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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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핏쇼 (2023년 초판)

저자 - M. W. 크레이븐

역자 - 김해온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18000원

페이지 - 487p

죄를 지은 너희들을 불태우리라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새로운 경찰 히어로가 등장했다. '워싱턴 포'라는 한 번 들으면 절대 잊히지 않을 이름의 형사는 다혈질의 거친 남성미를 뿜어내고, 포를 보조하는 천재이자 괴짜 왓슨롤 브래드쇼를 조력자로 독특한 캐미스트리로 불가사의한 연쇄살인 사건을 풀어나간다. '골드 대거 수상작'이며 시리즈 3회 연속 골드 대거상 후보에 성정 됐으며 TV드라마 제작 확정이라는 아주 뜨거운 경찰 스릴러. [퍼핏 쇼]이다.

영국의 소도시 컴브리아. 미스터리한 환상열석 가운데 새카맣게 타버린 시신이 발견된다. 극한의 온도에서 뒤틀리고 탄소화된 시신을 조사하던 브래드쇼는 피해자가 불에 타기 전 살아있는 상태에서 칼날로 생살이 찢기는 상처를 입었음을 발견하고. 컴퓨터 단층 촬영을 통해 시신의 상처를 복원하는데 성공한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정직당한 후 외부와 단절하고 살아가고 있던 워싱턴 포를 찾아온 보스 플린. 그녀는 워싱턴 포에게 즉각 복귀할 것을 명령한다. 갑작스러운 플린의 명령에 의아해하던 포는 플린이 건낸 종이를 보고 바로 납득한다. 불에 타기 전 시신의 몸에 새겨진 칼자국. 거기에 쓰여진 글자는 바로

'워싱턴 포 5'

연이어 발견되는 불에 탄 시신들. 시신의 몸에 각인된 '워싱펀 포 5'의 의미는?

천재조사관 브래드쇼와 다혈질 워싱턴 포가 콤비로 사건에 뛰어든다.

작품을 읽으며 떡밥에 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시신의 몸에 새겨진 주인공의 이름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적이었다. 범인이던, 피해자의 관계던 어떻게든 주인공이 연관돼있을 거라는 떡밥을 던지고 수사를 통해 밝혀지는 단서들을 연결짓게 만든다. 사건의 이면에 숨은 진실의 깊이랄까? 충격은 이런 경찰 스릴러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니 그렇다 치고 넘어간다쳐도, 수사를 진행하는 주축과 조력자의 캐미가 매력적이다. [밀레니엄]을 넘어설 강력한 수사 듀오의 탄생이라는 홍보 문구만 봐도 이 듀오가 셀링 포인트로 여겨진다는 말인데.

[밀레니엄]을 보지 못해 비교할 수는 없다만 천재 수사관 브래드쇼의 존재는 상당히, 다분히 클리셰적인 캐릭터라 설정만으로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IT에 능한 천재이지만 사회와 단절되있던 탓에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못하는 백치미를 뽐내는 캐릭터. 한 번 본 책의 전체를 기억하는 점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에이머스 데커를 여상케 하는가 하면 결벽증적인 성격에서는 '스티븐 킹'의 빌호지스 시리즈에 등장했던 편집증 미녀 홀리 기브니를 연상케도 한다. 당연하게도 사건이 진행되면서 펜보다 주먹이 앞서는 워싱턴 포와 브래드쇼의 진정한 우정이 깊어지는 사건외의 재미도 쏠쏠하다.

한마디로 클리셰를 적절하게 이용해 독자들이 흥미를 영리하게 자극할줄 아는 작가랄까. 밀당의 고수? 수면 위의 조각아래 엄청난 얼음덩어리가 숨겨져 있는 바다의 빙산처럼 수십년의 시간을 넘어서 점차 확장되는 사건의 진실은 이들이 왜 살아있는 채로 불에 타죽는 극한의 고통을 느껴야 했는지 충분히 공감하고 분노하게 된다. 대거상으로 이미 검증된 워싱턴 포 시리즈의 신고식인만큼 영미 스릴러 팬들이라면 환영의 마음으로 즐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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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마녀와 견습 마법사를 위한 필수 지침서
프란체스카 마테오니 지음, 엘리사 마첼라리 그림, 박유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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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마녀와 견습 마법사를 위한 필수 지침서 (2023년 초판)

저자 - 프란체스카 마테오니

그림 - 엘리사 마첼라리

역자 - 박유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22000원

페이지 - 160p

지금 마법사를 꿈꾸고 있습니까?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마법'이란 사이비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구시대적 단어처럼 느껴진다. 내게 마법사라 하면 불을 뿜는 드래곤을 무찌르기 위해 로브를 두르고 꼬깔콘 같은 모자에 지팡이를 휘두르는 호호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아마도 [반지의 제왕] 영화 속 대마법사 간달프가 뇌리에 박혀있기 때문일까. 이 책은 판타지의 세계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마법사와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백마법, 흑마법, 혹은 악마를 소환하는 소환술 같은 심화과정 보다는 이제 막 마녀와 마법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초보 견습자들을 위한 안내서로 활용하면 좋을듯 한 책이다.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작가, 역사가인 저자는 해리포터의 나라 잉글랜드에서 마녀, 마법, 현대 민간의학을 연구 중이라 한다. 과거와 현대의 조화로운 연구 때문인지 책은 판타지 장르에만 매몰되있지 않다. 우리에게 익숙한 판타지는 물론 과거의 역사와 현실 실존인물에 이르기까지, 경계를 무너뜨리는 마녀와 마법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

책은 크게 다섯가지의 챕터로 나뉜다.

고대의 예언자를 시작으로 사회적 운동을 이끌어가는 현대의 마녀와 마법사까지 전반적인 마법의 역사를 훑고 나면 두번째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대표적인 마녀와 마법사를 소개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대 신화에 등장하던 세 마녀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카테는 이름은 익히 들어봤던 마녀이다. 성녀 잔 다르크는 실존했던 인물로 왜 마녀로 언급돼나 했더니 용맹을 떨치는 그녀의 용기를 귀족들이 두려워하여 죄를 뒤집어 씌워 화형으로 최후를 맞아 마녀로 오른듯 하다. 아더왕의 마법사 멀린, 간달프와 연금술사로 유명한 윌리엄 블레이크 등은 대표적 마법사로 소개된다. 각 인물들은 일러스트레이터 엘리사 마첼라리의 그림으로 묘사되어 신비한 느낌을 베가 시킨다.


마녀와 마법사가 사용하는 도구와 그들이 부리는 동물들도 소개된다. 마녀의 가마솥을 뺄 수가 없는데 여기서 소개되는 레시피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가톨릭 지역에서의 사랑의 묘약 제료는 이렇다. 생리혈, 당나귀 뇌, 정액, 머리카락... 스페인의 처방전에는 고양이 뼈와 인간 뼈가 들어갔다고 한다. 이런 진귀한(?) 재료들을 가마솥에 때려붓고 나무 주걱으로 잘 저어주면 보글보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묘약이 완성되는 것일까. ㅎㅎㅎ

마지막으로 마법 수행과 주문 챕터로 견습 마녀, 마법사를 위한 책은 마무리 된다. 너무 학술적으로 파고들어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고 정말로 초보자를 위한 그림과 함께 이해하기 쉬운 구성으로 되어있어 접근이 용이한 것 같다. 마녀나 마법사가 되려고 읽은 건 아니다. ㅋ 판타지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마녀와 마법사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이야기의 구조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마녀나 마법사 지망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유익한 책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으리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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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포차 심심 사건 네오픽션 ON시리즈 10
홍선주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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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포차 심심 사건 (2023년 초판)

저자 - 홍선주

출판사 - 네오픽션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12p

마음을 살피는 심심

2020년 같은해 신인상을 받아 등단한 동료작가이자 같은 본관인 홍선주 작가의 신작 [심심포차 심심 사건]이다. 여기서 심심이란 지루하고 재미없음을 의미하는 심심이 아닌 마음을 살피는 의미의 심심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훈훈한 주인장이 먹음직 스러운 요리를 내오고 음식을 먹으며 손님들의 힐링 이야기가 펼쳐지는 [심야식당]을 연상케 한다. 작품을 읽고 나니 일단 제목에서 느꼈던 인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흔하디 흔한 힐링물에서 조금은 예상치 못한 반전을 주는 코지 미스터리였달까.

오드아이의 찬휘는 남들과는 다른 외모탓에 보육원에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대인기피증을 앓는다. 처음 번 돈으로 컬러렌즈를 착용한 뒤로 기업의 서버관리를 맡으며 홀로서기를 하게 된다. 사회에 나왔지만 결벽증에 가까운 버릇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한밤 중 우연히 들어간 실내 포차에서 무장해제된다. 전직 검사가 운영하는 심심포차의 따스하고 인간적인 분위기에 녹아든 것이다. 심심포차를 찾는 손님들(변호사, 검사, 경찰들)이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에 귀를 기울이던 찬휘는 서서히 변해가는데.....

심심포차를 찾는 찬휘가 6일간 손님들의 사연을 듣게 되는 연작 단편의 형식으로 구성되있다. 또한 각 단편에 깔아 놓은 복선을 마지막 날 회수하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결말의 반전을 선사한다. 일단 각 단편의 호스트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정말로 술집에서 술 한잔 걸치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로 평범하지 않은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의외의 진실을 '듣는 것 같은' 재미를 준다. 퍼즐적 요소보다는 일상적 코지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여유랄까.

손님의 마음을 살피는 심심포차이나 전직 검사였던만큼 실리에 밝고 권선징악을 모토로 하는 모습이 여타 정에 움직이는 주인장과는 차이점이 있어 흥미로웠다. 정은 정이고 죄는 죄아니던가. 이제는 피로감마저 느껴지는 힐링물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아 좋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며 분량 또한 부담없어 미스터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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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유키 신이치로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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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을 말씀드립니다 (2023년 초판)

저자 - 유키 신이치로

역자 - 권일영

출판사 - 시옷북스

정가 - 15500원

페이지 - 284p

이 책의 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제7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2023 일본서점대상 노미네이트

*20만 부 돌파 베스트셀러

91년생 신세대 작가의 다섯편의 단편이 실린 작품집이다. 젊은 나이에 걸맞게 데이트 어플, 유튜브, 줌과 같은 화상채팅 등 현시대의 주류 IT소재들을 미스터리에 녹여낸다. 시류를 반영한 설정도 설정이지만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 적당한 분량으로 적당한 반전을 느끼기에 최적의 작품집이 아닌가 싶다.

1. 참자면담

학습지 방문상담교사로 활동중인 나는 중학교 입시를 준비를 원하는 초등생의 집에 찾아간다. 분명 약속을 하고 찾아갔으나 현관을 연 주부는 나의 방문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듯 한데, 더군다나 아들인 초등생은 너무나 긴장한 상태였다.

2. 매칭어플

데이트 어플로 만난 여성의 집까지 도달했다. 중간중간 생각지 못한 이변이 있었지만 집까지 온 이상 여성은 내게 넘어온 것이나 마찬가지. 그녀의 권유로 나는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가고 샤워를 마치고 나온 방에는 그녀 뿐만이 아니었다.

3. 판도라

불임으로 고생하던 나는 노력을 거듭해 가까스로 아내를 임신시킨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불임인 가정에 정자제공을 하기로 결심하고 아내에게 나의 결심을 설득한다. 이윽고 어렵게 정자제공 조건을 맞춘 여성에게 정자를 제공한 나는 이후로 정자제공 사실을 잊은 채 생활하는데...

4. 삼각간계

온라인 화상 채팅으로 회식을 열자는 친구의 제안에 3명의 친구는 노트북 카메라 앞에서 맥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눈다. 그러던 중 화면 너머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이 침입하는 장면을 목격하는데....

5. #퍼뜨려주세요

작은 섬에서 초딩아이는 달랑 4명 뿐. 섬에서의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도시에서 이주했다는 이들의 부모는 기묘한 규칙을 세우고 아이들에게 강요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머리가 굵어진 아이들은 자신들의 삶에서 위화감을 느끼는데....

각 단편의 수준은 어느 하나 떨어짐 없이 고루 준수한 편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나 폐부를 찌르는 간결한 표현등 촌철살인은 일본 미스터리에서 매우 선호하는 부분으로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덕분에 스토리 라인이 쉽고 이해가 빠르며 반전을 위한 복선 역시 비교적 명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정직한 복선으로 인한 결말의 예상은 아쉬운 부분이다. 미스터리 좀 읽었다 하는 사람은 깔아놓은 복선만 보고도 결말의 반전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반전에 대한 집착이랄까. 반전을 위한 반전에 신경쓰다 보니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보인다.

[참자면담]은 복선으로 결말을 예상한 작품이다. 더불어 반전의 반전까지 예상했고 그래서 두번째 반전은 사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뭐 무리수랄까. 하지만 독자를 처음 맞이하는 작품으로 상당한 임팩트를 주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참고로 이 단편의 설정을 다른 미스터리(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래서 쉽게 맞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매칭어플] 역시 화자의 독백 힌트로 최동 목적은 쉬이 유추할 수 있다. 목적보단 이유가 충격으로 다가오는 와이던잇의 작품으로 딱 거기까지 좋았으나 여기에서도 반전 집착을 향한 마지막 무리수가 아쉬웠다. [판도라]는 생명공학 트릭으로 과학트릭의 대가 '윤자영'작가님이라면 쉽게 맞출 수 있을지도 ㅎㅎㅎ [삼각간계]는 실제로 지인들끼리 웹캠을 켜고 원격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어 공감하며 봤다만 가장 밋밋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마지막 [#퍼뜨려주세요]는 이 책을 읽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단편이다. 문제는 그때문에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정작 본인은 그리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 -_-;;; 사실 여기서 나오는 시간차 트릭은 여타 시간차 트릭에서 많이 써먹은 그리 새로울것 없는 설정이었고 섬이 숨기고 있던 비밀이 가장 큰 반전으로 작용해야 되겠지만 이 설정을 보며 누구나 떠올렸을 헐리우드 영화가 내겐 더 임팩트 있었기에 시큰둥 했다.

인상적인 단편을 나열하자면 '참자면담 - 매칭어플 - #퍼뜨려주세요 - 판도라 - 삼각간계' 였다. 나 역시 유튜브나 데이트 매칭 어플등을 사용하여 작품을 쓰려고 생각했던 바. 이 작품으로 자극받을 수 있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진상을말씀드립니다 #유키신이치로 #시옷북스 #미스터리 #미스터리소설 #추리 #추리소설 #일본미스터리 #일본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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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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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2023년 초판)

저자 - 유키 하루오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6500원

페이지 - 355p

앞선 아쉬움을 반전 하나로 상쇄

23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방주]다. 사실 조금 늦은 리뷰이다. 사연인 즉슨, 출간과 동시에 구매하여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일독하려 하였으나 디시인사이드 추리갤러리에 들렀다가 폭탄 스포를 당하여 강한 내상을 입고 눈물을 머금고 봉인. 스포가 잊힐때즈음 읽으려 했지만 국내 추리작가들의 본격 미스터리 연구회에 토론 도서로 선정되어 다시 눈물을 머금고 일독했다. ㅠ_ㅠ 크흐흑.... 스포하는 인간들 다 죽어버려라...

대학 등산 동아리로 인연을 맺은 남녀들이 산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동굴 밑으로 지어진 거대한 합숙소(?) 발견한다. 합숙소를 뒤지는 사이 해가 져버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동굴에 길을 잃은 가족이 합류한다. 그러다 지진이 발생하고. 출입구가 막힌 동굴안으로 서서히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남은 시간은 불과 몇일. 누군가가 목숨을 포기하고 출입구를 막고있는 돌덩이를 옮겨야 하는 상황. 한사람의 목숨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살인이 벌어지는데.....

고립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그리는 클로즈드 서클 장르의 클리셰를 설정 파괴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단순한 지형적 고립에 추가로 전체 인원의 생존 시간을 제한하여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 또 연쇄살인이 벌어져 구성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여 구성원을 구해야 하는 눈치게임이 범인의 정체와 더불어 미스터리적 유희를 선사한다. 내가 죽긴 싫고 다른 누군가가 자원했으면 좋겠지만 그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속에서 죽음의 타임리밋은 다가오고 있는 복잡 미묘한 상황이랄까... ㅎㅎㅎ

매력적인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읽은 리뷰어들이 아쉬운점으로 지목했던 부분도 동의한다. 극한상황의 긴박감이 보이지 않는 루즈한 전개나 개성적이지 않고 획일적인 캐릭터 묘사 등은 아쉬운 부분으로 보여진다. 허나 이 모든 단점들을 미친 반전 하나로 상쇄시켜버리는 게 바로 이 작품이다. 반전의 반전이랄까. 논리적인 결말로 독자를 납득시킨뒤 이 결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완전히 전복시키는 또하나의 반전은 충격 그 잡채.

반전 맛집으로 회자되는 [영매탐정 조즈카]의 반전을 경험했을때의 카타르시스를 [방주]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오래도록 뒷맛을 남기는 여운을 가슴깊이 아로새긴다. 작품을 반전 하나로 평가할 수는 없다. 허나 이정도 반전이라면 캐릭터고 스토리고 나발이고 뭘해도 용서가 된다는 말이다. [방주]의 리뷰들을 찾아봐도 다른건 몰라도 반전이 아쉽다는 리뷰는 단 하나도 없었다.

93년 생에 불과 3번째 작품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반전을 완성하다니.... 부럽다. 미치도록 부럽다... 젠장맞을...큭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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