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윤리적인가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김효은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윤리적인 뇌와 인간적인 뇌과학자

 

요즘 태양이 지구의 둘레를 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지구가 태양 둘레를 공전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모두 받아들인다. 하지만 불과 40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믿었다. 발 아래의 땅은 움직이지 않고, 머리 위의 해와 별은 움직이는데 지구가 공전중이라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과학적 발견 이후에도 종교의 힘은 합리적인 근거를 얼마간 억누를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당장 믿겨지지 않는 과학의 발견이 이어지고 있다.


피니어스 게이지라는 유명한 신경심리학의 환자가 있다. 그는 공사 현장에서 폭발 사고로 쇠파이프가 대각선으로 머리를 관통했는데도 살아남았다. 이 사고로 뇌의 전전두엽 부위가 손상되었고, 인격이 변하게 된다. 전과 다르게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며, 지인들에게 무례한 말을 한다. 전전두엽 부위가 손상되어있고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다른 범죄자들의 뇌와 비슷한 뇌를 가지게 되자 인격도 변했다는 말이다


뇌의 변화로 인해 나타난 성향 때문에 폭력사고를 내게 된다면 뇌의 잘못이고, 나에게는 잘못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가자니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전전두엽의 손상이 있는 모든 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폭력성향이 나타날 확률은 3~4%, 전전두엽의 손상이 있는 사람의 경우 11%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수치를 떠나 책임이라는 것은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으로 구성되는 사회 안에서만 존재하는 도덕적 가치이므로 뇌 탓이 아닌 내 탓이라고 얘기한다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자라면 범죄자의 범죄가 뇌 탓이라고만 할 것 같고, 뇌를 이리저리 쪼개어 연구했더니 어디에도 보편적 윤리같은 건 없다고 주장할 것 같다. 하지만 이 뇌과학과 신경과학의 대가는 이번에도 보편적인 도덕적 본능이 있다고 말한다. 갓 태어난 아이들이 다른 신생아들의 통증에 반응하여 운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피흘리는 사람을 보았을 때 합리적 사고에 따르기보다는 직관적 본능에 따라 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본능이라는 것은 나 자신의 의지보다는 뇌에 의해 만들어진다.


저자는 많은 부분들에 있어 과학의 발전이 먼저이고 사회적인 논의는 그에 뒤따르면 되며 그 부분은 과학자들과 상관이 없다는 식이다. 과학 발전의 방향성이라는 것을 멈춘다고 멈춰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핵폭탄이 발명된 이후로도 우리는 여전히 숨쉬며 살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선한 결정들을 믿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신경윤리학이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서 어떻게 인간이라는 존재가 되는지, 어떻게 우리가 타인과 함께 사회 안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또 해야 하는지를 더 잘 정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사람이 되기 전 23주의 배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생명 끝자락의 의식이 없는 상태를 다루고, 인간의 지능에 대해 말하며 인간을 다루고, 잔인한 범죄문제로 사회 안의 인간을 다루며, 세상에 대한 믿음과 보편윤리까지 다룬다. 이 모든 주제는 인간의 뇌에서 비롯하고, 인간의 뇌에서 답을 찾는다. 뇌 안에서 찾고자 하는 답과 닿고자 하는 길 끝에는 인류가 경험한 많은 고통과 전쟁, 갈등을 제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저자는 신경과학이 사회와 일상에 대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돕고, 이로부터 또 다른 논의들이 생겨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과학의 발견을 따라 인간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믿음은 바뀌어왔다. ‘생각보다 윤리적인 뇌는 잘 믿기지 않지만 믿고 싶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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