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age)사태 이후로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에 빠져 들었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유럽 몇몇 국가는 국가 부도의 위기에 직면했다.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서기까지 했다.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미국과 일본 같은 경제대국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세계 경제 현실이다.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IMF 환란 이후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은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극한 상황에 내몰린 서민들은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였다. 경제는 단순히 경제 문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어느때보다 경제에 대한 올바른 처방이 필요한 시기다.

 

그 사이에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내노라하는 학자들과 금융종사자들, 정책입안자들이 여러 가지 경제처방을 내놓았다. 하지만 경제는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나빠지고만 있다. 세계 석학들이 내놓은 각종 경제정책도 속수무책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기존의 경제이론으로는 제대로 된 처방전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기존의 주류 경제학의 이론만으로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경제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경제이론이 행동경제학이나 인간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다.

 

주류경제학을 대체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새로운 경제이론들은 모두 하나같이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시장경제는 언제나 균형을 향해 움직인다’, 라는 주류경제학의 기본 가정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면을 보이고 있으므로, 주류경제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경제이론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지은이는 주류 경제학을 폐기하고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네트워크 이론, 복잡계 과학, 행동경제학, 시스템생물학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제학을 설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책의 원제는 ‘경제적 신화(Economyths)'이다. 부제가 ’경제학이 범하고 있는 10가지 오류(Ten Ways That Economics Gets it Wrong)' 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책에서는 기존 경제학의 10가지 오류, 즉 경제는 수학 방정식으로 표현이 가능하고, 경제주체는 독립적이며, 경제적 위험은 통제가 가능하고, 경제는 통계를 이용해서 조절할 수 있으며, 경제는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경제는 인간에게 희망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며 경제적 성장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 등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류 경제학 이론만으로는 현재의 경제현실을 제대로 설명하고 그 대책을 수립하기가 쉽지않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을 통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상은 기계론적 사고에서 불확실성의 복잡계로 이동하고 있다. 모든 것은 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주류 경제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 라는 발목에 사로잡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경제학에서도 혁명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은이가 주장하는 내용은 귀담아 들을만 한 이야기들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주류 경제학이 잘못 되었다, 라고 하는 비판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경제 현실을 처방할 만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혁명이 완결될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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