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시여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 - 쇼가 있는 경성 연예가 풍경
김은신 지음 / 김영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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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석학들은 21세기는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있고 이들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수입은 문화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측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음악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류’도 그와 같은 단적인 예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화라는 큰 항목안에서도 대중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보통 영화, 드라마, 팝음악, 춤 등을 가리켜 연예(演藝) 내지 엔터테인먼트라고 부른다. 처음부터 연예라고 불리지는 않았을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식으로 연예가 형성되고 발전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바로 우리나라 근대 연예사를 조명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구한말부터 광복전까지 약 50년간을 다루고, 공간적으로는 경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조선이라는 봉건사회의 몰락과 함께 대중을 상대로 한 연예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 시기는 우리 연예사에서 시사하는 점이 많은 시기이다. 특히 모든 것들이 ‘한국 최초’가 되었던 시기다. ‘전통연희’가 ‘연예’로 넘어오는 과도기로, 궁궐에서 기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설공연장들이 생기면서, 소리꾼, 재담가 등이 스타로 부상하게 된다. 일반 대중들도 궁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라디오, 유성기, 활동사진까지 등장하면서 우리 연예사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기기들로 인해 신불출, 박춘재는 전국적인 스타로 급부상했다.

뭐니뭐니해도 경성시대의 최고 스타는 기생들이었다. 기생들도 출신이나 배경, 재능에 따라 대접도 다르고 활동무대도 달랐다. 오늘로 치면 A급 배우, B급 배우로 칭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기생들을 훈련시키는 프로덕션 같은 것들이 생기는 등 오늘날과 별반 다를게 없는 시스템이 생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여러분이시여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도 박승필이라는 흥행사가 1914년 10월 9일자 매일신보에 낸 광무대와 단성사의 합동공연광고기사 첫줄의 내용이라고 한다.

노래 가사집에 해당하는 소리책이 유행했고 사당패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 유명 기생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담은 ‘조선미인보감’이 출간되었다는 점, 기생들 자신의 신분과 처지에 대해 이야기한 ‘장한(長恨)’이라는 기생잡지가 기생들 자신들의 손에 의해 직접 발간되었다는 점 등은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안 부분이기도 하고 흥미로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기생잡지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심한 윤리적 잣대를 갖다되었을 당시를 생각하면 선뜻 믿기지 않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일제강점기여서 많은 자료들이 소실된 가운데서 당시 경성연예사를 오밀조밀하게 재미나게 소개한 지은이의 땀과 수고가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많은 신문기사와 잡지기사, 그리고 문헌 등을 통해 최대한 당시를 정확하게 고증하려고 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워낙 당시의 대중문화, 특히 연예사에서 대해서는 소개된 글들이 없었던 관계로 글을 읽으면서 많이 낯설고 생소한 느낌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면서 비록 암울한 시기였지만 대중들의 생동감넘치는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흥미위주의 에세이류와 처세술이 범람하는 요즘 출판계를 생각한다면, 이 책은 더욱 빛이 나는 것같다. 이제껏 전혀 접해보지 내용들이었고 제대로 조명도 되지 않았던 분야여서 흥미롭고 신기한 것들이 많은 책이었다. 한 번쯤은 색다른 책읽기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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