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줄 꽂아놓고 - 옛사람의 사귐
이승수 지음 / 돌베개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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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 가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진정으로 나를 알아 주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 물음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면 인생에 있어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요즘 같은 각박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벌써 나부터 그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뢰가 아닐까. 누군가가 나를 끝없이 믿어 준다면 그것만큼 힘이 되어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도 변했지만 인간을 이어주는 것은 서로를 믿어 주고, 서로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땠을까? 서로의 나이, 성별, 계층, 지역, 이념, 사상 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 스물네 사람의 사귐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우리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하게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아름다운 말로 서로의 관계를 수식할 수록 허무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나옹화상과 이색은 만나지 않았으면서도 한마디 말조차 나누지 않았으면서도 서로 간에 어긋남이 전혀 없었다.

우정은 서로의 차이를 넘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서로 신뢰할 때, 차이는 세계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그러나 반대로 동질성에만 집착하여 테두리를 만들고 내적 결속을 도모하며 그 밖의 것을 배척하는 우정은 한갓 협잡이나 떼짓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본서 제53쪽 참조). 정몽주와 정도전은 고려와 조선을 대표하는 자로서, 어쩔 수 없이 서로 대결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서로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19세가 더 많은 김시습과 남효온의 관계, 사제지간인 이황과 이이의 관계, 나이와 성별, 그리고 신분의 차이를 뛰어 넘은 허균과 매창의 관계 등 다양한 사람들간의 관계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나이와 성별, 계층이 아니라 서로간의 신뢰와 배려라는 것을 들려준다.

요즘처럼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친소가 달라지고, 학연과 지연 등을 따져 파벌을 만드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노라면, 옛사람의 사귐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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