 붕괴하고 과두 체제가 등장하게 되는 걸세. - 229~230p
그런데 민주 체제에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일이 있네. 이 체제가 발전하다보면 사람들은 세 부류의 계급으로 나뉘네. 우선 가장 힘이 강해 멋대로 날뛰는 계급이 있네. 이들은 파벌을 지어 최대의 자유를 누리면서 정권을 장악하고 있지. 다음으론 부자들의 계급이 있는데, 이들은 돈벌이에 관삼이 많아 항상 재물을 모으지. 그렇긴 하지만 수벌(지배자)들에게 착취당하는 자들이네. 자신이 모은 꿀을 뺏기는 자들이지. 마지막으로 민중으로 분류되는 계급의 사람들이 있는데, 재산도 별로 없어 손수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네. 이들은 돈도 권력도 없지만 힘을 합치면 무서운 세력이 되지. - 237p
현명한 인간이라면 자신의 고귀한 목적을 위해 평생을 바칠 걸세. 학문을 귀히 여겨 심신을 바로 닦고 야만성을 길들여 사악한 즐거움에 빠지지 않도록 절제하지. 재물을 취할 때도 분에 넘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세상의 그릇된 찬사에도 휩쓸리지 않을 걸세. 그는 늘 자신의 세계를 관조하며 살 걸세. 무질서나 태만이 침입하지 않도록 경계하며 혼란을 방비하겠지.
- 258p
최소한의 국가가 완성되면서 계층이 형성된다. 플라톤은 그 세 계급을 통치자 계급, 보조자 계급, 생산자 계급으로 나눈다. 정의란 이 세 계층 사이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으로 말하면, 맡은 바 자신의 일에 충실한 것이 정의다. 목수는 열심히 집을 잘 짓고, 수호자는 나라를 잘 지키며, 통치자는 성심을 다해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증진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플라톤은 이 정의의 문제를 개인의 영혼에도 그대로 대입시켜 세 가지 요소로 구분해 설명한다. 인간의 행동은 세 가지 원천, 즉 지식, 기백, 욕구에서 흘러나온다. 지식에서 영혼의 빛을 인식하는 이성이나 지혜가 나오고 기백에서 열정과 용기 등이 나온다. 또 욕구에서는 삶의 의지에 해당하는 여러 욕망들, 즉 성적 충동이나 식욕, 물욕 따위가 나온다. 영혼의 이러한 성질은 만인에게 공통된 것이지만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욕심쟁이가 되고 어떤 이들은 용기의 화신이 되며 어떤 이들은 철학자가 된다.
- 292p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통해 그가 했던 말을 음미하는 것으로 자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견했음에도, 그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설혹 실현 불가능한 아름다운 세계라 할지라도, 그가 그린 그림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의 가치에 우리는 주목해야 하리라. - 29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