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메에서 일본을 만나다
조성기 지음 / 어문학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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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메’
예전같으면 일부 소수 일본 대중문화의 열혈 매니아만 알고 있던 단어다. 하지만, 이제는 그다지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의 일본식 발음이 바로 '아니메'다. 특히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저패니메이션이라고 부를 만큼,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에서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의 60%가 일본산이며, 특히 유럽에서는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의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

나도 어릴적 TV에서 방영한 만화들이 우리나라 것인지 알았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일본 것인지 알고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어릴적 보았던 만화들이 아직까지도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저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원작도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고 한다. 일본 자국 내에서도 히로카네 켄시가 창조한 시마 사장이 일본의 대표적인 석간 신문인 ‘아사히’ 등을 비롯한 일본의 유력 일간지에서 일제히 보도되고, 실제 시마 사장 취임 기념 기자회견이 열릴 정도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반딧불의 묘’에서 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라고 묘사한 부분을 보고 안좋은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은 거의 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와의 관계에서 안좋은 역사적 경험도 있고 현재까지도 과거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그들의 문화 자체에 대해 어느 정도 색안경을 끼고 있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문화는 그 나라를 구성하는 국민들이 무얼 먹고 생활하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문화를 읽으면 그 나라 국민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은이도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일본 아니메를 통해 일본과 일본인을 읽으려고 하고 있다.

지은이는 독수리 5형제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드래곤 볼에서 지방 분권주의를, 짱구는 못말려에서 일본의 어린이 교육을,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에서 반한 감정을 살피는 것으로 일본의 정치와 사회를 들여다 보고 있다. 이처럼 지은이는 일본 아니메를 통해 일본의 정치와 사회, 경제와 산업, 여성관, 과학, 신도를 살펴 보는가 하면 일본 아니메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사도, 모노노 아와레의 미학, 신도, 일본 전통예술 등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중에서 신도가 일본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새삼 놀라웠다. 신도는 종교적 혼합주의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어느 문화권보다도 더 판타지 세계를 창조하는 데 훨씬 더 알맞은 문화적 배경이 되어주었고, 일본인들은 이성적 판단의 잣대를 벗어나서, 다양한 동서양의 고대 신앙을 신화의 비빔밥에 덧붙이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문화적 환경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러한 자유로운 창작의 문화가 아니메란 대중문화로 꽃피우게 된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책 142쪽 참조).이는 과밀한 인구와 경직된 사회의식에 심하게 억제되는 개인의식을 가진 일본 사회에서 아니메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원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책에서는 다소 묵직한 주제들을 아니메라는 장르를 빌어 독자들에게 일본 사회 전반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이 이외에도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흩날리는 벚꽃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 헐리우드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만의 독특한 리미티드 기법이 탄생하게 된 배경, 닌자와 사무라이의 차이, 일본인이 만든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유 등, 독자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궁금하게 여기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지만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아주 독특한 나라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지 않았나 한다. 대중문화는 그 나라의 가장 기층을 이루는 대중들의 의식 세계를 그대로 드러내보인다. 그런 점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아니메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많은 단서를 제공하는 것 같다. 아니메라는 익숙한 대중문화를 코드로 하여 일본사회를 무겁게도, 그렇다고 가볍게도 다루지 않아, 일본이라는 사회를 이해하는데있어 적당한 입문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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