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에드몽드 세샹 지음, 느릅실 옮김, 유권열 그림 / 우물이있는집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1963년 칸 영화제 단평영화부문 황금종려상의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영화'같은 그림책 한 권입니다. 아이들 동화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기대치 않았던 격렬한 내면의 흐름이 묵직한 내용을 뒤흔듭니다. 명작이 아니라면, 정확한 메세지를 담은 동화책들이 흘러갈 방향은 첫 장을 펴는 순간 읽혀지게 마련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시시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주는 엄마에게 그닥 신나는 일은 아닙니다.
 
노파와 재봉틀, 오후의 산책, 버려진 화분, 강낭콩, 비둘기. 신선하고 산뜻한 재료는 이 책에 없습니다. 노파도 노파의 차림도 화분도 노파의 어둑한 집도 모두 낡은 것입니다. 그래서 아주 작고 보잘것 없는 식사용 강낭콩 새싹이 포크와 뜨개질 실로 싹을 틔웠을 땐 세상 그 무엇보다 '새것'이었습니다. 노파가 종일 만들어내는 우아한 아가씨들의 눈부신 핸드백 만큼이나요. 






결국 노파의 마음만큼은 그 무엇보다 낡지 않았음을 증명하는게 이 동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겨우 강낭콩 하나 싹틔웠다고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이 미싱장이 노파가 강낭콩 줄기를 어떻게, 침묵하며 지켜내는지를 보는 일은 저를 숨죽이게 했습니다. 긴박함마저 감도는 이 조용한 행위들은, 새생명으로 인간이 얼마나 들끓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엄숙한 과정이었습니다. 노파와 새싹은 분명한 대비를 이루지만 명분있는 공통점을 향해 나갑니다. 생명을 어루만지는 손길과 생명은 하나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조용한 책의 문장은 이상하게도 생기가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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