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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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온다 (2018년 초판)
저자 - 사와무라 이치
역자 - 이선희
출판사 - 아르테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84p

 

오랜만에 돌아온 정통 오컬트 호러의 진수

 

나도 봤다!!! 지금 한창 떠오르는 정말 HOT한 공포호러의 진수!!! [보기왕이 온다]!!!!
재작년 [곡성]의 흥행을 시작으로 갑자기 TV안방을 장악한 호러 열풍에 발맞춰 장르문학계에도 걸출한 오컬트 호러 신작이 출간되었다. 장르 작품을 비평하려다 자신이 직접 써보겠다는 생각으로(이건 마치 '김치찌개 식당이 맛없이 내가 차린집'과 같은것 아닌가!!) 작가가 된 '사와무라 이치'의 첫번째 장편소설 이자 출간 즉시 열도에 큰 화제를 부르며 제22회 일본호러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올해 초에 출간됐던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 이후로 장르문학계에 이렇다 할 오컬트 호러 소식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의 출간으로 호러 매니아로서 특히 오컬트 공포 덕후로서 반갑기 그지 없는 작품이다.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이 오컬트와 SF를 접목한 퓨전호러라면 이번 신작은 오컬트의 초심으로 돌아간듯 정석의 공포를 보여준다. 뭐랄까..'스즈키 코지'의 [링]을 처음 접했을때의 충격과 공포랄까...



딩동...
울리는 초인종...
집안에는 치매로 누워있는 할아버지와 어린 소년 히데키뿐...
'누구세요?'
현관으로 달려나간 히데키에게 문밖의 '그것'은 묻는다.
'엄마 계십니까?'
'시즈씨는 계십니까?'
'히사노리 씨는?'
'긴지씨 긴지씨 긴지씨는 계세요? 안에 계시나요?'
긴지...누워계신 할아버지를 찾는 불쾌한 목소리와 함께 문밖 뿌연 유리문에는 기괴하도록 길다란 손가락을 가진 손바닥 두개가 붙어있다.


'돌아가!!!!'
치매로 정신이 없는 할아버지의 일갈 이후 문밖의 '그것'은 돌아가고... 


시간은 흘러 어릴적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흐릿해진 어른의 히데키는 아내 '가나'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2살난 딸 '치사'를 키우는 가장이 된다. 하지만 히데키의 주변에 알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어릴적 겪었던 문밖의 '그것'에 대한 공포가 떠오른다. 그대로 있다간 가족을 지킬 수 없음을 직감한 히데키는 사방으로 괴이한 존재에 대해 수소문하고, 민속학 교수인 동창을 통해 '그것'이 보기왕이라 불리며 오래전부터 전승되오는 민간괴담이란 것을 알게 된다.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대답하면 안 된다. 문을 열어줘도 안 된다.
절대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보기왕이 온다.
보기왕이 산으로 데려간다.


집안에 붙여두었던 부적이 갈기갈기 찢기고, 아내와 아이가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본 히데키는 가족을 위해 보기왕과의 결판을 결심하고, 영매사 마코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결판의 시간.....



문밖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그 부름에 답하는 순간 나의 영혼이 문밖의 존재에게 홀린다는 이야기는 사실 꼬꼬마 시절에 봤던 어린이 괴담집에서 처음 접했을 정도로 흔하다면 흔한 이야기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누군가 세번 이름을 부르거든 절대로 답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국경을 떠나 널리 알려진 괴담을 모티브로 했다는 말인데, 익숙한 괴담의 변주에도 이렇게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공포심을 주는건 우리가 어릴적부터 기억속에 각인된 문밖의 존재, 타인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고 극대화 시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집을 침범하려는 존재에 대한 공포..유년시절 가게에 나가시는 부모님이 내게 절대로 모르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그 말 속에서 그것이 인간이던 인간이 아니던 누군지 모를 손(guest)에 대한 공포심을 은연중에 전해주었고, 이 작품은 그 잊혀진 기억을 일깨워 준다고 생각한다.



보기왕에게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방법을 묻는 히데키에게 영매사 마코토는 이렇게 말한다.

 

'아내와 가족들에게 잘 대해주세요...'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과 밝혀지는 진실들...솔직히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보기왕이 단란한 히데키의 가정에 찾아온 이유....


'그렇게 엄청난건 부르지 않으면 오지 않아...'


여기서 다시 평범하게 살아가는 화목하고 단란해 보이는 가정의 이면에 주목하게 된다. 나의 가정은 어떤가...항상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던건 아닐까?...아내를 배려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로 보이려 노력하던 내 모습뒤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와 심하게 다투던 모습...부부싸움에 공포를 느끼고 울던 아이들의 모습...업무 스트레스에 퇴근하고 놀자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짜증내던 나의 모습...이런 어두운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가고 이내 우리집도 불화와 원망섞인 마음들이 보기왕을 부르고 있었던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뒷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굳건하고 탄탄한 가족앞에 악귀따위가 들어올 여지는 없다. 굳건한 가정에 불화라는 작은 균열을 파고드는 원념이 쌓이고 쌓여 보기왕이라는 강력한 악마를 불러낸다. 물론 작품에서 비춰지는 극단적 가족의 모습은 아니지만, 일상적 행위가 야기하는 공포와 절망의 연쇄작용이 내겐 더없는 공포로 다가왔다.



작가 후기에서 이 작품을 쓰면서 요괴, 귀신, 이야기, 괴담, 만화, 소설,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여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보기왕의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일본의 2ch에서 인기를 끌던 괴담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읽어선 안 되는 이야기]에 실려있는 '마비키'와 '쿠네쿠네'이야기이다. 스포가 될것 같아 언급하기 힘들지만 '마비키'는 일본에 실존했던 풍습으로 그 당시의 어렵던 사회상을 반영하기에 보기왕의 탄생 역시 같은 선상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하는 이야기 같다. 또한 후반부 무녀와 보기왕의 본격적인 결판은 강렬한 퇴마액션을 선보이면서 영화나 게임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의 균열을 찢어발기면서 심리적으로 옥죄는 심리공포에 신체 절단이라는 하드고어틱한 장면들, 신묘한 능력을 사용하는 영능력자의 액션까지 공포 호러가 주는 장르적 재미를 총망라하는 이유는 이 같은 다양한 매체의 흥행요소들을 적절히 버무려 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외국의 악귀 '부기맨'에서 따온 '보기왕'이란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양의 [컨져링]을 보는듯한 기분이었다. 분명 비슷한 클리셰를 사용하고 예측이 되는데도 더럽게 무서운...ㅠ_ㅠ...역시 귀신하면 동양귀신...그중에서도 일본귀신이 최고라는걸 다시 한번 느끼면서 정말 오랜만에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걸작이 나온것 같아 기쁘다.  더불어 12월에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온다]가 기다려진다. 후반부 무녀 VS 보기왕의 대결에 특유의 일본식 뽕끼만 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것 같은데..일단 예고편은 잘 뽑아놨던데...설렘반 걱정반이라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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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정끝별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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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소금처럼그대앞에하얗게쌓인다 (2018년 초판)
저자 - 정끝별
출판사 - 해냄
정가 - 14500원
페이지 - 178p


삶과 죽음이 담긴 60편의 시와 단상


생과 사는 떼려야 뗄수없는 관계이다. 약속없는 탄생 뒤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삶이 있을뿐.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을, 하나뿐인 일생을 담은 시와 시에 대한 단상을 통해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시집이 출간되었다. 여러 시인들이 들려주는 60편의 시에 담긴 인생, 세월, 삶, 나이, 죽음에 대한 글귀들은 하얗게 쌓여만가는 삶이라는 시간을 더욱 소중하고 가치있게 빛낸다. 


살면서 정규교육 외에 시집을 읽은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는것 같다. 평소라면 절대 들춰보지도 않을 시집을 읽게 된건 출판사의 신간 리뷰어로 활동하여 본의아니게 몇십년 만에 시를 접하긴 했지만, 나도 이제 중년에 접어들면서 여태껏 걸어왔던 삶에 대해, 남아있는 삶에 대해....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 시집은 실로 남다르게 다가온것 같다. 짧은 단어와 글귀로 인생이라는 장대하고 기나긴 이야기를 축약하여 들려주는 시라는 장르에, 읽을 때마다 다른 이야기와 감동을 전해주는 시인들의 센스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다소 어렵고 난해한 시를 한페이지에 알기쉽게 풀어주는 저자 정끝별님의 에세이? 짧막한 단상?도 좋았다.


"늙음과 죽음의 품격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시간에 잘 호응하는가에 달려있다. 시간에 맞게 늙어가는 것, 그것이 비로서 시의성일 것이다. 이 시의성은 말년성과 맞닿아있다. 생물학적이거나 연대기적 후기와 무관하게 시간, 즉 죽음에 임박해서도 의식은 깨어있고 기억은 넘쳐나 자신의 삶을 완성시키는 것, 백세시대를 가뿐히 넘어선 이 시대에 그런 진정한 말년을 의기양양하게 꿈꿔본다."


짧고 인상깊었던 시 2편만 소개해 본다.
 


 

이 시는 인터넷인지 TV인지는 모르겠지만 흘러 흘러 먼저 알고 있었던 작품이다. 늙음과 주름...나무의 나이테처럼 깊어가는 주름만큼 얼굴엔 살아온 시간이 새겨지고 노인의 주름진 내천을 바라보며 노인이 살아온 인생을 가늠해 본다. 내천자를 시간과 매치하는 감각...역시 시인의 감성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듯....



시를 통해 현대사회의 세태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성공을 향해 청춘을 저당잡힌 아이들을 바라보며 써냈을 씁쓸한 감정이 느껴진다. 살기위해 하는 일임에도 죽도록 공부하며 보내는 청춘이 아깝고도 가엽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아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각 주제에 맞는 6가지 챕터와 그 안에 담긴 시속에서 삶의 정답을 찾아나가는 탐구와 사색의 시간은 우리의 삶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한 편의 시와 에세이...하루 잠깐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들여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할 시간을 갖는건 건강한 인생, 품격있는 죽음을 위한 투자가 아닐까...오랜만에 가진 좋은 시간, 좋은 경험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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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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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힘든긴밤 (2018년 초판)_가제본

저자 - 쯔진천

역자 - 최정숙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458p



부패에 맞서 싸운 영웅들의 십년간의 기록



'주하오후이', '레이미'와 더불어 중국 추리소설계 3대 인기작가로 뽑히는 '쯔진천'의 작품이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수학과 교수 옌랑이 사건을 풀어 나가는 '추리의 왕'시리즈인 이 작품은 평범한 소시민들이 부패에 찌든 재계, 정치계, 공권력등 거대 권력 앞에서 자신들의 신념 하나로 처절하게 싸워나가는 고난의 투쟁을 그리는 작품이다. 파도 파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더러운 부패의 커넥션과 점입가경되는 비열하고 더러운 음모와 술수들은 외로운 영웅들의 고귀한 신념을 꺾어내려 하지만 그럴수록 불타오르는 그들의 정신에 절로 숙연해지는것 같았다. 픽션이지만 일부 중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에 작품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그만큼 강렬하게 다가온다.



화창한 토요일 오후,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지하철을 타려던 변호사 장차오는 공안검색대에서 검색대원들에게 즉시 체포된다. 트렁크 안에는 알몸의 시체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전직 검찰관 장양의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차오는 살인에 대한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빠른 속도로 1심 재판에 서게 된다. 별 어려움 없이 장차오의 살인 판결이 나리라 예상했던 검찰과 대중들에게 장차오는 자신이 장양의 살인범이 아니란 폭탄발언을 선언하고...재판정은 충격에 빠진다. 다시 진행된 장차오의 심문과정에서 장차오가 살인을 저지를 수 없는 유력한 알리바이가 공개되고, 살인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이에 수학과 교수 옌랑은 미궁에 빠진 사건의 해결을 돕기위해 나서고, 장양의 집을 재수색 하는 과정에서 손때묻은 노트 한권을 발견하게 되고...안에는 십년전 핑캉현 초등학교에 임시선생님으로 배치된 허우구이핑의 죽음에 대한 기록이 적혀 있었다....



장양 살인사건 뒤에 부패에 맞서 싸운 그들의 십년간의 투쟁의 기록이 서서히 베일을 벗는다....



난데없는 살인사건과 죄를 순순히 자백했던 살인범의 살인부정으로 진술번복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이어서 십년전 허우구이핑의 제자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을 전개하면서 허우구이핑, 장양의 죽음 뒤에 상상도 못할 거대한 비리의 장막이 도사리고 있음을 가늠케 한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징시의 외곽 핑캉현은 실로 고담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범죄의 현...고담현으로 그려진다. 아직 문명화 되지 못한 농촌의 작은 마을...작은 소학교에 재학하는 소녀들의 얼굴에 드리운 짙은그늘...임신...자살...모두를 경학케 할 진실을 드러내려는 허우구이핑의 고군분투와 그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신고에 대한 현의 공안과 나아가 시의 공안들은 시시각각 허우구이핑을 회유와 협박으로 압박한다. 일개 시민으로는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이 겹겹이 쌓인 비리의 장벽앞에 페이지를 넘길수록 드러나는 그들의 만행앞에 비탄의 한숨과 끓어오르는 공분을 자아내게 한다.



인기 할리우드 스타의 잠적 이후 불거지는 온갖 사망설들...이후 부여된 천문학적인 추징금...유명인사의 자유마저 철저히 제한하는 폐쇄적인 공산국가...무소불위의 권력자와 눈부신 급성장으로 세계적 부를 거머쥔 사업가의 검은 커넥션은 이런 실제사건과 맞물려 너무나 현실적으로 비춰져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암울하고 숨막히는 세상에 맞서 인생을 걸고 싸워 나가는 장양과 그와 뜻을 함께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십년간의 투쟁은 치열하다 못해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중국에서 이 작품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는게 웬지 이해가 간다. 기나긴 암흑같은 부패의 늪속처럼 칠흑같이 이어지는 기나긴 밤, 이 어둠을 걷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호연지기는 부패권력의 억압 속에서 숨죽이며 움츠려살던 인민들이 어둠이 겆히고 동트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작품의 원제 '장야난명' 빛을 보기 힘든 기나긴 밤이라는 뜻이 기나긴 암흑 통치를 비유하는 말이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패척결 의지표명 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사무위원인 저우융캉이 부패혐의로 재산몰수와 직위박탈 사건이 배경이 되었다는 사실이 작품에 대한 현실성을 뒷받침하고 있는듯 하다. 양파처럼 벗겨도 벗겨도 드러나는 치떨리는 더러운 진실들과 과거(장양)와 현재(옌랑)를 오가며 숨겨진 진실에 접근해 나가는 과정이 치밀한 논리에 맞춰지면서 강한 몰임갑과 흡인력을 선사한다. 치떨리는 이야기에 분노하고 공분하며 세상을 바꿔 나가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심을 말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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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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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벨맨&블랙 (2018년 초판)

저자 - 다이앤 세터필드

역자 - 이진

출판사 - 비채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19p



무심코 던진 돌이 야기한 비극의 씨앗



'에드거 앨런 포'가 떠오르는 음울하고 음습한 분위기의 고딕소설이 출간되었다. 처음 접한 작가의 작품이라 어떤 분위기의 작품을 쓰는 작가인지 모르고 접했는데, 무심코 저지른 행동 하나로 평생을 불안과 고통에 떨어야 했던 한 남성의 불안정한 심리를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로 그려내는데, 특히 직접적인 잔혹묘사 없이도 떼까마귀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종일관 끈적하고 불쾌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만드는 실력을 보니...예사 필력은 아닌듯 하다.



때는 19세기...벨맨가 조모의 혼외자로 데려온 자식 필립은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으로 가문에서 제적 당하고, 그나마 아내와 아들 윌리엄을 놓아두고 도망가 버린다. 어려서부터 영민했던 윌리엄은 선조부터 운영해오던 방직공장에서 밑바닥부터 기초를 다지고, 끈질긴 인내와 노력, 창의성으로 점차 인정받게 된다. 그런 윌리엄을 좋게본 방직공장 사장이자 삼촌 폴은 윌리엄을 비서로 임명하고 점차 공장의 중요한 일들을 맡기게 된다. 타고난 일머리와 남다른 추진력으로 공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관리자가 된 윌리엄은 갑작스러운 폴의 죽음으로 공장의 실질적 사장자리에 오르게 되고, 방직, 염색, 원재료까지 토탈 방직시스템으로 더없는 호황을 누린다. 한편 자신감 넘치고 승승장구하는 그에겐 삼촌 폴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장례식마다 검은양복을 입은 남자가 눈에 띄고 불쾌한 기운을 발산하는 그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과 불안감을 갖는다. 시간은 흘러 사랑하는 아내와 4명의 자식을 둔 윌리엄에게 예상치 못한 재난이 찾아오는데......



밝은 미래만이 가득할것 같던 유년시절...치기어린 행동으로 무심코 저지른 살생...그때는 미처 몰랐던 사소한 행동이 저주의 씨앗을 잉태시키고...눈감기 전까지 따라다니는 저주의 굴레가 한 인간의 인생을 처절하게 파괴시키고 만다. 이런류의 이야기는 고전공포소설이나 괴담류에서 많이 봐왔던 형식같은데, 무심코 죽인 검은 고양이의 저주가 충격적이던 '포'의 [검은 고양이]나 우연히 죽인 뱀 때문에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여타의 괴담류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작품이다. 뱀...고양이...우리가 흔히 악마의 하수인으로 여겨져 해쳤을때 재수없다 생각하는 동물들을 모티브로 생산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마녀의 분신으로 통하는 떼까마귀가 저주의 매개체로 사용되면서 검정색 양복의 사내와 매치되어 저승사자 혹은 죽음의 계약자로 그려지게 된다.



한창 산업이 발달하던 19세기 영국...폭풍과도 같은 산업발달의 중심에 윌리엄이 있다. 그만이 갖고 있는 배포와 수단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웬만한 기업경영소설 못지 않게 성공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렇게 젊음의 패기로 승승장구하며 세상 두려울것 없이 살아가지만 당연하게도 인생은 뜻하는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에...그에게 인생에서 가장 험난한 고난의 시련이 찾아오고...윌리엄은 검은사내 블랙과 모종의 계약을 나누고 시련을 가까스로 빠져나온다. 그렇게 악마와의 계약 이후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어 버리고...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지만 그 자신은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버린다...



사실 윌리엄만이 볼 수 있는 블랙이라는 신비의 사내는 윌리엄이 만들어낸 환상인지도 모르겠다. 블랙이라는 악마를 잠시 제외한다면 윌리엄은 단지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 자신을 스스로 좀먹어가는 워커홀릭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 블랙을 실제하는 악마로 본다면 이 작품은 오컬트 고딕공포소설일 것이고, 블랙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윌리엄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면 오로지 성공을 향해 모든것을 건 한 남성의 흥망성쇄가 담긴 일대기적 소설로 볼 수 있을것 같다. 어디에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장르 자체가 바뀐다는 말인데, 이런 관점에 따른 다양한 해석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결국 어린 객기로 저지른 쓸데 없는 살생은 인생을 망치는 원인이 될수도 있거니와 항상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며 챙겨주는 여유를 견지하면서 성공의 노예가 되지는 말자는 교훈을 주는 작품인가?..-_-;;; 이 말을 이토록 음산하고 음울하게 풀어내다니...인간은 죽기직전 자신이 살았던 삶이 순간적으로 파노라마 처럼 흘러간다고 한다. 심정지 후 극적으로 되살아난 사후체험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당시 강렬한 빛고 함께 기억의 파노라마를 경험을 했다는 체험담을 쏟아 놓는것을 보면 정말인지도 모르겠다. 윌리엄 역시 죽기 직전 그의 삶 전체가 다시한번 펼쳐진다. 유년시절의 과오들....때로는 매정하게 앞만보고 달렸던 수많은 선택들....그의 인생을 바라보며 작가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백페이지에 담긴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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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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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사자 (2018년 초판)_와타세경부시리즈-2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5500원
페이지 - 424p



교화의 여지가 없는 반사회적 범죄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처벌은?


'나카야마 시치리'월드로 묶인 미스터리 시리즈중 [테미스의 검]에 이어 '와타세 경부 시리즈' 두번째작품이 출간되었다. '나카야마 시치리'유니버스에서 종종 등장했던 험악한 인상이지만 발로 뛰는 수사로 도내 최고의 검거율을 자랑하는 와타세 경부와 그의 후배 고테가와가 협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이 시리즈는 법의관, 변호사 등 범죄와 맞닿은 사람들을 그리는 작가의 여러 시리즈중 경찰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이다. 이번 작품은 일본내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 하는 다소 무겁고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여태껏 봤던 작가의 작품중 가장 무거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혼 뒤 홀로 살던 50대 주부가 자택에서 수차례 무참히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망자의 옆 벽에는 사망자의 피묻은 손으로 쓴듯한 '네메시스' 라는 글자가 쓰여있고, 감식결과 이 글자는 피해자의 다잉메시지가 아니라 살인자가 남긴 메시지라는 것이 밝혀지고, 와타세 경부는 사망한 주부의 이력을 확인하고 단순강도살인이 아닌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고 판단한다. 주부의 아들이 10년전 지하철역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2명의 소녀를 무참히 살해한 범인
이었던 것이다. 사건당시 반사회적 죄질과 반성하는 기색없는 뻔뻔한 태도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 누구나 사형을 언도 받으리라 의심치 않았으나 재판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깬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 온정판사라 불리는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판사의 판단에 의해 여론과는 반대되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당시의 공분은 10년의 시간동안 희석되고, 잊혀진 사건이 된 지금 살인범의 어머니가 동일한 살해방식으로 살해된다...와타세는 당시 살인범에 의해 희생당한 가족들을 찾아가는데.....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의 복수의 여신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살인범 네메시스는 무엇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내리친 것인가?...단순히 감옥에 갖힌 살인범을 단죄할 수 없어 대신 그의 어머니에게 벌을 내린 것인가?...아니면 마땅히 사형을 받았어야할 살인범을 살려둔 사법기관을 향한 분노의 포효인 것인가?...후자일 경우 파생될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와타세 경부와 미사키 검사는 범인의 윤곽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번째 살인이 이어진다...



과연 교화의 여지가 없는 반사회적 범죄자에게 사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 것인지에 대해 작가는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죽어 마땅한 살인범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순간, 변호사와 승리 포즈를 취하며 웃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무너지는 심정...살인범은 감옥에 투옥되는 것으로 끝나지만, 남아있는 피해자의 가족들은 메스컴과 이웃들의 과도한 관심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지만 결과는 변함없고, 민사소송으로 배상금을 판결받지만 살인자의 집은 배상할 능력도 없어 땡전 한푼 주지 못한다. 피해자의 가족들이 낸 세금으로 인간쓰레기를 죽을때까지 편하게 먹이고 입히고 재워야 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사랑했던 가족을 허망하게 잃고 마음속에 세상을 향한 울분과 분노를 안고 숨어지내야 하는 피해자의 가족들...이것이 법치주의에서 보호받고 살고있는 선량한 시민의 모습이란 말인가?...

피해자의 가족들 모두 이렇게 말한다. '그놈만 죽었더라면...이렇게 울분을 가슴에 끌어안고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고...



얼마전 일본에서 발생했던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 교주와 핵심간부의 사형이 집행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어쨌던 일본은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실제로 집행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러니 사형제 존폐에 대해 논의라도 하지만...우리나라의 경우 사형제도는 유지하고 있지만 수십년째 집행하지 않고 있으니 실질적으론 폐지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래서인가?...지독하고 참혹한 반사회적 범죄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범죄자들은 하나같이 형량을 줄이고자 심신의 문제로 인한 범죄였다고 주장한다. 강서구 PC방 사건만 봐도 벌써부터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정신감정을 요청하는가 하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가해자 역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고하니...이건 뭐 가해자를 위한 형량줄이기 족보라도 공부하는 건지...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매스컴에서는 강서구 PC방 살인자의 문신을보고 [나루토]만화가 원인이라질 안나, 게임중독으로 인한 폐해라고 게임을 포격하질 안나...문제의 핵심은 외면한체 온통 책임떠넘기기에 혈안이되 쓰레기 같은 기사만 싸지르고 있으니...참으로 한심한 노릇이아닌가...고인이 편히 눈감고, 피해자 가족의 울분을 잠재우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강력한 처벌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여 사형제는 존속될 뿐만 아니라 집행되어야 한다는게 개인적 생각이다...



잡설이 길었다만, 네메시스의 살인이 거듭될수록 여론은 사법제도의 솜방망이 처벌과 판례에 의지한 판결문에 쌓이고 쌓였던 분노를 터트리고, 어느새 온라인에서는 네메시스가 물렁한 사법부를 대신해 단죄의 철퇴를 내리는 영웅으로 추앙 받기에 이른다. 픽션이지만 과연 우리는 다를까 싶다...언제나 심각한 범죄자에게 내려지는 형량은 사회여론의 기대치에 한참 못미치고...가해자들은 발뻗고 잠들지만 피해자들은 숨죽인체 뜬눈으로 지새는 불합리한 세상...이럴거면 사형제도 부활 시켜라...-_- 최소한 범죄자들이 경각심이라도 갖게 말이다...참...죄짓고 살기 편한 세상이다...
 

사형제도라는 첨예한 문제를 들이밀고, 범죄자와 피해자의 극명한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존폐중 어느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내가 찬성론자라서인지 작품에서 거론되는 폐지의 이유가 빈약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네메시스의 정체를 둘러싼 반전의 한방을 감춰두고 있으니 추리로서의 재미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다. 무겁고 첨예한 주제 안에서 긴장감의 끈을 유지하는게 쉽지 않은데, 사회적 문제와 추리적 엔터테인먼트를 환상적으로 배합해냈다. 작가가 묵직하게 던진 이 문제를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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