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억속의 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 기억 속의 색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권장도서
미셸 파스투로 지음, 최정수 옮김 / 안그라픽스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가요?

누군가로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잠깐 주춤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색깔이 있었던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왜 색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일까?

색깔은 그 사람의 마음 상태나 그 사람의 스타일을 알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고 한다. 미술을 이용한 치료에서도 색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이런 것을 차지하고서라도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색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색에 따라서 어떤 것을 대표하는 것으로 정해 놓고 있어 색이 소통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색은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있다.

 

이 책은 2010년 메디치 에세이 상(PRIX MEDICIS ESSAI 2010)을 수상한 색채학자 미셸 파스투로가 쓴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은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그림을 통해 색을 이야기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지은이는 아예 색이라는 단일한 주제로 색과 관련한 모든 것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는 1950년부터 2010년까지 60여 년의 세월 동안 기록한 색의 기억을 담고 있다. 의복, 일상생활, 예술과 문학, 스포츠, 신화와 상징, 취향, 언어와 어휘에 이르기까지 색에 대해서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생각을 담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글인 것 같다. 각각의 소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은이가 살아오면서 색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책은 무미건조하기 이를데 없다. 색에 대한 사진 한 장 없다. 하얀 여백위에 깨알 같이 박힌 검은 활자들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많은 다른 책들과 전혀 다른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시각적 이미지가 없이 색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지은이는 색에 대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색이 주는 상상의 세계를 들여달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제까지 색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은이가 들려주는 글들을 읽으면서 역시 색에 대한 의미나 정의 등이 모두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또 다른 제약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색을 일의적으로 정의한다는 것은 그 시도 자체부터가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이 태초에 색을 언어로 이야기 하지 않았듯이 언어로 색을 언명하는 순간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상상의 세계는 하나 둘씩 없어진다.

 

색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색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한다. 60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색이라는 주제 하나 만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대화한 지은이의 열정과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책이다. 그림 한 점, 사진 한 장이 없어도 그 깊이와 울림은 다른 어떠한 책보다 더 화려하고 풍부하게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