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미스터리]가 출간 되고 많은 분들의 넘치는 애정에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제가 쓴 책을 리뷰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책의 말미에 '작가의 말'이 있지만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적으려 합니다.
뭐랄까. 책을 읽어주신 분들께 드리는 보너스 트랙 같은 후기랄까요. ㅎㅎㅎ
아무래도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저도 모르게 스포일러를 발설할 수 있으니 부디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후로 경어는 생략하겠습니다.
[전래 미스터리]의 리뷰 덧글에 남긴 바가 있지만 이 책을 쓰기로 마음 먹은 건 2021년 1월 '아오야기 아이토'의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를 읽고 나서부터이다. 일본 전래동화의 세계관을 유지한 채 본격 미스터리의 묘미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본격 미스터리의 하위 장르를 두루 섭렵한 작품집으로 책을 읽고 나서 신선하고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일본 독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화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특수설정 미스터리. 이른바 뉴트로 미스터리였다.
물론 책을 읽자마자 집필 의욕이 생긴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미스터리 팬으로서 열광했고 작가의 차기작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의 출간을 기다리는 독자였다.
하지만, 무의식중에도 내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한국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동화적 세계관을 유지하는 전래동화 미스터리 작품집은 아직까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는 시도는 많이 있어왔고, 호러로 재해석한 [신 전래특급]이란 작품도 있다. 하지만 [옛날 옛적~]같은 온전히 전래동화 세계관으로 꾸려진 미스터리 작품집은 없던 것이다.
스물스물 생각이 차올랐다.
최초가 되고 싶다는 욕망.
기존 전래동화의 잔혹함을 부각하면서 미스터리의 묘미를 선사하는 작품을 써볼까?
'그래. 한 번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콩쥐 살인사건]을 탈고했다. 서양의 [신데렐라]와 유사성이 있으면서 팥쥐의 시신을 젓갈로 만들어 계모에게 먹이는 원전 결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21년 9월 경이었다.
첫 단편을 탈고하고 [계간 미스터리]에 게재할 요량으로 원고를 보냈다. 그런데 원고가 실리길 기다리면서 자료조사를 해보니 생각보다 한국전래동화의 잔혹수위가 상당히 높음을 깨달았다. 그림형제 같은 서양의 잔혹동화 저리가라 할 정도의 수위에 아이디어가 솟구쳤다.
그리하여
[나무꾼의 대위기], [살인귀VS 식인귀], [스위치] 세 편을 약 10일만에 써버렸다. -_-;;; 구색을 맞추기 위해 밀실, 스릴러, 사이코 스릴러등 장르적 변화를 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속도인데 [콩쥐 살인사건]까지 약 15일 만에 써버린 것이었다.
단편 4편이 모이고 나니 단독집으로서의 분량이 모였다고 생각했다. 평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는 '김재희'작가님께 몽실북스 연락처를 물어 출간 제의를 문의 했다.
다행스럽게도 OK사인이 떨어졌고 '21년 11월에 서울에 있는 몽실북스 카페에 직접 방문하여 계약을 했다.
이후 [계간 미스터리]에는 양해를 구하고 [콩쥐 살인사건] 원고를 회수한 뒤 [무구한 살의]원고를 보냈다. ([무구한 살의]는 [계간 미스터리 2022 봄호]에 게재됐다.)
'21년 11월 경 몽실북스에서 원고 편집과정을 거치면서 분량이 너무 짧다는 회신이 왔다.
부랴부랴 한 편을 더 써야만 했다. 이 시기에 추가할 다양한 전래동화를 구상했는데, [장화 홍련]과 [의좋은 형제]가 물망에 올랐었다. [장화 홍련]은 서술트릭으로 거의 완성 단계까지 구상했으나 아쉽지만 포기했고 [의좋은 형제]도 쌀가마가 아닌 시체가 오가는 것으로 구상했으나 반전이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
결국 [여우누이]를 기반으로 한 [연쇄 도살마]로 단편을 써냈다. 아무래도 참기름을 사용하는 원전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나 할까. ㅎㅎㅎ
다섯 개의 단편을 쓰고도 분량이 모자라 각 단편의 분량을 늘이는 작업에 진땀을 뺐다. 그럼에도 전체 페이지는 230페이지 남짓에 분량이 짧다는 리뷰가 많이 보이니, 단편 하나를 더 추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집의 제목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전래동화 기반의 미스터리라는 의미로 [전래 미스터리]라 지었다.
우습지만 국내 최초의 전래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규정짓는 동시에 책의 제목을 의도하는 바였다. ^^;;;
탈고 당시 정말 우연하게도 '박해로'작가의 [신 전래특급]이 출간된 시기여서 비슷한 컨셉의 책이 중복으로 나오는 것 보단 출간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출판사와 협의 했다.
그렇게 해를 넘겨 '22년 6월 10일에 첫 단독집 [전래 미스터리]가 세상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