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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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돌아왔다 (2019년 초판)

저자 - C. J. 튜더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다산책방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54p



[초크맨]이 수퍼내추럴 오컬트를 장착하고 [애니]로 돌아왔다!!!!



놀라운 데뷔작 [초크맨]으로 영국 장르계를 발칵 뒤집어놨던 'C. J. 튜더'가 돌아왔다. 더 독하게 더 이를 악물고 더 악독해져서 말이다. 전작의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애초부터 없었다는듯 이번 작품에서는 스릴러로서의 치밀하고 촘촘한 구성에 그녀만의 독특한 기괴함과 호러적 감성을 가미하여 완벽한 수퍼내추럴 호러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원 히트 원더의 징크스를 가볍게 깨부수고 소설가로서의 독보적 가치를 전세계에 입증한 것이다. 물론...이번 작품이 완벽하게 본인의 취향을 저격한다는건 굳이 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ㅎ 



한때는 탄광촌으로 부흥했지만 폐광된 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작은 소도시 안힐 

그곳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 고등학교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 줄리아가 자신의 아들 벤의 얼굴을

형체가 남지 않을때까지 망치로 뭉개버리고 본인의 입에 산탄총을 물고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처참하고 참혹한 사건 현장의 벽에는 붉은색 피로 거칠게 휘갈겨진 글자가 쓰여있었다.


'내 아들이 아니야'



25년전 교통사고로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고 고향을 떠났던 조 손이 안힐로 돌아온다. 안힐 아카데미에 재직중이던 영어선생의 끔찍한 사건 이후 공석인 교사자리를 잡기위해서 25년만에 안힐을 찾은 조 손은 마을 전체를 감돌고 있는 무겁고 음울한 공기를 느끼며 자신이 자리를 비운 25년의 시간동안 마을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영어 선생으로 채용되자마자 모자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바로 그 집으로 이사온 조 손은 25년간 끈질기게 자신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환영과 다시 마주하고 숨막히는 공포에 사로잡히면서도 이번에는 일을 완벽히 매듭지으리라 다짐한다. 25년전 동생 애니의 실종과 관련된 친구 스티븐 허스트와의 질긴 악연을 말이다. 



참혹한 모자살인사건이란 강렬한 도입부를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이어서 모자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 아들 벤의 24시간동안의 실종과 복귀, 이후 벤의 기괴한 돌발행동들이 드러나면서 조 손은 25년전 자신이 겪었던 일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을 감지한다. 조 손의 동생 애니 역시 하루동안의 실종 이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행동을 보였었기 때문이다. 이후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회상이 교차되면서 열지 말아야할 지옥문을 열어버린 25년전 그 날의 충격적 진실이 드러난다. 



사랑스럽고 귀여웠던 동생 애니가 24시간의 실종 이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것. 시체 썩는 냄새를 풍기고 알몸이 되어 여기저기 오줌을 싸대고 하루종일 욕설을 중얼대며 급기야 무언가에 씌인듯 극단적 이상행동을 벌인다?....공포 호러 매니아라면 이 정도만 언급해도 쉽사리 눈치챘으리라...돌아온 애니가 불가사의한 무언가에 빙의되었다는 것을 말이다오컬트 영화의 바이블 [엑소시스트], '스티븐 킹'의 걸작 공포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 얼마전 개봉하여 한국적 오컬트를 선보였던 [곡성]까지...익숙하다면 익숙하지만 단란하고 화목했던 가정이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 철저하게 부서지고 유린당해가는 과정이 숨막히는 공포로 독자의 목을 조여온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이 단순한 공포 호러였다면 이정도의 호평은 얻지 못했으리라..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나 [IT(그것)]의 기본 설정과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아류작이라 치부할 수도 있을 작품에 최고라는 수식이 붙는 이유는 뻔한 호러에 치밀한 복선과 기막힌 반전을 더하여 스릴넘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초크맨](추리 스릴러)에 [애니](공포 호러)를 더하니 실로 끝내주는 호러 스릴러가 탄생한 것이다.



사실 절제된 문장으로 독자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끔찍한 장면묘사로 공포를 자극하며, 이야기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독창적 반전이 인상깊게 다가오지만 이 작품이 가장 인상깊은 것은 여느 호러작품들처럼 공포의 주체를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공포보다 더욱 무서운 것이 인간의 지독한 악의라는것을 부각하기 때문인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지옥에서 돌아온 애니보다 살아 숨쉬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훨씬 지독하고 악독하게 그려져 진정한 악마는 인간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_-;;;



호러의 클리셰를 답습한것 치곤 꽤나 신선했고 완성도 또한 높은 작품이었다. 악령보다 악독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이 작품의 질을 한단계 높여준듯 하다. 새로운 공포, 새로운 스릴에 목말라하는 독자의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영리한 작품으로 이 무더운 여름밤에 더없이 어울릴 작품으로 강추한다. 이 작품과 함께 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 [그것], 영화 [공포의 묘지], [그것], [곡성]과 비교하면서 보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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