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깊다]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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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깊다 -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전우용 지음 / 돌베개 / 2008년 5월
평점 :
한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경제, 문화, 정치 등 미시적인 부분을 통해 그 사회를 살펴보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거시적인 방법을 통해 그 사회를 들여다 보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아주 독특하게도 ‘서울’이라는 도시를 통해 서울 뿐만 아니라 근대와 현대를 가로지르는 현재의 우리들 모습을 반추하고 있다.
다른 도시도 아닌 서울이라는 공간을 탐구의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독특하다.‘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서울이라는 도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특이하면서도 엄청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욱 등 모든 것을 빨아 들이는 마치 블랙 홀과 같은 존재다. 예전에 비해 그와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위와 같은 시점에서 서울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이런 소재를 가진 책들이라고 하면 신변잡기적이고 지은이의 주관이 들어간 에세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문화라는 것도 이제는 상품화 되어 흥미위주로 되어 버린 경우가 많아 그러한 글쓰기를 부채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전혀 다르다. 지은이의 서울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예리한 통찰력이 글 곳곳에서 뭍어 나온다. 서울에 대한 인문학적 전문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지은이의 땀방울이 느껴지는 잘 쓰여진 글이다.
지은이는 서울이라는 말의 본래 의미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시대를 거치면서 점차 사라져 가는 당시 유행했던 말들의 유래를 찾아보기도 하고, 서울 여기저기 남아 있는 상징물들의 변화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기도 하며, 우리의 모습들을 담아 내고 있다. 특히 당시의 시대상을 담은 사진은 귀중한 자료들이다. 서양인들이 찍은 사진은 다분히 그네들의 시각에서 렌즈를 들여다 보고 있어 다소 시대와 동떨어진 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사진을 통해 변해버린 서울의 모습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닥쳐올 서울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다.
시대는 변하지만 그 시대에서 삶과 생활의 애환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비슷하거나 동일하지 않을까. 초고층 빌딩과 편리한 문화시설 등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문명의 이기는 다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나온 서울의 모습을 읽으면서 어느새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로 물들어 버린 현대 도시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골목길 좌우에 늘어섰던 작은 필지들이 모습을 감추고 대형 필지 위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주거 생활의 새 표준이 된 뒤에도, ‘소형 평형 의무화’같은 행정 규제로 인해 ‘섞여 살기’와 ‘어울려 살기’는 잔영이나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끼리 끼리 모여살기’ 추세가 심해지고 도시 행정도 그를 뒤따르면서 동네 사이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연대의식이 사라진 도시는 대립의 현장일 뿐 통합의 공간은 아니다(책 제56, 57쪽 참조).” 라는 말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