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경쟁력은 국어 실력이다 - 말짱 글짱 홍성호 기자의
홍성호 지음 / 예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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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어 몰입식 교육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지금 주변을 보더라도 영어가 마치 제2의 모국어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주택가마다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영어학원과 매년 엄청난 숫자로 불어나는 해외유학생들을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심지어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하는 유아들에게까지 영어를 가르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이제는 TV에 나오는 가수들이 영어 이름을 쓰는 것이 그다지 어색해보이지 않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어의 중요성을 역설하면 시대를 거꾸로 가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딱 알맞다. 

그런데 지은이는 이런 상황에서 국어 실력이 진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국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자국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면 이는 죽은 지식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이상 우리말로 생각하고 의사표현을 할 수 밖에 없고, 영어는 그와 같은 의사표현을 위한 하나의 매개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은이의 주장이 그저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 교육학을 전공한 교수들도 영어 이전(以前)에 모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않으면 영어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를 펼쳐 본 이후로는 우리말에 대한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매일 사용하는 말이어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 배워야 하겠다는 마음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말이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우리 주변에서 범람하는 영어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 언어에는 영어뿐만 아니라 한자권 문화다보니 한자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생활 곳곳에 남아 있는 일본어의 흔적까지 더해져서 의외로 제대로 된 우리말을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은이는 국어는 제대로 알고,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나의 힘’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경쟁력이라는 제목하에 4장에 걸쳐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경쟁력 1에서는 표준어와 비표준어, 헷갈려서 잘못 쓰는 단어, 외래어와 고유어, 북한말, 경쟁력 2에서는 조어, 사어, 약어, 생명을 가지고 변화하는 말, 경쟁력 3에서는 좋은 문장을 만드는 법과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방법, 경쟁력 4에서는 맞춤법, 외래어표기, 띄어쓰기, 문법과 발음, 문장부호 등 꼭 지켜야 할 국어의 약속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오랜 기자 생활을 하면서 현장에서 갈고 닦은 국어 실력이 빛을 발한다. 교과서 형식의 딱딱한 설명을 피하고,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내용들을 소재로 재미있고 쉽게 우리말에 다가가도록 해주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의 말글 실태를 인용하거나, 때로는 정계나 관계, 재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문학작품의 사례를 인용하여 현실감 있게 우리말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우리말의 재미와 경이로움에 푹 빠진 내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지은이는 우리말의 바른 사용법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말 정책에 대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현대 서울말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많은 방언들을 표준어와 차별해 온 것은 우리 언어 정책의 실책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원래는 ‘모밀꽃 필 무렵’이었는데 방언이어서 ‘메밀꽃 필 무렵’이 되었다는 에피소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간 우리말 정책이 얼마나 안일한 방향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또한 북한의 달라진 말을 단순히 호기심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하고, 언젠가 이뤄 내야 할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선 남북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언어에 대한 책들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종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다 한글날이라도 되면 우리말을 아끼고 바르게 써야한다는 일회성 행사가 전부다. 언어는 그나라의 문화적 척도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말처럼 과학적인 말은 없다고 한다. 국어 실력은 경쟁력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을 비추어보는 거울이기도 하다.학교에서 배우고 난 뒤에는 그저 우리말을 한다는 것으로 우리말에 대해 잘아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반성할 점과 배울점을 담은 소중한 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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