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은 왜 씨암탉을 잡아주실까? - 음식유래 이야기
윤덕노 지음 / 청보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최근 한류 열풍과 함께 한식(韓食)을 세계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본다. 음식은 단순히 ‘먹거리’라는 의미를 넘어서, 한 나라와 한 민족의 역사, 풍습, 문화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음식을 통해 또 다른 한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는 음식 만큼이나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흔히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장모님은 왜 사위에게 씨암탉을 잡아주실까?”가 가장 대표적이다. 매번 궁금하게 생각한 이야기였지만 그 유래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 책에는 이처럼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궁금해했던 음식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책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감춰진 깊은 뜻’ 에서는, 생일날 미역국을 먹게 된 유래, 장모님이 사위에게 씨암탉을 잡아 준 이유,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놓는 이유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에는 몸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 뿐만 아니라, 때로는 우리의 소원과 염원을 담은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식이 단순히 음식의 차원을 넘어서 문화라고 하는 이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2장 ‘음식이 보약’ 에서는, 국수는 무와 먹어야 탈이 없는 이유, 복날 삼계탕을 먹는 이유, 양파에 대한 종교적인 시각 차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사람들은 몸에 좋은 음식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정력에 좋다, 미용에 좋다, 건강에 좋다, 라는 가지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다양한 음식을 먹는다. 조상들의 생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들이다.

 

3장 ‘진실 혹은 거짓’ 에서는, 신숙주와 숙주나물의 관련성, 닭도리탕이 일본식 이름인지 여부,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 회에 대한 중국, 일본, 한국의 차이, 두부 기원의 진실과 허구 등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닭도리탕의 연유나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 등에 대해서는 항상 궁금했었는데, 이 장을 통해 음식에 대해 잘못 알려져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4부 ‘세계화 DNA' 에서는, 돌솥 비빔밥, 상추쌈, 불고기, 두부 등 최근 한류 열풍과 한식의 세계화 바람을 타고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우리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랑스, 터키, 중국 음식 등에 비해 오히려 우리의 음식 문화가 더 풍부하고 깊은 맛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한다.

 

5장 ‘어원을 찾아서’ 에서는 빈대떡, 고구마, 감자, 국수, 당면, 오징어, 전골 등 각 음식이 가지는 어원을 따라간다. 고구마가 일본어 사투리 고우시마(こうしま)에서 유래하고, 우리말 감자와 영어 포테이토가 본래 고구마를 뜻하는 단어였다는 것은 전혀 의외의 이야기였다. 전골은 포졸의 벙거지를 닮은 그릇이라는 뜻이고 오징어는 까마귀의 적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 이야기다. 음식 이름의 기원을 찾아가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우리 역사이야기는 덤으로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지은이는 이미 ‘음식잡학사전’을 통해 음식과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 바가 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와 중국, 서양의 고문헌은 물론이고 현대 문헌,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많은 참고 사이트 등 음식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인용하여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더욱 풍부하게 쏟아내고 있다.

 

음식에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깊은 뜻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애환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음식에 대한 세계 각국의 문화를 서로 비교해서 읽을 수 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앞으로 시리즈로 출간될 것이라고 하니 기대를 해본다. 소개된 음식이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독자들의 눈요기(?)를 위해서라도 음식에 대한 사진을 곁들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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