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연중행사와 관습 120가지 이야기 - 일본 황실 도서관의 수석 연구관에게 직접 듣는
이이쿠라 하루타케 지음, 허인순.이한정.박성태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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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일본의 오사카를 다녀온 적이 있다. 오사카 중심지의 번화가는 서울 강남역이나 마찬가지로 휘황찬란한 네온싸인과 많은 젊은이들로 붐볐다.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너무나 흡사했다. 일본도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전통문화가 많이 퇴색되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에서는 기모노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신사(神社)가 다양한 모습으로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술집에서도 인테리어로 신사를 사용한 것을 보았다.

 

한 나라의 전통문화를 살펴보면 그 속에는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되어 온 그 나라 특유의 정신과 생각이 담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 나라를 이해하는데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사용된다. 그 중에서도 그 나라의 전통문화를 살펴보는 것만큼 그 나라를 잘 이해하는 방법도 없을 것이다. 그 나라와 국민의 정체성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유구한 역사와 관습 등을 통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류열풍을 타도 한국을 알기 위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려는 열기가 가득하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거 일본에 대한 안좋은 역사적 감정으로 인하여 소수 매니아층을 제외하고는 적극적으로 일본문화를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위와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이 책은 일본이라는 나라와 민족을 이해하는데 좋은 지침이 되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에는 11장에 걸쳐 일본의 연중행사와 관습 120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그 역사적 유래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일본인의 시간과 자연, 신앙 등 정신적인 면을 살펴볼 수 있는 ‘일본인의 자연관과 신앙’, 정월과 일상생활에 변화를 주는 일본인들의 생활태도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정월의 관습’, ‘연중행사의 관습’,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가장 큰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임신․출산, 결혼, 장례 등을 통해 일본인들의 의식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임신․출산의 관습’, ‘결혼의 관습’, ‘경사의 관습’, ‘장례식의 관습’, 그리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아주 사소한 일들에서도 정성을 아끼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향취가 느껴지는 ‘선물의 관습’, ‘편지에 관한 관습’, ‘운에 관한 관습’, ‘관습과 관련된 속담’ 등이 수록되어 있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일정 부분은 우리나라의 문화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동양권 유교문화이고 역사적인 상황을 되집어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단순히 일본의 문화를 아는 차원을 넘어서 한국과 일본, 더 나아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문화의 영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해준다.

 

지은이는 일본 황실 도서관 수석 연구관을 지낸 이이쿠라 하루타케(飯倉晴武)다. 그는 현재까지 전해 오는 전통 관습과 생활양식 등을 11가지 테마로 분류하고, 그 역사적 유래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본인이 직접 쓴 일본의 연중행사와 관습에 대한 이야기로서,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어서 아주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일본인들을 상대로 쓴 책이다보니 일본인들은 잘 알지만 우리에게는 생소한 풍습이나 용어들이 많다. 역자들은 이런 부분을 감안하여 풍부한 역주를 달아두고 있으며, 또한 원전에는 없는 사진을 수록하여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있다.

 

지은이는 점점 잊혀져가는 일본 전통 문화와 관습에 대해서 아쉬운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쌓아올린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전통문화와 관습을 통해 현대의 일본인들에게 문화적 자긍심과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읽을 수 있는 혜안을 길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일본 문화의 밑바닥에 깔린 정신과 사상, 세계관 등을 이해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비슷한 처지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우리의 전통 문화와 관습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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