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이 사랑한 천재들 - 클림트에서 프로이트까지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1
조성관 지음 / 열대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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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 속으로 동경하는 나라나 도시가 있을 것이다.
배낭 여행으로 오스트리아 “빈”을 찾았을 때, 도시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하는 귀에 익은 클래식 선율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의 귓가를 맴돌고 있다.

청명한 날씨와 신구가 잘 조화된 깔끔한 건축물들, 푸르게 우거진 나무들,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은 문화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그저 붙은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그때 빈에 대해 느낀 감정은 아직도 나로 하여금 빈이라는 도시를 마음 속 한 구석에 동경의 대상으로 남겨 두었던 것이다. 언제 다시 한 번 “빈‘ 거리를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 잇었는데, 이 책으로나마 그때 그 곳들을 둘러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은이는 “빈”을 무대로 자신들의 꿈과 열정을 불살랐던 6명의 천재들, 황금빛 몽환적 에로티시즘의 화가 클림트,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 가난과 질시 속에서 열정의 삶을 불태운 음악 신동 모차르트, 비운의 천재 베토벤, 장식과 치장을 거부한 건축가 아돌프 로스, 현대 건축의 거인 오토 바그너가 남긴 삶의 흔적을 ‘빈“이라는 도시를 통해 재발견하고 있다.

지은이는 빈의 골목길, 카페, 성당, 궁전, 극장, 공원, 역들을 돌아보며 6명의 천재들이 남긴 체취를 호흡하려 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살았던 집과 그들의 영원한 안식처인 묘지를 둘러보는 장면에서는 왠지모를 서글픔마저 느껴졌다.

이 책은 “빈”이라는 도시를 소재로 하는 기행문으로서의 성질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6명의 위대한 천재들에 대한 평전으로서, 때로는 당대의 정치,경제,문화에 대한 역사서로서도 읽힌다. 1684년 오스만 투르크가 빈을 공격하다 실패하고 퇴각할 때 그들이 남기고 간 커피 원두를 통해 빈에 커피가 전해져 오늘날과 같은 카페가 생겼다는 이야기까지 아주 세세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까지 실어서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또한 지은이는 6명의 천재들에 대한 인간적인 면도 놓치지 않고 있다. 여섯명의 자식 중 두명의 아들만 살아 남앗으나 그 아들들 마저도 자식을 낳지 못해 가문이 끊기고, 말년에는 가난에 찌들려 생마르크스 공동묘지에 행려병자의 시신들과 함께 묻힌 모차르트, 빈에서 50여 차례나 이사를 다니며, 요제피네에 대한 헌신적이다 못해 맹목적이기까지 한 사랑과 그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혈육인 딸 미노나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베토벤, 카페 란트만에서 여성들의 눈에 띄기 쉬운 자리에 언제나 앉았던 프로이트 등에 대한 일화 등은 그들이 위대한 천재성을 가진 비범한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우리들과 같은 보통 일반인들과 다름없는 인간으로서의 면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주어 때로는 웃음을 머금게 하고, 때로는 슬픔을 넘어서 서글픔마저 안겨주었다.

지은이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 200여컷이나 들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단순한 기행문들과 달리, 지은이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 갔으며 무엇보다 지은이가 얼마나 빈을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1800년에 23만 2,000명이었고, 지금은 200만 명이 겨우 넘는 인구를 가진 작은 도시, 빈.
수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임에도 죽은 도시처럼 느껴지는 곳이 잇는가 하면, 빈처럼 얼마되지 않은 인구의 자그마한 도시지만 활력과 정열이 넘쳐 흐르는 살아있는 도시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빈의 생명력을 빈에서 생활했던 6명의 천재들을 통해 느꼈고, 6명의 천재들은 빈이라는 도시에 자신들의 열정을 불어 넣었던 것이다. 빈이 없었더라면 6명의 천재들이 없었을 것이고, 6명의 천재들이 없었더라면 빈은 존재하지 않았을 정도로 서로의 자양분과 생명력을 나누어 가졌던 것이다.

언제나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빈의 생명력이 용솟음치는 것만 같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내 마음은 벌써 빈과 함께 6명의 천재들의 열정적인 삶속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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