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옆에 피는 꽃 - 공민철 소설집 한국추리문학선 4
공민철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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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옆에피는꽃 (2019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4

저자 - 공민철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07p



놀랍도록 섬세하고 깊이있는 감성 미스터리



얼마전 참석한 추리문학마니아 + 한국추리작가협회 조인 정모에서 만나 같은 테이블에서 본인이 구운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했던 '공민철'작가의 추리 단편집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공작가의 작품이라고는 강원도 고한의 추리마을을 주제로 10명의 추리작가가 써낸 앤솔러지 단편집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에 실린 단편 [시체 옆에 피는 꽃](공교롭게도 이 단편집의 표제가 그것이다.) 한 편 뿐이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시체 옆에 피는 꽃]은 내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던 작품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이 작품집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 단편집을 통해 본인이 갖고 있던 공작가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른 초반의 나이에 말 수 없고 얌전해 보이는 얼굴 뒤로 이런 사람의 마음속을 꿰뚫는 심안을 숨기고 있었을줄이야....-_- 허헐~



며칠전에 읽었던 [게임 마스터]를 통해서도 언급한바 있지만 몰랐던 작가의 역량 혹은 성향을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작가의 단편집을 읽는거라고 생각한다. 이 단편집에 담긴 9편의 단편들은 '공민철' 작가의 미스터리적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또한 잠재된 능력이 얼마나 무궁한지를 알려주는 척도라고 생각된다. 첫번째 단편 [낯선 아들] 단 한편 만으로도 공작가가 공들여 써낸 장편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치게 만들었다.



1. 낯선 아들

살인죄로 복역중이던 아들이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자 고향에 내려온다. 하지만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노모는 아들을 낯선사람 대하듯 한다. 우여곡절끝에 2개월의 시간이 흐르고....아들은 집에 난입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남자를 칼로 찌르고 도주하는데....

- 술자리에서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을 인상깊게 읽고 이 단편을 썼다는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아들이 고백하듯 독백으로 전개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작품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듯 하다. 아들의 양심 고백이 이어질수록 치매를 겪으며 홀로 힘겹게 살아왔을 노모의 아픈 사연이 가슴 깊이 파고든다. 불편하면서도 각자의 사연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감성 미스터리였다.


2. 엄마들

한낮의 아파트 공원에서 벌어진 불의의 사고. 그리고 집단이기주의로 인한 조직적인 은폐...그리고 한 아이 엄마의 양심고백....이 고백이 몰고올 후폭풍은.....

- 사실 임대아파트를 배척하고, 통행로를 막아버리는 등의 아파트 집단이기주의 문제점들은 뉴스등을 통해 익히 듣고 보아왔다. 머...이 단편은 그 집단이기주의의  극단적 사례라고 보여지지만 그럼에도 사건과 은폐로 이어지는 동기는 조금은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보았던 환영의 실체도 별다른 설명없이 소비되어 조금은 아쉬웠던 단편이다. 다만 집단에 반하여 홀로 양심고백을 한 엄마의 고립감은 생생하게 묘사되어 숨막히는 단절을 느끼게 만든다.

 

3. 4월의 자살동맹

중딩3학년 같은반 일진에게 오지게 왕따를 당하던 학생의 동생에게서 일진 옆에 붙어 꼬붕으로 같이 왕따를 괴롭히던 내게 편지 한통이 날아온다. 동생이 써내려간 편지속에는 오빠가 얼마전 자살했고, 오빠를 자살로 몰아넣은 나를 옹서할 수 없다고 쓰여있었다. 그래서 답장을 보냈다.

- 편지문으로 구성된 '미나토 가나에'의 [왕복서간]이 떠오르는 단편이다. 지독한 왕따와 그를 괴롭히는 가해자 사이의 기묘한 자살동맹...그리고 왕따의 고통을 복수의 광기로 채워가는 피해자. 독특한 발상의 전환과 편지문의 형식을 차용하여 가속화되는 광기를 효율적으로 드러낸다. 어제의 가해자가 오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왕따의 속성이 피부에 와닿는다.

 

4. 도둑맞은 도품

옥상에서 발견된 자루에 쌓인 남성의 시체, 시체의 사인은 추락사로 밝혀진다. 하지만 남성의 사망시각에 1층 CCTV에서는 남성이 드나든 기록이 없고, 아파트에서는 반나절동안 엘리베이터 점검이 이뤄진 사실밖에 없는데...이 남성의 죽음의 비밀은?....

- 드러난 사실들을 토대로 사망사고의 진실을 추리해나가는 고딩들의 대화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뭔가 고딩탐정단 같은 느낌의 단편이랄까...그들이 그리는 추리속에 나도 함께 사건에 참전하게 만든다. 머...초반 승강기 힌트에서 사건의 트릭은 얼추 맞출 수 있었다는...ㅎㅎ


5. 가장의 자격

대학생 아들이 불륜 현장에서 불륜녀의 남편에게 발각되 몸싸움을 벌이다 사망에 이르게 만들고, 그 죄로 3년간 복역후 풀려나와 있다가 자해를 시도한다. 집안은 아내에게 맡겨두고 바깥일만 신경썼던 아들의 아버지는 아들의 자해사건을 계기로 아들이 걸어온 인생을 되짚어보며 자신이 아들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아들과 불륜녀의 숨겨진 사실을 알게되는데......

-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절실하게 떠오르는 작품이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한 여자들과 그녀들에게 속절없이 휘둘리는 남자들...-_-;;; 뒤집고 뒤집히는 반전의 묘미가 끝내주는 작품이다. 마지막 아빠의 사악한 미소까지...어긋난 사랑이 가져오는 참극이 쉴틈없이 펼쳐진다. 소름끼치는 결말이 끝내주는 작품!!!



6. 사랑의 안식처

딸아이를 사고로 잃은 부부의 집에 괴한이 침입하고 남편이 격투끝에 괴한을 죽인다. 집안을 침입한 괴한은 근처에 사는 전자발찌를 찬 아동성폭행범이었고, 괴한이 처음 침입했던 곳은 부부의 딸아이가 쓰던 방이었다. 재판장에서 부부의 아내는 괴한이 딸이 자는 방을 침입하여 강간하려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싸움을 벌였다고 증언하는데....

- 가족이란 무엇인가?...가족이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부부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딸을 위한 선택이 가슴을 저미며 처절하게 다가온다. 역시 결말의 한방이 서늘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7. 유일한 범인

홀로 외롭게 살아오던 노인이 죽은지 한참 지난 상태로 맞은편 이웃에 의해 발견된다. 죽은 노인 옆에는 자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에게 지불한다는 유서와 함께 19만원이 든 봉투가 발견된다. 하지만 이웃집 남자는 한사코 그돈을 받길 거부하고, 몇 달뒤 노인의 손녀가 남성을 찾아오는데.....노인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 수수께끼 같은 노인의 고독사에 대한 진실 맞추기가 시작된다. 노인이 죽을 당시에 여러 정황과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다. [도둑맞은 도품]과 함께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고독사를 비틀어 낸 작품으로 노인이 이웃남자에게 전하는 마음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죽음에 이르는 기발한 발상과 기막힌 정황들은 추리소설의 재미를 충족시킨다.


8. 꽃이 피는 순간

대학교 근처 술집에서 전체 회식이 있던날 나는 출입문 근처에 자리잡고 술을 마시는 선배들의 부름으로 함께 앉아 술을 마셨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가던중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하고, 잠깐의 정적 뒤 술집으로 버스가 들이닥치는데.....

- 남성과 접촉하면 불에 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열꽃이 피는 여학생이 간직한 끔찍한 비밀...그리고 복수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복수의 방법이 기발할지는 모르겠으나 실현 가능성을 놓고 봤을때 현실성이 떨어져 아쉽다. -_-


9. 시체 옆에 피는 꽃

-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에서 읽은 작품으로 패스!~ 분량도 그렇고 앞선 무거운 작품들을 마무리짓는 부록같은 단편이라 생각됐다. 표제작이지만 개인적으론 아홉 단편중 가장 희미한 무게감을 주는 단편이었는데 이 작품이 표제작이네....-_- 가장 잔혹한 느낌의 제목이라서일까?...



냉혹한 사회의 부조리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사회파 추리와 기발한 트릭이 돋보이는 본격 추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단편집이다. 둘 다 좋았지만 시의적절한 소재와 함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드는 인간 본연의 차가운 악의와 그 반대되는 따뜻한 인간성에 대한 호소가 공존하는 사회파 추리가 특히 돋보인다. 작품을 읽으며 캐릭터에 이입하여 그들의 선택에 함께 갈등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작품과 작품 의미를 되새기고 곱씹을수록 뽀얀 사골육수처럼 깊이가 우러나온달까...놀라운 반전, 독특한 재미, 시의적절한 시사성, 불편함과 통렬함, 이야미스 그리고 잔잔한 감동까지...미스터리의 매력을 모두 담아낸 단편집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다음 작품으로는 공작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한 장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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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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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돌아왔다 (2019년 초판)

저자 - C. J. 튜더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다산책방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54p



[초크맨]이 수퍼내추럴 오컬트를 장착하고 [애니]로 돌아왔다!!!!



놀라운 데뷔작 [초크맨]으로 영국 장르계를 발칵 뒤집어놨던 'C. J. 튜더'가 돌아왔다. 더 독하게 더 이를 악물고 더 악독해져서 말이다. 전작의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애초부터 없었다는듯 이번 작품에서는 스릴러로서의 치밀하고 촘촘한 구성에 그녀만의 독특한 기괴함과 호러적 감성을 가미하여 완벽한 수퍼내추럴 호러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원 히트 원더의 징크스를 가볍게 깨부수고 소설가로서의 독보적 가치를 전세계에 입증한 것이다. 물론...이번 작품이 완벽하게 본인의 취향을 저격한다는건 굳이 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ㅎ 



한때는 탄광촌으로 부흥했지만 폐광된 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작은 소도시 안힐 

그곳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 고등학교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 줄리아가 자신의 아들 벤의 얼굴을

형체가 남지 않을때까지 망치로 뭉개버리고 본인의 입에 산탄총을 물고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처참하고 참혹한 사건 현장의 벽에는 붉은색 피로 거칠게 휘갈겨진 글자가 쓰여있었다.


'내 아들이 아니야'



25년전 교통사고로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고 고향을 떠났던 조 손이 안힐로 돌아온다. 안힐 아카데미에 재직중이던 영어선생의 끔찍한 사건 이후 공석인 교사자리를 잡기위해서 25년만에 안힐을 찾은 조 손은 마을 전체를 감돌고 있는 무겁고 음울한 공기를 느끼며 자신이 자리를 비운 25년의 시간동안 마을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영어 선생으로 채용되자마자 모자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바로 그 집으로 이사온 조 손은 25년간 끈질기게 자신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환영과 다시 마주하고 숨막히는 공포에 사로잡히면서도 이번에는 일을 완벽히 매듭지으리라 다짐한다. 25년전 동생 애니의 실종과 관련된 친구 스티븐 허스트와의 질긴 악연을 말이다. 



참혹한 모자살인사건이란 강렬한 도입부를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이어서 모자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 아들 벤의 24시간동안의 실종과 복귀, 이후 벤의 기괴한 돌발행동들이 드러나면서 조 손은 25년전 자신이 겪었던 일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을 감지한다. 조 손의 동생 애니 역시 하루동안의 실종 이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행동을 보였었기 때문이다. 이후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회상이 교차되면서 열지 말아야할 지옥문을 열어버린 25년전 그 날의 충격적 진실이 드러난다. 



사랑스럽고 귀여웠던 동생 애니가 24시간의 실종 이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것. 시체 썩는 냄새를 풍기고 알몸이 되어 여기저기 오줌을 싸대고 하루종일 욕설을 중얼대며 급기야 무언가에 씌인듯 극단적 이상행동을 벌인다?....공포 호러 매니아라면 이 정도만 언급해도 쉽사리 눈치챘으리라...돌아온 애니가 불가사의한 무언가에 빙의되었다는 것을 말이다오컬트 영화의 바이블 [엑소시스트], '스티븐 킹'의 걸작 공포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 얼마전 개봉하여 한국적 오컬트를 선보였던 [곡성]까지...익숙하다면 익숙하지만 단란하고 화목했던 가정이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 철저하게 부서지고 유린당해가는 과정이 숨막히는 공포로 독자의 목을 조여온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이 단순한 공포 호러였다면 이정도의 호평은 얻지 못했으리라..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나 [IT(그것)]의 기본 설정과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아류작이라 치부할 수도 있을 작품에 최고라는 수식이 붙는 이유는 뻔한 호러에 치밀한 복선과 기막힌 반전을 더하여 스릴넘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초크맨](추리 스릴러)에 [애니](공포 호러)를 더하니 실로 끝내주는 호러 스릴러가 탄생한 것이다.



사실 절제된 문장으로 독자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끔찍한 장면묘사로 공포를 자극하며, 이야기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독창적 반전이 인상깊게 다가오지만 이 작품이 가장 인상깊은 것은 여느 호러작품들처럼 공포의 주체를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공포보다 더욱 무서운 것이 인간의 지독한 악의라는것을 부각하기 때문인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지옥에서 돌아온 애니보다 살아 숨쉬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훨씬 지독하고 악독하게 그려져 진정한 악마는 인간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_-;;;



호러의 클리셰를 답습한것 치곤 꽤나 신선했고 완성도 또한 높은 작품이었다. 악령보다 악독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이 작품의 질을 한단계 높여준듯 하다. 새로운 공포, 새로운 스릴에 목말라하는 독자의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영리한 작품으로 이 무더운 여름밤에 더없이 어울릴 작품으로 강추한다. 이 작품과 함께 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 [그것], 영화 [공포의 묘지], [그것], [곡성]과 비교하면서 보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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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마스터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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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마스터 (2019년 초판)

저자 - 카린 지에벨

역자 - 이승재

출판사 - 밝은세상

정가 - 12800원

페이지 - 220p





범인과의 목숨건 심리게임

진정한 게임의 주인은 누구인가?

자! 이제 게임을 시작하지.




몰랐던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할때 가장 효과적으로 그 작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바로 단편집을 읽어 보는 것이다. 장편과는 달리 제한된 페이지 내에서 역동하는 서사와 치밀한 복선 그리고 뒷통수 치는 반전이 한 세트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 이 '카린 지에벨'의 중편집 [게임 마스터]는 전에는 미처 몰랐던 작가의 역량을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독방], [유의미한 살인]등으로 국내 추리소설계에 문을 두드린 작가에 대해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웬진 몰라도 먼저 손이 가는 작품은 없었다. 그런데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2개의 단편을 엮어낸 [게임 마스터]는 각 백페이지 내외의 부담없는 분량과 살인자와의 숨막히는 심리게임이라는 소재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마음속 이유없던 경계심을 무너뜨려 버린 계기가 되었다.  



1. 죽음 뒤에

살아생전 열렬한 팬이었다는 오뱅은 죽기직전 유언장에 아름다운 영화배우 모르간에게 전원주택 한채를 상속하며 편지 한통을 남긴다. 편지의 내용은 모르간과 같은 연기자를 꿈꿨지만 불행한 교통사고로 장애가 남았고, 더불어 투병생활중 불치병에 걸린 상태에서 모르간이 출연한 영화를 보며 위로 받았다는것. 그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전원주택을 상속하고 그 안에 모르간을 위한 작은 선물을 마련했으니 꼭 방문해 달라는 것이다. 만나본적도 없는 팬에게 받은 선물이 놀랍기도 하고, 어째서인지 두려운 감정이 드는 모르간은 남편과 함께 상속받은 전원 주택을 찾아간다. 하지만 기대했던 주택의 외관은 낡음을 넘어서 폐허나 다름없는 모습이었고, 이에 실망한 남편은 거실 테이블위에서 살아있을 당시 주인이었던 오뱅이 남긴 육성이 담긴 테이프를 찾아내는데......

- 열성팬이 사모하던 여배우에게 남긴 진짜 선물의 정체는?....그리고 드러나는 비밀과 퍼즐 조각들이 완성되었을때 또한번의 반전이 휘몰아 친다....117페이지 안에서 엎치락 뒤치락 악의의 반전이 칼춤을 춘다. 목숨이 얼마남지 않은 시한부 환자의 뒤틀린 욕망과 집요할 정도로 계획적인 악의. 그리고 범인 없는 완전범죄. 죽음 뒤에서 시작된 죽음의 게임판에서 게임을 지배한 자는 누구인가?...



2. 사랑스러운 공포

남편을 묶어놓고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강간하며 희열을 느끼는 변태적 연쇄살인마가 6년간의 정신병원 치료도중 탈옥해 버린다. 그를 집요하게 추적해 검거했던 반장 얀은 그의 탈출 소식에 곧바로 뒤를 쫓기 시작하고, 이 미치광이 살인마는 도주중이던 차를 버리고 특수학교 아이들의 여름 캠프에 잠입한다. 앞이 보이지 않은 아이,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 다운 증후군을 가진 아이등등 16명의 아이들과 매력적인 인솔교사 등등 스무명의 사람들이 이 미치광이 연쇄살인마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살의를 숨기고 정상인채 행세하는 살인범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하지만 살인범의 마음속에는 이미 변태성욕이 싹트기 시작하는데.....

- 해맑은 아이들과 교사들은 이 미치광이 살인범의 마수를 피할 수 있을 것인가? 버스기사와 레크레이션 강사 이 둘중 살인범은 누구인가? 살인범과 형사반장 얀의 대결의 승자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살육 게임이 시작된다. 첫번째 포인트는 캠프에 잠입한 살인범의 정체에 대해 두 남자를 두고 게임을 벌인다. 어딘지 아이들을 다루는데 어색한 레크레이션 강사 뤽과 원래 운전사 대신 버스를 몰게된 질. 그리고 정체를 밝히지 않은채 마수를 드러내는 살인범의 심리를 통해 조여드는 긴장감을 느끼게 만든다. 두번째 포인트는 후반부 살인범과 반장 얀의 대치이다. 인질로 잡고 있는 아이들 10명 대신 무장해재 후 살인범에게 걸어들어오는 얀. 그리고 얀을 포박한 뒤 그가 보는 앞에서 인솔교사 소니아를 겁탈하려는 살인범...그리고 누구도 예상못한 결말이 펼쳐진다. -_-



끊임없이 독자에게 게임을 신청하는 작가의 노련한 진행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읽고 나면 익숙한 설정이라고 생각되지만 그건 다 읽고 나서 드는 감정이지 읽는 동안은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은것 같다. 또한 막힘없이 읽히는 가독성도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 요소인것 같다. 부담없이 가볍게 읽기에 최적의 스릴러라 생각하면서 이정도 극한으로 치닫는 심리묘사와 필력이라면 이젠 작가의 장편을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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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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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 (2019년 초판)

저자 - 콜슨 화이트헤드

역자 - 김승욱

출판사 - 은행나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75p



어느날 갑자기...세상이 끝났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앤드루카네기 메달, 아서클라크 상을 수상한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작가가 그리는 종말 이후의 세계는 어떨까?...갑작스러운 대재난, 폐허가 되버린 세계, 그리고 그 폐허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군상들....그리고....좀비....소설, 영화등으로 무수히 재생산 되고 있는 좀비아포칼립스도 이 작가가 쓴다면 다른 색을 띌 수 있을까?...호기심 가득담고 책을 펴들었다. 



다른 좀비아포칼립스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설정 자체는 굉장히 심플하다. 원인모를 역병이 창궐하고 역병에 감염된 사람은 급작스러운 경련과 함께 흉포화되고 살아있는 것은 무엇이든 물어뜯는 미치광이가 된다. 그리고 물어뜯긴 사람은 살아있는 먹이를 찾아 도시를 해메이고...도시는...문명은 한순간에 종말을 맞이한다. 



사회라는 바운더리안에서 평범한...그보다 조금 아래 영역에서 살아가던 마크 스피츠는 아주 우연히 그리고 아주 운좋게 좀비 무리들의 머리를 깨부수며 생존하여 좀비들을 막기위해 장벽을 세우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제1구역. 맨하탄 섬에 흘러들어온다. 그곳에서 게리, 케이틀린과 함께 건물 안이나 닫힌 차안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잔존 좀비들을 처리하는 수색대 대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금요일...그날도 역시 팀원들과 좀비를 찾아 건물을 뒤지는 마크 스피츠. 그는 무사히 하루를 버텨낼 수 있을까......



페이지를 열자마자 수색대 팀원들과 아가리를 벌리고 대원을에게 달겨드는 해골(좀비)들의 급박한 혈전이 펼쳐진다. 역병이 돌기전 누군가의 이웃, 누군가의 선생님이었을 좀비들의 척추를 끊고, 머리를 깨부수면서 한순간도 방심하지 못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크 스피츠는 생각한다. 자신이 죽이고 있는 좀비가 역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금요일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지를 말이다. -_-;;;



금,토,일 단 3일동안 마크 스피츠가 겪게 되는 일들이 그려지는데, 짧다면 짧은 시간속의 사건들을 어떻게 담아낼지 궁금했는데, 작가는 마크 스피츠가 겪는 사건들 사이에 그가 경험했던 과거의 회상과 단상들을 빈틈없이 매워놓는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기에 다른 작품에도 이런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과거, 망상, 상상이 온통 뒤죽박죽 섞여있어 작품을 읽는 본인까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대학살의 밤이 연상되는 최후의 밤 이후 좀비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끊임없이 불안감과 공황상태에 시달리게 되는 PASD(종말 후 스트레스 장애)를 통해 신의 가호로 역병을 피해 생존하지만 이들 역시 생존경쟁의 최후의 승자는 아니고 결국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조금 더 생명을 연장한 피식자임을 떠올리게 하면서 냉혹한 무한 경쟁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스트레스 때문에 Panic Disorder(공황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떠올린다. 이처럼 단순한 자극만을 추구하는 흥미위주의 엔터테인먼트적 좀비아포칼립스가 아닌 좀비처럼 아무 생각없이 정해진 룰에 맞춰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생활을 살아가는 이시대의 현대인이라 불리는 좀비들을 풍자하는 메타포적 의미의 좀비를 그리는 작품이라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좀비들과 마크 스피츠의 과거가 의미하는 함의를 분석하면서 읽게 만드는 조금은 어렵고 복잡한 작품이었다. 그런의미에서 살떨리는 긴장감 보다는 함축적의미를 찾아가는 문학적 장르소설이었달까...



확실히 현대 문명의 종말에 보내는 애도의 묵시록이라는 설명이 딱 들어맞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운좋게 생존한 마크 스피츠가 차가운 물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마음속에 강렬한 장면으로 되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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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 역삼초등학교 18기 동창모임 준비위원회
한차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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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서울역삼초등학교18기동창모임준비위원회 (2019년 초판)

저자 - 한차현

출판사 - 답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87p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학창시절의 추억



좀비장르소설 [Z : 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로 접했던 '한차현'작가의 신작 소식과 함께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에 끌려 집어든 책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대한민국 누구나 초등-중등-고등학교라는 12년의 길나긴 정규교육 로테이션을 돌게된다. 그리고 그 학교라는 틀 속에서 사회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친구들과의 협동, 사회성, 우정 등등 예비사회의 장으로 긍정적 요소들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와는 반대로 학교폭력, 이지메, 시기, 성적지상주의 등등 사회의 어둡고 부정적 측면도 미리 접하게 되는것 같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지 어언 이십년은 지난 지금...내 기억속의 학창시절의 추억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이 작품을 읽으며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고등학생 시절의 기억이 스쳐지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즐거웠던, 좋았던, 나빴던, 끔찍했던...그때 그 시간으로 다시금 되돌아가게 만드는 작품이었달까.....



중딩에서 갓 고딩이 된 한차연은 어느날 갑자기 1년 꿇은 고1 짱 공대현앞으로 불려간다. 잘못한것도 없이 짱 앞에서 바짝 쫄아있는 차연 앞에 싱긋 거리며 친근한체 하는 공대현은 우연히 첫눈에 반한 여고퀸카 남미경을 소개시켜달라는 부탁아닌 부탁을 한다. 초딩 학교 퀸카 남미경과는 같은 반인적은 있지만 결코 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나...차마 친하지 않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 차연은 그길로 알겠다는 말로 학교짱 공대현의 소개팅 요청을 수락하고 만다. 여기저기 정보통을 굴린 덕에 남미경이 하교 후 미술학원에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술학원 앞에서 죽치고 기다리다 겨우 남미경을 만나는데, 다짜고짜 소개팅 얘기를 꺼낼 수 없었던 차연은 순간 재치를 발휘하여 역삼초등학교 동창회 개최 준비를 도와달라고 급조하고...그렇게 불순한 의도로 제1회 서울 역삼 초등학교 18기 동창모임 준비위원회가 발족한다.....



작품속 주인공의 이름이 저자 '한차현'에서 두 획을 뺀 '한차연'이란걸 본 순간부터 이 작품이 저자가 직접 경험한 자전적 이야기라는것을 깨닫게 되었다. '순도 100%의 자전소설이며 현실과 100% 무관한 픽션이다' 라며 작품을 소개하는 저자의 말을 보면서 작품속 사건들을 얼마나 가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도 참 순탄치 않은 학교생활을 보냈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는데..ㅎㅎ 공교롭게도 시간적 배경이되는 한차연이 고1이던 1999년도에 나 역시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때라서 Y2K, 밀레니엄, 대정전 위기, SES 등등 작품에서 언급되는 그때의 추억과 시대상을 무척 공감하면서 읽었던것 같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주인공 고딩1학년 한차연이 돈까스 집에서 제1회 서울 역삼초등학교 18기 동참모임을 아주 건전하게 치르고 있을때, 본인은 XX고등학교 3학년 5반 반창회를 당시 중고딩에게 술을 파는 술집을 통째로 빌려 퍼마시고 있었다. ㅋ 수능을 앞둔 3학년인데도 반창회 참석인원은 스무명이 훨씬 넘는 대성황을 이뤘고 바로 다음날 등교한 애들 입에서 술냄새를 풍기는걸 이상하게 여긴 담임이 집요한 조사끝에 음주사실이 발각되 몇 일을 땡볕 운동장에 나가 돌멩이를 고르는 징계를 받았었던....(지금이야 흐뭇하게 떠올리지만) 그런 추억이 이 작품 때문에 불현듯 떠올랐다. -_-;;; (그렇다고 본인이 양아치는 아니었음을 밝힌다. 그때 그당시에 우리동네 애들은 다들 그랬다. -_-;;;)



어쨌던....'학교짱 + 동네 제일가는 퀸카 + 찌질하고 소심한 주인공 = 학원물'의 공식대로 무고한 애들을 줘패고 삥뜯는 악랄한 일진과의 짜릿하고 통쾌한 일전과 함께 될듯 말듯 그러나 힘들기만한 첫사랑의 아련함이 뒤섞여 이제는 추억이 되버린 그때 그시절로 소환시킨다. [응답하라 1998]이나 20세기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는듯 거칠고 투박했지만 훈훈하고 따뜻했던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과거시절의 향수만 자극하는건 아니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아..이 영화를 언급하니 정말 나이든것 같다...ㅠ_ㅠ)처럼 권력과 폭력앞에서 투쟁과 외면을 사이에두고 갈등하는 고삐리의 고뇌와 그 갈등을 통해 한발 더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로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키득거리며 책을 읽는 나를 보면서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보고 나니 괜스레 그때 함께 운동장 바닥에서 돌을 줍던 멤버들과 다시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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