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이야기를 나눴던 방식에 대해 적어놓으려고요.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항목이 정해져있는 게 좋아요? 없는 게 좋아요?
저는 어떤 쪽이었나 돌이켜보면..
역시 둘 다 좋았던 것 같아요ㅋㅋ
모든 책이 제각각이다 보니까(취향이란 것도 제각각이다 보니까)
역시 특별히 하고싶은 말이 없는 책들은
주제가 있어서 그 주제에 맞춰서 이야기하면 되니까 마음이 편했고
특별하게 소중한 책들은
하고싶은 얘기를 다(물론 시간상 다는 못하지만) 끄집어낼 수도 있어서.
또 너무 많은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었는데
그날따라 참석인원도 너무 많은 날이면
주제가 정해져있으면 어느 정도 그 틀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나의 주제를 담고 있는 책에
어쩌다 인원도 적은 날이면
책을 핑계로 서로의 경험과 생각들을 뒤섞을 수 있어서 좋았고요.
주제라는 게 있어서 참 좋았어요.
책을 골라준 사람이 골라주는 말거리.
이렇게 같이 얘기해보면 좋겠다고 올라오는 내용들을 보면 참 신기했어요.
이 책이 그런 책이었나
이 책이 그런 부분이 있었나
이 책에 그런 뜻이 있었나
이 책을 보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
이 책을 보고 어떻게 그게 그렇게 되나
그래도 그중 가장 좋아했던 점은
리더가 골라주긴 하지만 그 중 하고싶은 이야기만 하면 된다는 것.
곤란한 얘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리더가 골라주긴 하지만 나머지 다른 얘기만 해도 된다는 것.
책의 나머지 좋은 부분만 얘기해도 된다는 것.
책의 나머지 싫은 부분만 얘기해도 된다는 것.
(대신 정성스레 주제글을 올린 리더에 대한 미안함은 각자 알아서.ㅋㅋ)
그래도 나머지 얘기라도 옆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들어준다는 것.
모임시간은 대부분 2시간 정도였어요.
약속한 시간은 일곱시반이지만.
하나씩 하나씩 오기로 한 사람들이 앉고
음료를 주문하고 음료를 받고
조금 늦는 사람이 조금 늦고
그냥 시작해도 되는데 그러다보면 50분 가까이 되서 시작하는 날도
모임 후반부로 갈수록 많아졌던거 같아요.
(여기 당한 착실한 신입회원분들이 꽤 있었는데 말이죠ㅋㅋ)
모임 시간이 늦어질 때의 문제점이 조금 있었는데
모임회원-------타인 사이 중 타인에 가까운 낯선 모임회원들끼리
먼저 와버린 경우에
서로 안부얘기도 더이상 할것도 없으면
자연스레 같이 읽은 책 얘기를 하다보니까
본모임때 하려고 했던 얘기를 미리 해버리게 되는 불상사? 같은 게 좀 있기도 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나중에 온 사람은 못 들었으니까 또 해주고 그랬죠
아까 먼저 와서 조금 말했지만 이라고 수식어 붙이고ㅋㅋㅋㅋ
매번 조금씩 늦게 가서 미안해요ㅋㅋ
모임시간의 1/4 정도를 시작하는데 써버리고 나면
거의 한시간 반 정도만 본 모임 시간으로 남아요.
참석인원이야 매번 다르지만 각자 거의 5~10분 정도씩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어땠어요?
전 너무 짧았던 것 같아요ㅋㅋㅋㅋ
제가 말할때나 남의 얘기 들을때나?
그래서 거의 시간분배를 못하고 생각나는대로 얘기하다보면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시간상 못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고.ㅋㅋ
어차피 모임 끝나면 다 잊어버린다고요.ㅋㅋㅋㅋㅋㅋㅋ
특히 좋았던 책들은.
그러게 미리미리 꼭 하고싶은 얘기를 정리해서 갔으면 좋았을텐데.
진짜 하고싶은 얘기부터 먼저 했으면 좋았을텐데.
근데 또 이야기하다보면 좋았던 부분이 같기도 해서
먼저 이야기했던 사람이 이미 그 이야기를 하기도 하니까
그냥 그 얘기가 나왔을 때 같이 좋아하면 되서 시간을 좀 더 쓸 수 있었고.
좋았던 얘기를 너무 다 하면
순서가 마지막인 사람은 할 얘기가 앞에서 다 나와버리면 또 아쉬우니까
적당히.
공식적으로(?) 다 끝나고 또 하면 되니까.
좋았던 건 그냥 같이 좋아하면 돼서 별 문제는 없지만.
생각이 다른 경우는 문제가 좀 있어요.
이 부분은 별로였어!
라고 하면 그 부분이 좋았던 사람은 이게 이래서 너무 좋은건데
어째서 그게 그렇게 돼서 별로인건지 궁금하고 반발심이 들잖아요.
그럼 또 각자의 다른 경험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이게 또 재미졌죠.ㅋㅋ)
불구경 구경하는 사람들은 재미가 좋죠.
기껏 자기 차례가 되서 신나게 이야기할려고 했던 사람은
생각지 못한 이야기보따리에 신경쓰다가
그 다음에 원래 이어서 더 하려고 했던 말을 까먹는 경우가 생겨요.
그럼 불구경 구경하던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막심하죠.
뭔 얘기를 놓쳤는지를 모르잖아요...?
더 재밌는게 뒤에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그때 못들은 이야기들은 뭐였을까 아깝게ㅋㅋ
그래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하고싶은 얘기를 다하고 나면
다음 사람 넘어가기 전에 질문을 하게 됐어요.
제가 벌떡궁금증에 자꾸 말을 많이 끊었는데..ㅋㅋㅋㅋ
지금이라도 사죄합니다.ㅋㅋㅋㅋㅋㅋ 대체 왜인지 너무 궁금했던 것이랍니다.
물론 다른 모든 일들처럼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되도록이면.
그럴려고 했죠.
아. 깜빡할 뻔 했네.
본모임의 시작은 책을 고른 리더가 이 책을 왜 골랐는지 얘기하는 걸로 보통 시작했어요.
뭐 책뽑기를 할 때도 이야기하고
주제글을 올리면서도 이야기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도중에도 이야기하긴 하지만
그래도 본모임 시자~악! 하는 의미로다가.
왜냐면 모임 초기부터
회장이 본모임 외적인 일들을 도맡아 하고.
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본모임 진행은 리더가 도맡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모두가 모임이 진행되는 한주, 한주
모임의 주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
책 딸랑딸랑 들고 대충 이야기할 것 가져오면 되는 손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손님같은 주인이 되기도 하고
주인같은 손님이 되기도 하고.
매번 역할을 바꿔가면서.
앉은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건 매번 똑같지만
두근거리는 점은 리더가 도착하면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할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서 할지 몰라서.
선호하는 순서는 사람마다 달랐는데
어떤 사람은 먼저 말 꺼내는 것보다 중간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얘기하는 걸 편해했고
어떤 사람은 하려던 말을 잊을까봐 초장에 먼저 하고 느긋하게 다른 사람들 얘기듣는 걸 좋아했고
어떤 사람은 뒤로가면 하려고 했던 말을 앞에서 다 해버릴까봐 먼저 하는 걸 좋아했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듣다보면 하고싶은 말이 더 생길거 같아서 나중에 하는 걸 좋아했고
어떤 사람은 이야기꾼 다음 차례만 아니면 괜찮다고 하기도 했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차례들이 홀딱 지나버리고 나면
리더가 또 마무리를 지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또 왜 이 책을 골랐는지 앵콜로 고백하고.
(안 지겨웠어요 진짜로)
던진 말거리들에 대한 자기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오늘 다같이 나눴던 얘기들에 대해서
이런 말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신기했다고
역시 사람이 이렇게나 다르다고
오늘도 역시는 역시라고.
본모임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에 또 나머지 일들을 했어요.
화장실을 다녀오고.
(물론 중간에도 다녀오고)
신입회원이 있는 날은 자기소개 시간을 가지고.
중고 신인이 있는 날은 또 자기소개 시간을 가지고.
다음 달이 다가오면 다음달 책들을 고르고.
의논할 일이 있으면 의논을 하고.
박수칠 일이 있으면 박수를 치고.
늦은 저녁밥을 먹기도 하고.
늦지 않은 맥주를 먹기도 하고.
늦지 않은 소주를 들이붓기도 하고.
목요일이라는 건 없는 사람들처럼
생간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월요일이네요.
다 읽은 책은 이제나저제나 주제글 기다리면서
영 안 읽히는 책은 모임전까지 볼수 있을까 없을까 안달복달하면서
내 책인 날은 갑자기 이번주 아무도 못오면 어쩌나 엄한 불안에도 떨고
믿는도끼서랍에 확인안해도 그대로 잘있것지 대충 생각하고
다음주책 도서관에 미리 빌리러 갔다가
월요일 휴무라고 잠겨있는 유리문 앞에서 분노하던
월요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