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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워 - 무역은 왜 무기가 되는가
류재원.홍재화 지음 / 시공사 / 2022년 9월
평점 :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선진국들이 세계화로 생산 부문을 중국 등 해외로 옮길 때 한국 역시 이 과정에서 자본과 기술을 축적해 세계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0년 이상 세상은 품귀란 걸 모르고 살아왔지만, 앞으로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나 원자재, 곡물이 갑자기 수출 금지로 인해 품귀현상이 버러질 가능성이 큽니다. 자원과 식량을 포함한 '무역의 무기화'가 노골적으로 진행되면서 당장 모든 것이 까딱하면 품귀현상으로 이어질 지 모를 일입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된 이래로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담보로 '세계의 공장'으로 급성장했지요. 그러던 중국이 2021년 기준 GDP 16조 달러에 인구 14억의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이제 경제 규모 뿐 아니라 기술 발전에서도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한 미국은 2018년 3월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 방침을 밝히며,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 후 기술 패권확산 저지의 일환으로 화웨이를 제재하고,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등 48개 첨단 기업에 대한 기술, 금융 거래 금지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사실상 기술 패권 전쟁이며, 무역 전쟁의 서막이라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트레이드 워>에서 저자들은 이야기 합니다.
"전통적인 무역 전쟁은 환율 전쟁이자, 관세 전쟁이다. 상대국에 시장 개방과 환율 인하를 요구하고 불응하면 수입 관세를 높이는 식이다. 기술 전쟁은 양상이 좀 다르다. 그것은 표준 전쟁이자 공급망(Supply Chain)전쟁이다."
다시 말해, 글로벌 기술 표준을 자국 중심으로 설정하고, 상대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소재, 부품, 장비의 공급을 차단하여 공급망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이는 곧 제품을 대량으로 싸게 만들어서 싼값에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세계화라는 경제체제의 종말'을 암시합니다. 어쩌면 앞으로 세계 경제의 핵심은 자급 능력의 여부에 달려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구촌 각 나라가 서로 부족한 자원을 주고 받으면서 어정쩡한 균형을 이루며 살던 시대는 이제 끝이 났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무역전쟁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충돌이라는 점에서 군사적 전쟁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전쟁보다는 평화적으로 해결할 시간적 여유가 있고, 약소국이 강대국을 직접 공격하여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히기 어렵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대 국가들은 국가 간 갈등을 군사작전보다 무역전쟁으로 끌고 가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저자들은 설명합니다.
이제 어느 나라든지 직접 물리적인 전쟁을 하지 않고도 우월한 경제 규모나 기술을 통해 상대방에게 자국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습니다. 세계화의 종식과 더불어 지구상의 무역분쟁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지구상 최대의 무역전쟁이라 할 수 있는 '미중 무역 전쟁'을 설명하면서 저자들은 중국은 미국을 타도해야할 제국주의이자 제품을 팔아야 하는 시장으로 보았고, 미국은 중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바뀌길 원하지만, 세계화의 전초기지인 생산기지로서 상대적 중요성만 부여하고 있어 이러한 미중 양국의 '동상이몽'에서 무역갈등의 본질을 규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19 발원국가로서 중국의 사실 은폐를 포함한 책임론의 부상과 무역 전쟁의 종착역인 반도체 문제를 거론하며, 지식재산권과 기술 갈등 및 중국의 첨단 제조국가 굴기를 천명한 '중국제조 2025'에 맞서 중국 반도체 등 첨단제품 대부분에 엄격한 미국 관세부과 및 기술 탈취에 대한 엄정한 대처 등을 신랄하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미중 양국의 패권전쟁의 패러다임에는 디지털 기술 전쟁 시대에 있어 새로운 표준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이 진행 중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거 서구 선진국들은 중국에 글로벌 표준 준수를 강요했으나, 이제는 중국이 글로벌 표준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말그대로 삼류국가는 제품을 만들고, 이류 국가는 기술을 만들지만, 일류 국가는 표준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삼류 국가에서 일약 일류 국가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중국의 전략이 미국의 심기를 심히 거스러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새로운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경제 인프라를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경제'로 규정하고 있는 저자들은 '기술 전쟁은 표준 전쟁'이기에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표준을 만드는 것이 바로 일류국가입니다.
책에서는 미국, EU, 일본, 중국 등이 5G를 넘어 6G 및 인공지능 등 혁신 기술의 글로벌 시장 표준을 선점하고자 하는 다양한 ICT 표준 정책을 도표를 통해 상세히 설명하며, 특히 표준 시장에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또 다른 수단인 ESG를 다루고 있습니다. '환경(Environment)' 문제를 생각하고, '사회(Social)'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며, '기업경영(Governance)'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ESG 경영'은 이제 시작된 경제 개발과 사회주의 정치 체제인 중국에게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미국이 간파한 것이죠.
예컨데, 유럽이 설정한 ESG를 기준으로 중국 정부와 기업을 평가한다면 외국 기업은 더 이상 중국에 투자할 수 없답니다. 이미 투자한 기업도 모두 철수를 해야할 판입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선진국의 무역과 투자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경제성장도 없었을 것이며, 이것이 바로 미국이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ESG를 추진하려는 이유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ESG를 가장 먼저 법제화한 '유럽연합', 다양성과 공정성을 추구하는 '미국', 녹색산업으로 ESG를 실현하고자 하는 '중국' 그리고 국민적 참여를 권고하는 '일본'의 국가 및 기업 단위의 ESG 사례를 잘 풀어내고 있어, 미래 패권전쟁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ESG 이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글로벌 무역은 두 가지 커다란 장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자유 자본주의 국가와 러시아, 중국 주도의 권위주의 국가 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무역 갈등과, 지구 환경과 평등한 인류애를 기본으로 시민단체가 이끄는 보이지 않는 ESG 갈등이 그것입니다.
세계화의 종식은 분명 우리나라의 크나큰 위기입니다. 미중 패권 전쟁과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게 경제가 노골적으로 블록화되는 상황에서 어느 쪽에 설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너지는 물론 천연자원과 원자재, 식량, 어느 하나 자유롭지 않은 한국경제는 자급자족까지는 아니더라도 버틸 힘을 키우기 위해 대외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더불어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와 이를 토대로한 '글로벌 협력 확대'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무역 전쟁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예측해 보고,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라 평가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