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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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 인문학이 고사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학계만아 아니라 출판계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었다. 인문학이 안좋다는 이야기는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이렇게까지 절망적인 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절망 앞에서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절망의 끝에서 한 희망이 생겨난다.
미래는 그 희망에 잇닿아 있다.
절망은 밤이요. 희망은 작금의 찬란한 태양이다.

마음이라는 것, 그것은 만족함이 없을 것이다. 결코.

-윌리스 스티븐슨, 「잘 차려입은 턱수염 사내」중에서(본서 202쪽 참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은이 얼 쇼리스는 빈민들을 이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력(Force)의 포위망’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그 방법은 바로 인문학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문학을 통하여 ‘정치적’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정치적’이라는 의미는 단지 선거에서 투표하는 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아테네의 정치가였던 페리클레스가 ‘정치’를 가족에서부터 이웃, 더 나아가 지역과 국가 차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기본 생각위에 지은이는 자신이 몸으로 부딪히고 실천으로 옮긴 ‘클레멘트 코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당장의 의식주가 절실한데도 불구하고 지은이가 인문학을 부르짖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당장의 경제적인 보탬이 순간적인 어려움은 헤쳐 나갈 수 있어도 의식이 전환이 없이는 영원히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1장에서부터 12장까지는 클레멘트 코스가 필요한 이유와 그 이론적 배경에 대해서 설명하고 12장부터는 클레멘트 코스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어떠한 영향을 미쳤으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솔직히 12장까지 이야기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적용하여 전개된 13장부터의 클레멘트 코스 운영에 대한 이야기는 지은이가 얼마나 이 사회와 사람을 사랑하는지를 엿보게 하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인문학이 절벽 끝에 와있다는 우리들의 자조가 지은이 앞에서는 단순한 불평처럼 들리게 하였다. 지은이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사회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모습은 진정한 학자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하였다.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하여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써내려간 이론인 것이다.

이 책이 발간될 당시에도 림프선암 3기라는 불편한 몸으로 우리 나라를 방문해서 클레멘트 코스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하였다는 이야기에 클레멘트 코스가 지금처럼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인문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진정한 부(물론 여기서의 부라는 개념은 경제적인 개념이 아니라 정신적인 개념이다)가 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은이는 우리들이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생각을 다시금 한번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교육’은 필요 없고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본서 제441쪽 참조). 우리는 가진 자의 입장에서 이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진보적이고 살기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것은 장명한 이치라 하겠다.

다음과 같은 글을 다시금 한번 상기해 보면서 이 책이 우리들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언젠가 한 철학자가 인간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말해주고 싶어할 만큼 충분히 다르지만, 서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비슷하다.우리는 일란성 쌍둥이는 아닐지라도 분명 한 가족임이 틀림없습니다’(본서 제14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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