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제국 -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이 숨긴 역사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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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보기 드물게 역사서적을 읽으면서 힘들어했다. 읽으면서 짜증도 많이 났고, 굳어가는 나의 사고들도 아쉬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저자가 주장하는 기본 전제 조건이 너무 황당하다. 샤머니즘을 고대 종교, 문화, 정치의 중심에 놓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우리의 역사 무대를 만주나 중국이 아닌 터키로 옮겨놓은 것은 너무했다. 첫 부분에서 당혹감을 느끼고 기존 역사관의 충돌을 가졌다면 그 후로는 충분히 그의 주장에 납득되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나의 뿌리 깊은 역사관 때문만으로 돌리기엔 비약과 추리가 너무 심하다.

저자는 글머리에서 상상력에 대해 말한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고 패자의 주체를 지우는 음모의 산물이기 때문에 사실과 추리를 올바르게 결합해야 역사의 바람직한 목표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에 적어도 4세기 이전에 국가가 존재했던 것을 보여주는 유적이 없다고 한다. 놀라운 이야기다. 대략 5세기경 물건이 발굴되는데 이 물건들이 지중해권 양식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가정을 세운다. 4-5세기경 어떤 종교 세력이 한반도로 밀려왔다고 해야 이치에 맞다고 말한다. 당연히 그 종교는 샤머니즘이다.

이때만 하여도 고개를 끄덕이며 샤머니즘의 세계에 수긍했다. 하지만 <환단고기>로 넘어가 흑해와 코카서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역사관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린다. 그리고 왜 이 가정이 정당한가에 대해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기초가 되는 도구는 조르주 뒤메질의 3기능설이다. 그는 사제계급을 제1기능, 전사계급을 제2기능, 생산자계급을 제3기능으로 나누었다. 우리 고대사에선 이것이 삼한 즉 진한, 마한, 변한으로 나타난다. 이 틀과 함께 서아시아와 그리스 로마 역사와 중국사를 같이 풀어내고 엮으면서 아주 파격적인 이론을 나열한다.

사실 목차와 소제목들만 읽으면 상당히 충격적이다. 아니 그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중국 최초의 지도에 중국 역사가 없다고 말하면서 고조선의 위치를 현재의 터키 지대로 옮기고, 그 시대 중국마저도 현재 황하 지역이 아닌 현재 중동지역으로 옮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춘추전국시대와 그리스 로마 역사를 같이 연결시킨다. 저자가 사용하는 방법은 언어와 유물과 상상력이다. 그중 역시 으뜸은 상상력이다. 전문적인 부분이 많아 모두 분석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 논리를 납득하기엔 너무 비약과 과장이 심하다. 저자가 주장하는 유사점들을 일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두 인물의 시간마저도 일치시킨다. 물론 그 논리엔 중국 역사의 시간에 대한 부정확한 측정이 깔려 있다.

그가 주장하는 수많은 것들 중 두 인물에 대한 것에 가장 의문이 많다. 그것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역사에서 전설적인 인물인 사르곤과 우리 역사의 환웅과 중국의 황제를 동일시한 것과 알렉산더 대왕과 진시황을 같은 인물로 본 것이다. 먼저 사르곤 부분에서 저자는 유사한 부분을 찾는다. 모두 서자라는 것이다. 이 책 이전에 어디에서도 환웅과 황제가 서자라는 사실을 본 적이 없다. 여기서도 저자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사르곤이 셈족의 아들로 태어난 것 말고는 출생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는데 이것을 서자로 해석한 것이다. 그리고 사르곤과 황제가 열두 살에 왕이 되었다는 사실을 엮어 가정을 더욱 굳건하게 만든다. 놀라운 상상력이다.

알렉산더 대왕과 진시황의 경우엔 두 사람의 연대가 다르다. 그런데 저자는 중국에서 연대를 잘못 표기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 둘이 동일인임을 주장한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아내어 말하는데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예서를 노예 글이라고 하면서 진시황의 문자 통일이 오늘날의 중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은 예서를 서체로 보지 않고 하나의 문자로 본 것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근래에 발견된 진시황제의 능을 그 시대가 아닌 후한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만약 진대에 만들어졌다면 앞의 가설들이 모두 거짓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논리는 있다. 마차 양면의 문양과 병마용의 화재 흔적이다. 그렇지만 그도 이 거대한 무덤이 누가 만든 것인지 말하지는 못한다.

헤로도트스, 사마천, 김부식. 이 세 역사가를 저자는 역사를 숨긴 역사가로 말한다. 어느 정도 이들이 역사를 속인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공모를 하여 이런 엄청난 작업을 했다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역사 무대가 한반도로 축소되기는 했지만 고대사의 중심 무대가 만주였음을 인지하는 요즘에 그 무대를 서아시아나 중앙아시아로 옮기는 것은 너무 심한 비약이다. 그리고 불과 3백년 만에 우리민족이 광활한 만주나 중국 서북부에서 한반도로 옮겨온 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시대에 가장 빠른 이동수단이 말이었음을 생각하면 이런 대규모 이동은 엄청난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 

저자가 주장하는 샤먼 제국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나의 역사관이 너무 굳어있다. 학창시절 <환단고기>를 읽고 흥분하던 때라면 조금 더 유연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때도 이런 상상력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의 거대함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될지 모르지만 그 상상력과 비약이 하나의 가설에 틀 맞추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에는 놀라지만 저자가 펼쳐 보여준 가정엔 동의할 수 없다. 이 책이 잘 읽히지 않은 것은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 주장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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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출판사 2010-09-0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강연이 있어 소개드리고자 방문했습니다.

진정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 진실인지, 저자의 방대한 사료 및 문헌의 연구와 분석을 통해, 여러분이 가지고있는 의구심을 해소하고 역사관을 재정립해 볼 수있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관심있으신분들은 강연장에오셔서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는 것 또한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진일보 시키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청강연]와우북페스티벌 저자와의 만남 - [샤먼제국] - 박용숙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저자와의 만남을 준비하였습니다.
http://blog.daum.net/sodongbook/12
http://blog.daum.net/sodongbook/9


샤먼제국은 지중해에서 시작된 샤먼 제국의 중심세력이 점점 동쪽으로 이동해온 경로와, 그리스 민주주의 이후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 등이 각국의 이익에 따라 역사를 어떻게 왜곡 서술했는가를 추적한다. 이 책한권으로 동서양 고대사의 얼개를 잡을 수 있음은 몰론, <사기>와<삼국사기> 등 고전도섭렵할 수 있다. 우리 역사와 중국사, 세계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저자의 학문적 깊이, 인문적 상상의 힘을 보여준다.


"한반도 반만년의 역사는 허구다!"
* 샤머니즘, 동서양 고대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

* 책 : 샤먼제국

* 강연 : 박용숙(샤먼제국 저자)

* 강연일시 : 9월11일(토) 오후 5시 30분

* 강연장소 : 마포평생학습관(마포도서관) 4실

* 초대인원 : 25명



*** 알라딘 [문화초대석] 참가 신청

*** http://blog.aladin.co.kr/culture/category/25330380?communitytype=My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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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반만년 역사는 허구다!-샤먼제국, 동서양 고대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



이번 9월 10일부터 열리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샤먼제국>의 저자 박용숙선생님의 초청강연(9월11일 오후 5시30분 마포평생학습관)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꼭 한번 저자를 만나고 싶었던 분,

책 내용을 묻고 싶었던 분,

책 내용을 항의하고 싶었던 분,

사마천과 김부식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궁금한 분,

샤머니즘에 관심이 있는 분,

환단고기에 대해 할 말 많은 분

그리하여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

모두 환영합니다.



<샤먼제국>은 단군은 시리아의 왕?

진시황제와 알렉산드로스가 같은 인물?

신라의 왕관은 사람이 쓴 것이 아니었다?

아시아의 역사가 세계사이고 서양사는 변두리 역사?

샤머니즘은 미신이 아니라 제국의 통치 이념?

만리장성을 쌓은 것은 진시황이 아니라 흉노가 쌓았다?



<샤먼제국>은 광범위한 동서양의 역사적 유물을 바탕으로 사마천과 김부식의 방대한 역사서를 재분석과 검증합니다.

그리고 오류를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세계사 속에서 호흡하는 우리 역사를 되살립니다.

그렇지만, 민족 중심의 사관을 지양합니다.



박용숙 선생님과의 만남은 9월 11일 오후 5시 30분, 마포평생학급관 강연실 4실에서 있으며,

참가 신청은 아래와 같이 와우북페스티벌 카페로 가셔서 신청하셔도 되고,

sodongbook@naver.com 으로 심청하셔도 됩니다.

연락처와 이름은 꼭 적어주시고요!



성공회대 교수이자 신학자인 김민웅 선생님이 경이롭다고 한 책, <샤먼제국>의 저자,

박용숙선생님과의 만남에서 젊은 역사관을 호흡해 보세요.~~ ^^



참고로 인터넷서점과 알라딘의 대표적인 서평 두 개를 링크해놓습니다요~~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5277890#MyReview



http://www.yes24.com/24/goods/3713072?scode=032&srank=1#ReviewTop1



와우북페스티벌과 강연에 오시면 <샤먼제국>을 축제 특별할인가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강연현장 및 축제 부스(인문사회과학 출판인협의회 부스 A-2 소동출판사에서 거리도서전 위치 : http://blog.naver.com/sodongbook/90094707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