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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떠나면
크리스털 하나 김 지음, 허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국계 미국 작가가 쓴 한국전쟁과 그 이후의 삶 이야기다.
작가는 외할머니의 한국전쟁 피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1951년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1967년에 끝난다.
처음 목차를 봤을 때 이름과 연도가 의미하는 바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이름과 연도에 점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 연도에 각자의 화자가 생각하고 품고 있던 것들이 풀려나오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알던 그 시대와 다른 모습이라 약간 어색함도 있다.
이 어색함은 나의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
읽으면서 세 남녀의 서로 엇갈리고 비틀린 삶에 빠져들었다.
해미, 경환, 지수, 이 세 명이 이야기의 주요 화자들이다.
해미를 두고 두 남자 지수와 경환이 평생토록 다투고 질투한다.
해미가 부산에 피난 와서 바란 인물은 경환이지만 그때는 경환이 그녀를 거부했다.
열여섯 소녀와 남자 아이는 밤에 막걸리를 마시러 돌아다닌다.
이들의 밤 마실을 읽다 보면 그런 일이 가능한 시절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폭력과 강간을 피하기 위해 해미가 남장을 하고 술집에 가야 했다.
이 모습과 장면들은 계속에서 사실 여부에 대한 의문을 불러왔다.
지수는 경환의 사촌 형이고, 서울의 부자였다.
피난 와서도 그의 부는 여전히 유효했고, 그 돈으로 해미의 엄마를 매혹시켰다.
어린 동생 현기는 결핵으로 고생하고, 딸의 결혼은 또 다른 탈출구가 될 수 있다.
해미가 경환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지만 경환은 주저하고 멈칫한다.
지수는 해미와 결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입대까지 준비한다.
군인을 징집해서라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시절이라 이런 입대는 환영받을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열여섯 남자인 경환도 아버지가 군에 입대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장면과 징집 이야기를 보면서 학도병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지수와 경환의 군 생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생략한다.
다만 지수가 사고로 한쪽 팔을 읽게 된 사연만 간단하게 나온다.
그의 모습을 보고 전쟁 후 수많은 전쟁 부상병들의 일탈 등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해미가 있는 곳에 가서 가정을 꾸리고 딸들을 낳는다.
물론 그 사이에 큰 부상을 당했던 한 병사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알려준다.
해미와 함께 사는 강원도의 어느 마을에서 그는 지주의 삶을 산다.
아들을 바라지만 생기지 않고, 해미는 출산의 고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 둘의 간극은 조금씩 벌어지고, 지수의 바람은 그것을 더 부채질한다.
해미가 지수의 바람을 말하는 장면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 시대의 일상이다.
군에서 돌아온 경환은 대학생이 되고 싶지만 시험에서 떨어진다.
그의 삶은 하층민의 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지수를 만나 돈을 얻으면 좀더 쉬운 삶이 될 수 있지만 갈 수 없다.
그곳에 해미가 아이들을 낳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그때 하지 않은 선택은 평생 그와 해미를 괴롭히고 아프게 한다.
이 고통은 그가 다른 사람처럼 결혼해서 정착하는 삶을 방해한다.
홀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그 시대 노총각의 불안정한 삶을 보여준다.
잘 생긴 외모를 생각하면 약간의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결혼을 할 수 있을 텐데.
고도 성장기의 한국은 기회의 시대였지만 누군가에게는 몰락의 시간이었다.
읽는 내내 작가가 그려내는 그들의 삶과 생각이 공감보다 의문을 떠올리게 했다.
현실적으로 그 시대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존이 우선인 상황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해미가 잠시 일한 부산의 병원 에피소드는 다른 소설의 기억을 불러왔다.
그리고 나중에 해미 가족이 부산 여행을 오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너무 간극이 심해진 부부의 삶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과 그 선택을 되돌리고 싶은 남녀의 바람.
독박 육아의 현실 속에 힘겹게 살아야 하는 해미와 그녀의 욕망들.
수많은 생각할 거리와 그 시대의 문화, 풍경 등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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