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경민의 가족들도, 대단한 우정을 과시하던친구들도 경민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는 점이었다. 한아는 그 부분에서 솔직히 섬뜩함마저 느꼈다. 완전히 태양계 밖으로 사라졌는데, 전혀 다른 존재가 그자리를 대신했는데 알아차린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니. 원래의 경민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145p
그러니 어쩌면, 한아는 이제야 깨닫는 것이었는데, 한아만이 경민을 여기 붙잡아두던 유일한 닻이었는지 몰랐다. 닻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유약하고 가벼운 닻, 가진 게 없어줄 것도 없었던 경민은 언제나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었고 종국에는 지구를 떠나버린 거다. 한아의 사랑, 한아에 대한 사랑만으로는 그 모든 관계와 한 사람을 세계에 얽어매는 다정한 사슬들을 대신할 수 없었다. 역부족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닻이 없는 경민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을까? 146p
다만 오로지 그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거지. 질량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관계들을 혼자 다 대신할 수는 없었어. 역부족도 그런 역부족이 없었던 거야. 147p
알고 보니 우주의 고래형 지능체들은 지구의 고래들을 매우 걱정해서, 그들을 돕기 위해 무슨 단체인가를 만들었다고 한다. 151p
경민이 와준 건, 왠지 대놓고 인정하긴 싫었지만 행운이었다. 우주적 행운, 한 반광물 생명체의획기적 진화. 대단한 희생을 기반으로 한 기적. 156p
"우주의 광막함을 견디고 싶지 않고, 긴 여행에 필요하한정된 자원을 미래 세대에게 양보하고 싶대." 161p
"아니, 해야겠어. 세상에……… 우주 끝까지 갔더니 네가그걸 아는 게 나한테 가장 중요한 문제더라. 진부하게 말이지." 204p
우주 가장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러브 스 토리의 시작이면서, 끝이었다. 21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