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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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 (2019년 초판)

저자 - 콜슨 화이트헤드

역자 - 김승욱

출판사 - 은행나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75p



어느날 갑자기...세상이 끝났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앤드루카네기 메달, 아서클라크 상을 수상한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작가가 그리는 종말 이후의 세계는 어떨까?...갑작스러운 대재난, 폐허가 되버린 세계, 그리고 그 폐허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군상들....그리고....좀비....소설, 영화등으로 무수히 재생산 되고 있는 좀비아포칼립스도 이 작가가 쓴다면 다른 색을 띌 수 있을까?...호기심 가득담고 책을 펴들었다. 



다른 좀비아포칼립스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설정 자체는 굉장히 심플하다. 원인모를 역병이 창궐하고 역병에 감염된 사람은 급작스러운 경련과 함께 흉포화되고 살아있는 것은 무엇이든 물어뜯는 미치광이가 된다. 그리고 물어뜯긴 사람은 살아있는 먹이를 찾아 도시를 해메이고...도시는...문명은 한순간에 종말을 맞이한다. 



사회라는 바운더리안에서 평범한...그보다 조금 아래 영역에서 살아가던 마크 스피츠는 아주 우연히 그리고 아주 운좋게 좀비 무리들의 머리를 깨부수며 생존하여 좀비들을 막기위해 장벽을 세우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제1구역. 맨하탄 섬에 흘러들어온다. 그곳에서 게리, 케이틀린과 함께 건물 안이나 닫힌 차안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잔존 좀비들을 처리하는 수색대 대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금요일...그날도 역시 팀원들과 좀비를 찾아 건물을 뒤지는 마크 스피츠. 그는 무사히 하루를 버텨낼 수 있을까......



페이지를 열자마자 수색대 팀원들과 아가리를 벌리고 대원을에게 달겨드는 해골(좀비)들의 급박한 혈전이 펼쳐진다. 역병이 돌기전 누군가의 이웃, 누군가의 선생님이었을 좀비들의 척추를 끊고, 머리를 깨부수면서 한순간도 방심하지 못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크 스피츠는 생각한다. 자신이 죽이고 있는 좀비가 역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금요일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지를 말이다. -_-;;;



금,토,일 단 3일동안 마크 스피츠가 겪게 되는 일들이 그려지는데, 짧다면 짧은 시간속의 사건들을 어떻게 담아낼지 궁금했는데, 작가는 마크 스피츠가 겪는 사건들 사이에 그가 경험했던 과거의 회상과 단상들을 빈틈없이 매워놓는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기에 다른 작품에도 이런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과거, 망상, 상상이 온통 뒤죽박죽 섞여있어 작품을 읽는 본인까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대학살의 밤이 연상되는 최후의 밤 이후 좀비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끊임없이 불안감과 공황상태에 시달리게 되는 PASD(종말 후 스트레스 장애)를 통해 신의 가호로 역병을 피해 생존하지만 이들 역시 생존경쟁의 최후의 승자는 아니고 결국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조금 더 생명을 연장한 피식자임을 떠올리게 하면서 냉혹한 무한 경쟁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스트레스 때문에 Panic Disorder(공황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떠올린다. 이처럼 단순한 자극만을 추구하는 흥미위주의 엔터테인먼트적 좀비아포칼립스가 아닌 좀비처럼 아무 생각없이 정해진 룰에 맞춰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생활을 살아가는 이시대의 현대인이라 불리는 좀비들을 풍자하는 메타포적 의미의 좀비를 그리는 작품이라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좀비들과 마크 스피츠의 과거가 의미하는 함의를 분석하면서 읽게 만드는 조금은 어렵고 복잡한 작품이었다. 그런의미에서 살떨리는 긴장감 보다는 함축적의미를 찾아가는 문학적 장르소설이었달까...



확실히 현대 문명의 종말에 보내는 애도의 묵시록이라는 설명이 딱 들어맞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운좋게 생존한 마크 스피츠가 차가운 물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마음속에 강렬한 장면으로 되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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