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지음, 강승희 옮김 / 천문장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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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내가남자를죽였어 (2019년 초판)
저자 -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역자 - 강승희
출판사 - 천문장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59p



희대의 싸이코패스 악녀...그리고 그녀의 천사같은 언니


북미나 유럽의 스릴러는 많이 접해봤지만 뜨거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스릴러는 처음 접하는것 같다. 독특한 제목과 설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스릴러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이다. 사실 세상 살아가는 것이야 국가, 지역을 떠나 어디든 다를바 없을테고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이런 스릴러의 긴장과 묘미는 매한가지리라. 반면 스릴러라는 보편적 장르에도 북미와 유럽의 작품들이 각 국가의 고유의 색을 띄듯 이 작품도 아프리카 특유의 지역색을 엿볼 수 있어 한층 새롭게 읽을 수 있었다. 동생이 죽인 시체를 처리하는 언니...과연 이 자매에겐 어떤 말못할 사연이 숨어있을까....



아율라가 전화했다. 언니, 내가 그를 죽였어.
그건, 내가 다시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9page]


벌써 세 번째 시체처리...이제는 익숙해질때도 됐는데 아직도 가슴이 떨리고 불편하다.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려 해서 찔렀다는 동생의 말을 믿고 싶지만 남자의 등에 깊숙이 박힌 칼. 게다가 그 칼은 아버지의 유품으로 동생이 평소 아끼는 칼이니...일단 잡생각은 떨쳐버리고 강력한 표백제를 사용하여 핏자국을 지우고 집안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침대보에 시체를싸서 동생과 함께 차 트렁크에 실고 세번째로 찾아간 대교 아래 강물속으로 시체를 던진다...며칠뒤 남자의 실종이 화제가 되고 언니 코레드는 동생 아율라에게 당분간 조용히 지낼것을 신신당부 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코레드는 짝사랑하는 의사 타데에게 온 신경을 쏟아붓고, 몇 년째 혼수상태로 가족도 외면한 513호실 남자에게 자신과 동생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하소연한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병원에 찾아온 동생 아율라....그리고 미모의 동생을 보고 한눈에 반한 의사 타데....짝사랑하는 의사를 동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남자와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이 513호 병실의 환자는 기적처럼 정신을 차리는데....그녀의 평화롭고 안정된 일상에 금이 가려고 한다....



작품은 피를나눈 자매로서 가족의 죄를 어디까지 덮어줄 것인가에 대해, 날때부터 빼어난 미모로 뭇 남성들의 구애를 받아온 동생과 그에 반해 출중하지 못한 외모로 가족에게 조차도 비교와 무시를 당하며 살아온 언니의 뿌리깊은 열등감, 동생이 눈하나 깜빡 안하고 아무렇지 않게 애인과 교제의 끝을 살인으로 맺는 숨겨진 가족사 등등등 복합적인 심리적 갈등을 통해 긴장이 고조되고 어느새 언니의 입장에서 그녀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하게 만든다. 살인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뇌가 빈듯한 여우같은 동생이 짝사랑 하는 남자까지 가로채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없는 언니의 답답하고 미칠듯한 심정이 처음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는데...그녀의 비극적 가족사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동생의 보호자로서 동생을 끝까지 지켜야만 했던 언니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된다고 해야할까...머...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 아율라가 백치 싸이코패스라는건 변함없지만서도...줄기차게 살인을 저지르는 핵폭탄같은 동생을 내쳐버리지 못하는 코레드의 기구한 운명에 조금은 동정심이 생겼다.



앞서 말했지만 아프리카 작품답게 작품 곳곳에 특유의 지역색을 배치해 놓는데, 아무리 뒷처리를 했다지만 세 명이나 죽여놓고도 자매들이 태연자약 할 수 있는 이유를 뒷돈만 밝히는 능력없는 부패경찰들 때문이라 설명하고 그와관련 에피소드를 넣어놓는가 하면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부족국가의 풍습과 엄격하고 막강한 가부장제가 그려진다. 물론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은 작품을 이해하고 그 정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배경이 현대임에도 불구하고 매매혼에 가까운 조혼 풍습이 남아있는걸 보면 그녀들이 여성으로 겪었을 고난이 얼마나 무거웠을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물론 그녀들이 겪은 비극이 살인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던...동생은 끊임없이 폭탄을 터트리고 언니는 줄기차게 수습하고...그러면서 동생은 얄밉게 약올리고 언니는 허벅지를 쑤시며 인내한다. 기이하게 뒤틀린 가족관계...언니는 동생의 저주같은 속박을 벗어날 수 있을까....기묘한 가족에 얽힌 잔혹 가족사가 위트와 코믹함으로 전개된다. 너무나 무겁고 극한의 상황인데도 깃털 처럼 가벼운 인물들의 행동이 씁쓸하게 다가오는...웃으면서도 등골 서늘한 심리스릴러랄까...아직 낯선 나이지리아에 대해, 그안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에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으로 서평의 기회를 준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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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04-0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