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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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단톡방에 올렸던 내용, 복사해서 붙임.


지난 모임 때 혜진이가 빌려준 정세랑 작가의 ˝ 지구에서 한아뿐˝ 을 읽었습니다.
지난 모임 때 두세 분이 ‘해피 뉴이어‘는 정세랑작가의 이상형의 남성, ‘이혼세일‘은 이상형의 여성을 써 놓은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은 정세랑 작가의 이상적인 삶이 아닌 가 합니다.. 많이 벌지는 않지만 먹고 살만한 정도의 덕업일치, 가족같지만 선을 넘지 않는 친구, 주인공이 딱 이상적인 남자친구와 동거 및 결혼 생활 , 그리고 죽음 이후의 여행까지. 일반적인 연애와 결혼이 아니기에 남자친구는 외계인이 될 수 밖에 없구요.
그래서 SF라기 보다는 판타지인데, 판타지라고 하기에는 욕심이 없고 아기자기 하네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저는 재미있게 보았고, 한 번 더 일년이나 이년 후 즈음 다시 읽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빌려준 혜진이와 정세랑 작가를 소개해준 미영이에게 감사합니다.
다들 모임이 없고 하니, 온라인에서 라도 책 추천이나 현재 일고 계신 책 공유는 어떠실까 하는 마음에.. 제가 읽은 책 공유 합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잘 해결되고, 더 좋게 흘러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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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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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2019017
1독 201904.27 ~ 04.28
한강. 창비. 2014

한강작가 인터뷰
잔혹함을 쓰려하지않고, 그분들의 깨끗함을 쓰려했다.
에필로그는 작가의 말이 아닌 소설의 연장., 이동진의 빨간다방
다중시점

피지 못한 소년들의 영혼을 위한 간절한 노래, 창비 팟캐 라디오책다방
광주도 까마득한데 세월호를 기억할수있을까
잊지않겠다는 약속만큼 공허한게있을까
소년의 존재. 순결함 깨끗함 고귀함 인간에게 있어서 훼손되어선 안되는것. 지켜야하는것
제목의 의미
살아있어요

< 잡다한 생각들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어보면 좀 더 사고가 확장되지 않을까.
그 사람 같은 대표적인 경우도 있지만, 여기서 나오는 평범한 사람들. 특히 군인들.
그들의 악의 평범함에 대해 읽고 싶어졌다.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 물론 군인이라 특수상황이 있을 수 있었지만, 아이히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스템과 개인의 잘못.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그리고 오후 네시의 인간 본성 역시 생각을 끌고 왔다. 사람의 본성이란. 그리 이타적일 수도 있지만 그리 이기적일 수도 있는지.
그리고 다니. 집단의 무서움. 제노사이드.
다 이렇게 이어지고 이어지는 구나. 나는 힘들어도 휘청거려도 계속 읽어나가야 겠다. 이렇게 이어지고 이어져서, 그래야 내가 괴물이 되지 않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지.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것인가? 은숙 파트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 평범한 주인공들. 나는 싸울 것인가. 아주 가끔 일제시대에 내가 태어났으면 적극적 친일일까, 시대에 무기력하게 순응할까. 적극적으로 싸울까 생각 한 적이 있는데. 당연히 적극적 친일은 아니겠지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처럼 마무리 짓겠지만,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것에도 적당히 빠지고, 적당히 말 없게 하는 게 당연한 삶인데, 그렇다면 과연 나는 어떠했을까.

파트가 동호, 정대, 은숙 등등의 시점으로 바뀌어 나가는 것.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고 분노하고 슬픈 이야기..

광주, 그 시대 광주를 다시 찾아봐야겠다.

시민들이 너무 순진했어. 순진해도 너무 순진했어.
어린애들의 항복, 여공들의 탈의. 나는 그렇게 살지는 않을거야.

사적인 차원에서의 복수. 개인 차원에서 복수.
죽이고싶다. 정대. 영재 진수 등
인정.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출때까지’. 이 책을 다시 읽어 보아야 겠다. 사적인 복수에 대해 반대했던 것 같은데, 오래 전이라 기억 나지 않는다.
배트맨도 생각나고.
그때 그 범죄자들을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모든 것이 깔끔이 마무리 지어져 있는 것인가. 처벌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사회적보복. 보복이 되어야하는가, 교화가 목적이 되어야하는가.

지난 시간 읽고 봤던 것을 다시 보아야겠다.
지대넓앝 죄와벌
영화 1984,
웹툰 26년 (가해자의 시점도 잠시 나옴)
미쉘푸코. 광기의 역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
그리고 다음 책, 살아야 할 이유 (내 멘탈 관리를 위해)

읽다보면 차라리... 차라리란 말을 쓰기 너무 미안하지만..
차라리 일찍죽는 게 나았을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책은 죽지 말라고 한다. 죽지 말라고.

나도 진짜 나쁜놈이네. 내안의 악. 무엇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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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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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아침의 피아노 베란다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나는 이제 무엇을 피아노에 응답할 수 있을까. 아 질문은 틀렸다. 피아노는 사랑이다. 피아노에 응답해야 하는 것. 그거도 사랑뿐이다.

2 마음이 무겁고 흔들릴 시간이 없다. 남겨진 사랑들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 그걸 다 쓰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3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병에 대한 면역력이다. 면역력은 정신력이다. 최고의 정신력은 사랑이다.

4 슬퍼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7 내가 존경했던 이들의 생몰 기록을 들추어 본다. 그들이 거의 모두 지금 나만큼 살고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발견하다. 내 생각이 맞았다. 나는 살 만큼 생을 누린 것이다.

11 어떻게 모든 것을 지킬 수 있을까.
나를 지킬 수 있을까.

14 살아 있는 동안은 삶이다.
내게는 이 삶에 성실할 책무가 있다.
그걸 자주 잊는다.

28
‘희망은 세상 어디에나 있지. 그런데 그 희망들은 우리의 것이 아니야’
강의 중에 자주 인용했던 카프카의 희망 변증론. 그 때 마다 뒤의 문장만을 붙들고 희망의 부재와 부당한 현실의 관계에 대해서만 따지고 물었었다. 지금은 앞 문장이 비밀스러운 화두처럼 여겨진다.

31 그런 생각이 든다. 그 동안 내가 읽고 생각하고 확신하고 발했던 그것들이 진실이었음을 증명하는 시간 앞에 지금 나는 서 있다는 그런 생각.

36 베란다에서 세상을 풍경을 바라본다. 또 간절한 마음이 된다.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51p
모기에게 시달리지 않는다. 아침 물가에 앉으니 그 이유를 알겠다. 그건 여기가 쉼 없이 물이 흘러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흐른다는 건 덧없이 사라진다는 것. 그러나 흐르는 것만이 살아 있다. 흘러가는 ‘동안’의 시간들. 그것이 생의 총량이다. 그 흐름을 따라서 마음 놓고 떠내려가는 일 – 그것이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자유였던가.

45 already but not yet

詩 박노해

‘아직’에 절망할 때
‘이미’를 보아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숙여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하루하루 성실하게 몸으로 생활로
내가 먼저 좋은 세상을 살아내는
정말 닮고 싶은 좋은 사람
푸른 희망의 사람이어야 해

46 문득 파란 버스가 풍경 안으로 들어와서 정류장에 선다. 그리고 떠난다. 카프카의 마지막 일기가 맞았다. “모든 것들은 오고 가고 또 온다.”

56 모든 것을 지켜야 한다. 나의 삶을 꼭 붙들어야 한다. 집 떠나는 엄마의 치마폭을 붙들고 놓지 않은 아이처럼.

57 더 오래 살아야 하는 건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건 미루었던 일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아니라면 애써 이 불가능한 삶과의 투쟁이 무슨 소용인가.

59 나 또한 나의 하루에 도착했다. 급류를 만난 듯 너무 갑자기어서 놀랍지만 생각하면 어차피 도달할 곳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나의 하류는 밤비 지나간 아침처럼 고요하고 무사하다.

60 “답 같은 건 없어요. 그런 건 생각하지도 말아요. 그냥 청결한 채소를 먹고 몸을 청결하게 만들면 그만인 거세요. 그게 답이라는 걸 모르나요?”

62 고백하자면 나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모든 것을 걸고 싸워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싸움은 자체가 수단이고 목적인 순수하고 절대적인 싸움이다.

74 긴 아침 산책.
한 철을 살면서도 풀들은 이토록 성실하고 완벽하게 삶을 산다.

73 잘 헤어지고 잘 떠나보내는 일이 중요하다. 미워하지는 않지만 함께 살 수는 없는 것이 있다. 그것들과의 불가능한 사랑이 필요하다.

76 어제 누군가가 말했다.
“제가 힘들어하면 선생님은 늘 말하곤 하셨어요. 그냥 와줘. 놔두고 하던 일 해...... 그 말씀을 돌려드리고 싶네요”

에브리맨의...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79 아침 산책. 또 꽃들을 둘여다본다. 꽃들이 시들 때를 근심한다면 이토록 철없이 만개할 수 있을까.

85 지금 살아 있다는 것 – 그걸 자주 잊어버린다.

88 왈칵 솟으려는 눈물을 겨우 참는다. 그래 나는 깊이 병들어도 사랑의 주체다. 울 것 없다. 그러면 됐으니까.

116 사이사이 지나가는 천진하고 충만한 순간들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생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그래서 결코 사라질 수 없는 중립의 시간이 있다. 그 어떤 불행의 현실도 이 불연속적 순간들, 무소속의 순간들, 뉘앙스의 순간들을 장악할 수 없고 정복할 수 없다. 그래서 불행의 현실들 속에서도 생은 늘 자유와 기쁨의 빛으로 빛난다.

122
나는 나를 꼭 안아준다.
괜찮아. 괜찮아......

133 바로트에 비하면 나는 사실 아주 소량을 (물론 아주 중요한 것을) 잃었을 뿐이다. 그에게서 동병상련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자기연민은 치졸하고 가엾다.

134 운명의 한 해가 간다. 해는 가도 운명은 남는다. 나도 남는다. 나와 운명 사이에서 해야 할 일들도 남는다.
조용한 날들을 지키기.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지 않기.

136 내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내가 끝까지 사랑했음에 대한 알리바이이기 때문이다.

143 응급실은 삶과 죽음이 부딪히는 경계 영역이다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도 사람들은 전화를 걸고 받으며 거래를 하고 통장 번호를 주고받는다. 병이 들었다고 생활이 용서해주는 건 아니니까.

146
소리가 있다.
사이사이로 지나가는 소리.
살아 있는 소리.
일상의 소리.

150 프루스트의 공간
프루스트의 소설 공간은 두이다. 하나는 생의 공간. 이 공간은 점점 더 수축하고 그 끝에 침대가 있다. 이 침대보다 더 작은 공간이 관이다. 또 하나의 공간은 추억의 공간. 이 공간은 생의 공간이 수축할수록 점점 더 확장되어서 마침내 하나의 우주를 연다. 그것이 회상의 공간이고 소설의 공간이다.

152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
<애도 일기>는 슬픔의 셀러브레이션이다. 디 텍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건 명확하다. 그건 무력한 상실감과 우울의 고통이 아니다. 그건 사랑을 잃고 ‘비로소 나는 귀중한 주체가 되었다’는 사랑과 전재의 역설이다.

153 사랑과 죽음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건 나의 죽음이 누군가를 죽게 하고 누군가의 죽음이 나를 죽게 만든다는 것이다.

157 초의 선사는 추사가 죽고 두 해 뒤에 망자의 묘 앞에서 말했다고 한다. “꽃이 고우면 비가 내리는 법이구려.”

초의(草衣, 1786~1866) 선사는 전남 무안군 삼향면 왕산리에서 태어났다. 15세에 운흥사(雲興寺)에서 출가해 19세에 대흥사(大興寺)의 완호(玩虎) 스님에게서 구족계(具足戒)와 초의라는 호를 받은 승려이자 조선 후기 차 문화의 부흥을 이끈 대표적인 차인이다.

158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아우를 보냈던가. 붙들었던가. 모르겠다. 다만 세상과 삶의 부조리만이 깊이 가슴에 각인되었을 뿐. 그때 아우는 떠나는 자였고 나는 보내는 자였다. 그사이 세월이 제자리로 돌아온 걸까. 지금은 내가 떠나야 하는 자리에 선 걸까. 오늘 나는 여기에 왜 다시 왔을까. 그를 만나기 위해서일까, 나를 만나기 위해서일까. 오후에 날이 흐리더니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167.
하지만 먼 하늘을 보면 가는 봄을 너무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오고 가고 또 가고 다가오는 것들- 생은 덧없어 가지만 또 도래한다. 소멸은 안타깝지만 덧없음이 없으면 저 빛나는 생의 찬란함 또한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170. 프루스트:
“......그러나 우리가 낙담해서 문 찾기를 그만두려 할 때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문은 열린다.”
문은 언제 어디에서 열릴까.

172. 혹시 울음도 연주가 아닐까. 지금 내가 정말 울면 그 눈물들이 새처럼 음표가 되지 않을까. 추락하는 눈물들이 어떤 노래가 되지 않을까.

174. 응어리는 이미 둔 바둑판처럼 남겨두기로 하죠

175. “오 초라한 고결함이여. 너는 다만 이름뿐이겠지만 나는 너를 진정으로 공경했다 그러나 이제 너는 가엾은 운명의 희생물이 되었구나.”
브루투스의 마지막 말

188. 나의 존재 자체가 축복이고 그래서 사랑받을 자격이 충만함을 알게 하고 경험케 한 부모님에 대한 기억.

193. 다시 프루스트:
“우리가 모든 것들을 잃어버렸다고 여기는 그때 우리를 구출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우리가 그토록 찾았던 그 문을 우리는 우연히 두드리게 되고 그러면 마침내 문이 열리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되찾은 시간>

202.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그건 타자를 위한 것이라고 나는 말했ᄃᆞ. 병중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 이 기록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다. 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

203 내가 사랑했던 것들. 그 모든 것들을 나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이전보다 더 많이 더 많이...... 이것만이 사실이다.

204.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나는 이 세상을 마지막까지 사랑할 것이다. 그것만이 나의 존재이고 진실이고 의무이다.

220. 아침. 다시 다가온 하루. 또 힘든 일들도 많으리라. 그러나 다시 도래한 하루는 얼마나 숭고한가. 오늘 하루를 정중하게 환대하기.

224. 첼로를 켜는 노회찬 의원의 사진은 감동적이다. 그 사진은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이 아니다. 정치의 본질이 하이네에게 시였듯 노회찬 의원에게는 음악이다. 그런데 음악이란 무엇이고 어떤 세상인가. 그것은 사랑과 꿈을 간직한 가슴이고 그 가슴을 지닌 정치와 정치가만이 도달할 수 있는 세상이다.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를 버리면서까지 지켜야 했던 진실 그건 다름 아닌 사랑과 꿈 그리고 정치의 변주곡을 연주하는 그의 첼로였으리라.

226.
화해.
다투지 않기.

233.
적요한 상태.

234.
내 마음은 편안하다.

후기
비슷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의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성찰과 위안의 독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반드시 변명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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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황홀하나 비애는 깊다." "삶은 짧고 비극은 길다."
제주 땅을 태로 둔 내게 이 땅이 주는 말이다. 젊은 날엔 떠나고 싶던 땅, 자잘한 모의만 하다 봄은 해마다 해일처럼 밀려왔고, 밀려갔다.
4p 작가의 말

감히 어떻게 안다 하겠는가. 나는 그들의 시간을 살지 않았으므로.
4p 작가의 말

그럼에도 그지독한 시간이 남긴 것을 조금 안다면, 그들의 시간 속에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물음 이 있고, 답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슬픔을 넘어선 울음, 죽음을 건너온 희망의 언어가 나를 위로했다. 역설적으로, 지금아프다 하는 것이 죽음의 불구덩이를 살아나와 꽃을 피운 그들의 고통만 하겠는가.
5p 작가의 말

또다시, 바다마저 통곡을 삼킨 애도의 봄이 오고 있다. 피워보지 못한 짧은 생이었기에, 그 서러운 봄을 대면하지 못한 사람들의 봄을 생각한다. 죽은 자들이 말한다.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산 자들이 말한다. 당신과 딱 한 번의 봄이라도 살고 싶지만.
9p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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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경민의 가족들도, 대단한 우정을 과시하던친구들도 경민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는 점이었다. 한아는 그 부분에서 솔직히 섬뜩함마저 느꼈다. 완전히 태양계 밖으로 사라졌는데, 전혀 다른 존재가 그자리를 대신했는데 알아차린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니. 원래의 경민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145p

그러니 어쩌면, 한아는 이제야 깨닫는 것이었는데, 한아만이 경민을 여기 붙잡아두던 유일한 닻이었는지 몰랐다.
닻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유약하고 가벼운 닻, 가진 게 없어줄 것도 없었던 경민은 언제나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었고 종국에는 지구를 떠나버린 거다. 한아의 사랑, 한아에 대한 사랑만으로는 그 모든 관계와 한 사람을 세계에 얽어매는 다정한 사슬들을 대신할 수 없었다. 역부족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닻이 없는 경민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을까?
146p

다만 오로지 그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거지. 질량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관계들을 혼자 다 대신할 수는 없었어. 역부족도 그런 역부족이 없었던 거야.
147p

알고 보니 우주의 고래형 지능체들은 지구의 고래들을 매우 걱정해서, 그들을 돕기 위해 무슨 단체인가를 만들었다고 한다.
151p

경민이 와준 건, 왠지 대놓고 인정하긴 싫었지만 행운이었다. 우주적 행운, 한 반광물 생명체의획기적 진화. 대단한 희생을 기반으로 한 기적.
156p

"우주의 광막함을 견디고 싶지 않고, 긴 여행에 필요하한정된 자원을 미래 세대에게 양보하고 싶대."
161p

"아니, 해야겠어. 세상에……… 우주 끝까지 갔더니 네가그걸 아는 게 나한테 가장 중요한 문제더라. 진부하게 말이지."
204p

우주 가장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러브 스 토리의 시작이면서, 끝이었다.
2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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