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죽으러 갑니다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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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죽으러갑니다 (2018년 초판)

저자 - 정해연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56p



죽어야 사는 남자



인구 십만명당 28명의 자살률로 당당히 자살 사망률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에서 독특한 자살클럽을 소재로 하는 스릴러가 출간되었다. 제목 그대로 죽으러 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끔찍한 사건들과 배후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섬찟한 반전과 돈의 논리로 돌아가는 불편하지만 그것이 순리인듯 돌아가는 세상의 룰...이 모든것들이 인과율의 법칙에 따라 숨가쁘게 전개된다. 



부모가 피운 번개탄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에서 눈을 뜬 태성은 사고 이전의 기억을 전부 잃어버린다. 흐릿한 기억속에 사업에 실패한 부모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것만 기억하는 태성은 병원에서 퇴원후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변두리 쪽방촌에 기거하며 아무런 의욕없이 최소생계지원비만으로 근근히 거지같은 생을 이어간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속에 쪽방촌에서도 이런 저런 자살을 시도하지만 모두 실패하다 우연히 동반 자살카페에 가입하고 방장 '메시아'의 도움으로 동반 자살길에오르게 된다. 고등학생 소녀와 이십대 여성, 삼십대 남성과 방장 메시아 그리고 태성....생에 의지가 꺾인 다섯 남녀는 방장이 안내하는 강원도 외딴 별장에서 그들의 생각과는 다른 끔찍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각자의 사연으로 모인 다섯 남녀...그리고 처참하게 차례로 발생되는 살인사건....지옥같은 현실을 피해 안락한 죽음으로 도피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이제 그렇게 바라던 죽음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살인마에겐 이 자살희망자들은 제발로 죽으러 걸어 들어온 셈이니 얼마나 손쉬운 사냥감이란 말인가...목숨을 버리려던 사람들이 살려달라 울부짓는 순간 목숨을 빼앗으며 희열을 느끼는 변태 살인마....한편의 슬래셔 무비를 보는듯한 설정과 잔인하고 참혹한 방법으로 살해당하는 사망자들...살인마를 피해 쫓고 쫓기는 체이싱....긴장하며 몰입하게 만드는 스릴러의 재미를 십분 발산하는 작품이었다. 



살인마의 정체는 바로 밝혀지지만 단순히 또라이 살인마와 자살자들이라는 대결구도를 넘어서 1막에 해당하는 별장에서의 피바다 살인판에 이어 주인공 태성의 사라진 기억에서 오는 숨겨진 반전이 강타하는 2막까지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구성도 좋았던것 같다. 아무런 의욕 없이 그냥 공기만 소비하던 버러지 같은 인생을 살던 태성이 여러 사건들을 거쳐 삶에 대한 의지을 불태우며 의욕 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것도 흥미로웠다...역시 사람 바꾸는데는 충격요법이 가장 효과적이랄까..-_-;; 이 작품도 한국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 혹은 신처럼 군림하는 재벌들과 돈 앞에서는 범죄자던 가족이던 상관없이 윤리, 양심 모두 져버리고 꼬리를 흔들며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세태를 꼬집는다. 요즘 시끌시끌한 땅콩항공 집안의 만행을 보는것 같은 씁쓸하고 불쾌한 감정을 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끔찍한 현실을 못견디고 피안을 향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작품속 동반 자살을 위해 모인 사람들도 각자의 끔찍한 기억을 안고 세상을 등지려 하는데, 결국 생과 사는 주변인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에서 갈리는것 같다. 삶의 의욕이 없던 태성이 (의도야 어찌됐던) 관심과 배려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것을 보면 말이다...동반하여 죽음의 길로 함께 하듯, 동반하여 생의 길로 함께 하는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마지막줄 태성의 더없이 천진한 웃음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영화처럼 머리속에 장면이 그려지는 작품이었다. 스릴러로서 잔혹한 살인장면도 좋았고, 추리로서 반전도 괜찮은 잘 짜여진 작품이었다. 이정도 재미라면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해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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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5-0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상 잘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