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벨맨&블랙 (2018년 초판)

저자 - 다이앤 세터필드

역자 - 이진

출판사 - 비채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19p



무심코 던진 돌이 야기한 비극의 씨앗



'에드거 앨런 포'가 떠오르는 음울하고 음습한 분위기의 고딕소설이 출간되었다. 처음 접한 작가의 작품이라 어떤 분위기의 작품을 쓰는 작가인지 모르고 접했는데, 무심코 저지른 행동 하나로 평생을 불안과 고통에 떨어야 했던 한 남성의 불안정한 심리를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로 그려내는데, 특히 직접적인 잔혹묘사 없이도 떼까마귀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종일관 끈적하고 불쾌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만드는 실력을 보니...예사 필력은 아닌듯 하다.



때는 19세기...벨맨가 조모의 혼외자로 데려온 자식 필립은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으로 가문에서 제적 당하고, 그나마 아내와 아들 윌리엄을 놓아두고 도망가 버린다. 어려서부터 영민했던 윌리엄은 선조부터 운영해오던 방직공장에서 밑바닥부터 기초를 다지고, 끈질긴 인내와 노력, 창의성으로 점차 인정받게 된다. 그런 윌리엄을 좋게본 방직공장 사장이자 삼촌 폴은 윌리엄을 비서로 임명하고 점차 공장의 중요한 일들을 맡기게 된다. 타고난 일머리와 남다른 추진력으로 공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관리자가 된 윌리엄은 갑작스러운 폴의 죽음으로 공장의 실질적 사장자리에 오르게 되고, 방직, 염색, 원재료까지 토탈 방직시스템으로 더없는 호황을 누린다. 한편 자신감 넘치고 승승장구하는 그에겐 삼촌 폴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장례식마다 검은양복을 입은 남자가 눈에 띄고 불쾌한 기운을 발산하는 그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과 불안감을 갖는다. 시간은 흘러 사랑하는 아내와 4명의 자식을 둔 윌리엄에게 예상치 못한 재난이 찾아오는데......



밝은 미래만이 가득할것 같던 유년시절...치기어린 행동으로 무심코 저지른 살생...그때는 미처 몰랐던 사소한 행동이 저주의 씨앗을 잉태시키고...눈감기 전까지 따라다니는 저주의 굴레가 한 인간의 인생을 처절하게 파괴시키고 만다. 이런류의 이야기는 고전공포소설이나 괴담류에서 많이 봐왔던 형식같은데, 무심코 죽인 검은 고양이의 저주가 충격적이던 '포'의 [검은 고양이]나 우연히 죽인 뱀 때문에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여타의 괴담류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작품이다. 뱀...고양이...우리가 흔히 악마의 하수인으로 여겨져 해쳤을때 재수없다 생각하는 동물들을 모티브로 생산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마녀의 분신으로 통하는 떼까마귀가 저주의 매개체로 사용되면서 검정색 양복의 사내와 매치되어 저승사자 혹은 죽음의 계약자로 그려지게 된다.



한창 산업이 발달하던 19세기 영국...폭풍과도 같은 산업발달의 중심에 윌리엄이 있다. 그만이 갖고 있는 배포와 수단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웬만한 기업경영소설 못지 않게 성공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렇게 젊음의 패기로 승승장구하며 세상 두려울것 없이 살아가지만 당연하게도 인생은 뜻하는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에...그에게 인생에서 가장 험난한 고난의 시련이 찾아오고...윌리엄은 검은사내 블랙과 모종의 계약을 나누고 시련을 가까스로 빠져나온다. 그렇게 악마와의 계약 이후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어 버리고...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지만 그 자신은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버린다...



사실 윌리엄만이 볼 수 있는 블랙이라는 신비의 사내는 윌리엄이 만들어낸 환상인지도 모르겠다. 블랙이라는 악마를 잠시 제외한다면 윌리엄은 단지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 자신을 스스로 좀먹어가는 워커홀릭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 블랙을 실제하는 악마로 본다면 이 작품은 오컬트 고딕공포소설일 것이고, 블랙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윌리엄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면 오로지 성공을 향해 모든것을 건 한 남성의 흥망성쇄가 담긴 일대기적 소설로 볼 수 있을것 같다. 어디에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장르 자체가 바뀐다는 말인데, 이런 관점에 따른 다양한 해석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결국 어린 객기로 저지른 쓸데 없는 살생은 인생을 망치는 원인이 될수도 있거니와 항상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며 챙겨주는 여유를 견지하면서 성공의 노예가 되지는 말자는 교훈을 주는 작품인가?..-_-;;; 이 말을 이토록 음산하고 음울하게 풀어내다니...인간은 죽기직전 자신이 살았던 삶이 순간적으로 파노라마 처럼 흘러간다고 한다. 심정지 후 극적으로 되살아난 사후체험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당시 강렬한 빛고 함께 기억의 파노라마를 경험을 했다는 체험담을 쏟아 놓는것을 보면 정말인지도 모르겠다. 윌리엄 역시 죽기 직전 그의 삶 전체가 다시한번 펼쳐진다. 유년시절의 과오들....때로는 매정하게 앞만보고 달렸던 수많은 선택들....그의 인생을 바라보며 작가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백페이지에 담긴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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