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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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사자 (2018년 초판)_와타세경부시리즈-2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5500원
페이지 - 424p



교화의 여지가 없는 반사회적 범죄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처벌은?


'나카야마 시치리'월드로 묶인 미스터리 시리즈중 [테미스의 검]에 이어 '와타세 경부 시리즈' 두번째작품이 출간되었다. '나카야마 시치리'유니버스에서 종종 등장했던 험악한 인상이지만 발로 뛰는 수사로 도내 최고의 검거율을 자랑하는 와타세 경부와 그의 후배 고테가와가 협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이 시리즈는 법의관, 변호사 등 범죄와 맞닿은 사람들을 그리는 작가의 여러 시리즈중 경찰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이다. 이번 작품은 일본내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 하는 다소 무겁고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여태껏 봤던 작가의 작품중 가장 무거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혼 뒤 홀로 살던 50대 주부가 자택에서 수차례 무참히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망자의 옆 벽에는 사망자의 피묻은 손으로 쓴듯한 '네메시스' 라는 글자가 쓰여있고, 감식결과 이 글자는 피해자의 다잉메시지가 아니라 살인자가 남긴 메시지라는 것이 밝혀지고, 와타세 경부는 사망한 주부의 이력을 확인하고 단순강도살인이 아닌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고 판단한다. 주부의 아들이 10년전 지하철역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2명의 소녀를 무참히 살해한 범인
이었던 것이다. 사건당시 반사회적 죄질과 반성하는 기색없는 뻔뻔한 태도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 누구나 사형을 언도 받으리라 의심치 않았으나 재판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깬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 온정판사라 불리는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판사의 판단에 의해 여론과는 반대되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당시의 공분은 10년의 시간동안 희석되고, 잊혀진 사건이 된 지금 살인범의 어머니가 동일한 살해방식으로 살해된다...와타세는 당시 살인범에 의해 희생당한 가족들을 찾아가는데.....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의 복수의 여신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살인범 네메시스는 무엇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내리친 것인가?...단순히 감옥에 갖힌 살인범을 단죄할 수 없어 대신 그의 어머니에게 벌을 내린 것인가?...아니면 마땅히 사형을 받았어야할 살인범을 살려둔 사법기관을 향한 분노의 포효인 것인가?...후자일 경우 파생될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와타세 경부와 미사키 검사는 범인의 윤곽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번째 살인이 이어진다...



과연 교화의 여지가 없는 반사회적 범죄자에게 사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 것인지에 대해 작가는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죽어 마땅한 살인범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순간, 변호사와 승리 포즈를 취하며 웃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무너지는 심정...살인범은 감옥에 투옥되는 것으로 끝나지만, 남아있는 피해자의 가족들은 메스컴과 이웃들의 과도한 관심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지만 결과는 변함없고, 민사소송으로 배상금을 판결받지만 살인자의 집은 배상할 능력도 없어 땡전 한푼 주지 못한다. 피해자의 가족들이 낸 세금으로 인간쓰레기를 죽을때까지 편하게 먹이고 입히고 재워야 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사랑했던 가족을 허망하게 잃고 마음속에 세상을 향한 울분과 분노를 안고 숨어지내야 하는 피해자의 가족들...이것이 법치주의에서 보호받고 살고있는 선량한 시민의 모습이란 말인가?...

피해자의 가족들 모두 이렇게 말한다. '그놈만 죽었더라면...이렇게 울분을 가슴에 끌어안고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고...



얼마전 일본에서 발생했던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 교주와 핵심간부의 사형이 집행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어쨌던 일본은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실제로 집행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러니 사형제 존폐에 대해 논의라도 하지만...우리나라의 경우 사형제도는 유지하고 있지만 수십년째 집행하지 않고 있으니 실질적으론 폐지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래서인가?...지독하고 참혹한 반사회적 범죄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범죄자들은 하나같이 형량을 줄이고자 심신의 문제로 인한 범죄였다고 주장한다. 강서구 PC방 사건만 봐도 벌써부터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정신감정을 요청하는가 하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가해자 역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고하니...이건 뭐 가해자를 위한 형량줄이기 족보라도 공부하는 건지...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매스컴에서는 강서구 PC방 살인자의 문신을보고 [나루토]만화가 원인이라질 안나, 게임중독으로 인한 폐해라고 게임을 포격하질 안나...문제의 핵심은 외면한체 온통 책임떠넘기기에 혈안이되 쓰레기 같은 기사만 싸지르고 있으니...참으로 한심한 노릇이아닌가...고인이 편히 눈감고, 피해자 가족의 울분을 잠재우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강력한 처벌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여 사형제는 존속될 뿐만 아니라 집행되어야 한다는게 개인적 생각이다...



잡설이 길었다만, 네메시스의 살인이 거듭될수록 여론은 사법제도의 솜방망이 처벌과 판례에 의지한 판결문에 쌓이고 쌓였던 분노를 터트리고, 어느새 온라인에서는 네메시스가 물렁한 사법부를 대신해 단죄의 철퇴를 내리는 영웅으로 추앙 받기에 이른다. 픽션이지만 과연 우리는 다를까 싶다...언제나 심각한 범죄자에게 내려지는 형량은 사회여론의 기대치에 한참 못미치고...가해자들은 발뻗고 잠들지만 피해자들은 숨죽인체 뜬눈으로 지새는 불합리한 세상...이럴거면 사형제도 부활 시켜라...-_- 최소한 범죄자들이 경각심이라도 갖게 말이다...참...죄짓고 살기 편한 세상이다...
 

사형제도라는 첨예한 문제를 들이밀고, 범죄자와 피해자의 극명한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존폐중 어느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내가 찬성론자라서인지 작품에서 거론되는 폐지의 이유가 빈약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네메시스의 정체를 둘러싼 반전의 한방을 감춰두고 있으니 추리로서의 재미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다. 무겁고 첨예한 주제 안에서 긴장감의 끈을 유지하는게 쉽지 않은데, 사회적 문제와 추리적 엔터테인먼트를 환상적으로 배합해냈다. 작가가 묵직하게 던진 이 문제를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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