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비틀 킬러 시리즈 2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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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2019년 초판)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역자 - 이영미

출판사 - RHK

정가 - 16800원

페이지 - 661p



끝없이 질주하는 신칸센의 목적지는....데스 or 라이프?



시속 200km, 감속없이 질주하는 신칸센 열차에서 벌어지는 킬러들의 대결. 끝도 없이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이 전신을 휘감는 '이사카 고타로' 킬러 시리즈의 최대 백미이자 최고의 역작! [마리아비틀]이다. 시리즈 3부 [악스] 출간을 기점으로 1부 [그래스호퍼]에 이어 2부인 [마리아비틀]까지 RHK출판사에서 드디어 킬러시리즈 재출간이 완료되었다. 공교롭게 본인 역시 3부 [악스]로 킬러시리즈를 처음 접한 뒤 출판사 출간 순서에 맞춰 이번 [마리아비틀]로 3부작을 완독했다. 사실 앞서 읽은 1부나, 3부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받아들고 적잖이 놀랐다. [마리아비틀]만 3권짜리로 분권해도 충분할 정도의 이 거대하고 육중한 두께라니....ㄷㄷㄷ 게다가 오로지 달리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이 육중한 볼륨을 전부 채웠다고?!! 그렇게 보니 뭔가 책 자체에 감도는 아우라가 보였달까....ㅎㅎ 폐쇄적 공간에서 긴박감 넘치는 사건을 이렇게 긴 호흡으로 끌어간다라....대부분 이런 경우 재미는 모 아니면 도 인데 출판사에서 판권을 가져와 재출간을 할 정도라면 이미 결론은 나온거나 다름없다. 완전 대박 터지는 작품이라는 거. 그리고 본인 역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사카 고타로' 전작을 읽진 않았지만 감히) 작가의 커리어중에 길이 남을 역작이라고. 



시속 200km 이상. 모리오카행 신칸센 고속열차 '하야테'가 달린다. 그리고 그안에 타고 있는 킬러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건다. 


[기무라 & 왕자]

아들의 원수를 벌하기 위해 열차에 탄 전직 살인청부업자, 현직 알콜중독자 기무라는 아들의 원수에게 속수무책으로 붙잡히고 손발을 결박 당한다. 그 아들의 원수는 왕자라 불리는 처세술에 능통한 14살의 중학생. 빠른 두뇌회전과 연기력으로 어른들을 농락하고, 동급생을 수족처럼 부려 이미 여러건의 살인을 저지른 왕자는 절망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인간들을 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이미 기무라의 의도를 알아챈 왕자는 일부러 기무라에게 신칸센 열차 탑승 정보를 흘려두고 기무라를 함정에 빠트리는데....



[레몬 & 밀감]

납치된 유명조직 두목의 아들을 구출하는 임무를 맡은 두 킬러 레몬과 밀감은 무사히 보스의 아들을 구출해 신칸센에 오른다. 보스의 아들과 잠겨있는 트렁크를 종착지인 모리오카에서 인도하면 그들의 임무는 완료. 매사 논리적이고 의심하는 합리적인 밀감과 토마스 기차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기분파 레몬.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활동하는 그들에게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보스의 아들은 죽어버리고, 트렁크는 분실한 것. 둘은 달리는 신칸센을 이잡듯 뒤지기 시작하는데.....



[나나오]

세상의 모든 불운을 짊어진 킬러. 그의 임무는 레몬과 밀감이 지키고 있는 트렁크를 가로채 정차역에서 내리는 것. 실제로 나나오는 간단히 트렁크를 손에 넣지만 그의 최악의 불운은 신칸센이라고 빗겨가지 않는다. 숨겨두었던 트렁크가 사라져버린 것.....



무시무시한 킬러들과 소시오패스 중딩, 그리고 알콜중독자가 복잡하게 얽혀들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전개한다. 단순히 폐쇄된 공간에서 찌르고 쏴버리는 액션이었다면 이토록 열광하진 않았으리라. 일반적인 칼부림 스릴러와는 상반되는 '이사카 고타로'식 킬러 이야기의 독특한 지점. 그것이 작가가 그려내는 3부작 킬러시리즈를 관통하는 묘미이기도 한데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이 작품 자체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불운을 타고난 킬러, 아동용 애니메이션 토마스 기차 광팬인 킬러, 절대악 중딩 소년 등 평범을 거부하는 캐릭터 설정과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각과 논리가 묘하게 독자들에게 스펀지처럼 흡수되 그들에게 몰입하게 만든다. 



1부 [그래스호퍼]와 마찬가지로 일본 문학에서 자주 보여지는 개똥철학 같은 사회시스템의 부조화, 불합리함, 개인주의 등 일본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언급하여 독자를 환기시킨다. 이번 작품에서는 왕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잔혹해져가는 청소년 범죄와 그 원인을 야기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부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던지는듯 보인다. 말미에 실린 일본 평론가의 해설을 통해 왕자의 모티브가 일본을 떠들석 하게 만들었던 14살 소년의 잔혹 범죄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도 했다. 정신없이 펼쳐지는 재미의 롤러코스터에 쓰디쓴 현실의 문제를 교묘하게 끼워 넣는....그래서 신나게 읽다가도 문득 고개를 들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그것이 '이사카 고타로' 작품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1부 [그래스호퍼] 에서 만났던 반가운 캐릭터들이 중간중간 뜬금포로 등장하는건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에겐 선물같은 일일 것이리라. 



좌우간...달리는 열차안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다룬 영화들은 종종 선보여왔다. [라이터를 켜라],'리암 니슨'의 [커뮤터], 하다못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등등등...하지만 기존에 나온 그 어떤 작품과도 다른 차별된 열차 액션을 선보이는 작품이라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것 같다. 

작품속 단 2시간 30분의 시간. 660여 페이지. 숨가쁘게 펼쳐지는 속도감. '대박!' 진부하지만 이 말 밖에는 떠오르는 말이 없어 아쉽기만 하다. 과연 최후까지 살아남는 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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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부터 문제풀이까지 입체도형 꼭꼭 씹어먹기 개념부터 문제풀이까지 꼭꼭 씹어먹기
코담연구소 지음 / 작은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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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부터 문제풀이까지 입체도형 꼭꼭 씹어먹기 (2019년 초판)

저자 - 코담연구소

출판사 - 작은서재

정가 - 12000원

페이지 - 103p



상상력을 자극해야 수학의 강자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의 학습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가 양육의 목표였는데 해가 지날수록 아이에 대한 기대와 목표가 하나 둘씩 늘어가는건 부모로서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생리인가 싶기도 하고....엄청나게 뛰어나진 않아도 그저 사람구실만 할 수 있게...ㅎㅎㅎ 뭐...그것보단 조금 더 써서 공부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_-;;;



좌우간...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체계적인 학습 쿼리에 맞춰 양육을 하고 있는 처형이 우리집에 놀러왔을때 이런 말을 하더라. (본인은 책읽는척 하고 있었지만 눈을 책을 보되 귀는 처형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구구단, 덧셈, 뺄셈 같은 단순 계산은 초등학교 가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반복하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 어릴적에 수학 학습으로 가장 중요한건 입체도형이야. 쌓아논 상자의 보이지 않는 숫자를 헤아리는 공간지각 능력은 어릴적에 뇌의 발달이 끝나버리기 때문에 무조건 어릴적엔 공간지각력을 키워줄 수 있는 놀이와 학습을 해야해!'


관심 없는척 귀담아 들었었는데 그러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입체도형을 꼭꼭 씹어먹는다라....개념부터 바로 잡고 나아가 문제 풀이로 개념을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조흔 교재....그래! 바로 이거다! ㅋ 어차피 상자 쌓아놓고, 비싼 가베 사서 시킬거 아니라면 이거라도 풀게하자....



그래서 던져줬다. -_-

그래도 1부는 유치원에서도 알고 있던 내용인지 어렵지 않게 풀어내더라. ㅋ

2부는 잘 모르면 함께 풀어봐야겠다.  





일단 목차를 보면 1부는 개념잡기, 2부 부터 본격적인 입체도형 학습이다.

부록으로는 잘라서 만들 수 있는 전개도가 포함되 있어 직접 손으로 만들면서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되 있다.



 



일단 1부는 유딩도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수준...



아직은 쉬워서 흥미를 갖고 풀어낸다.

 

2부부터 얼마나 풀어줄지...크흠....



당장 엄청난 효과를 바라는건 아니고,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라고 이렇게 도형에 대해 만나고 흥미를 가진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이 책 말고도 다양한 채널로 입체도형에 대해 만나게 하고 공간지각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 문제는 얼마나 관심을 가져주느냐인데...뭐든 금방 싫증내는 타입이라 -_-;;;; 어쨌던 입체도형 책은 이게 처음이라 비교하긴 어렵지만 만듦새는 좋은 책인것 같다. 힘내주세요~ 울 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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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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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2019년 초판)

저자 - 야마시로 아사코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63p



기이하고 환상적인 8가지 이야기



기묘한 환상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언제나 독특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천재 작가 '오츠이치'가 '야마시로 아사코'로 돌아왔다. 그의 여러 필명중 하나인 '야마시로 아사코'를 단독으로 걸고 단행본이 나온게 2014년 [엠브리오 기담]이니 5년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단행본인가 보다. [엠브리오 기담]에서는 과거시대를 배경으로 기묘한 기담들을 소개하며 독자를 과거로 타임워프 시켰는데, 이번 작품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는 현재를 배경으로 현실과 환상, 심지어 저승까지 넘나드는 경계없는 이야기들을 선보인다. 



확실히 어떤 펜네임이던 상관없이 [ZOO]시절부터 지금까지 '오츠이치'의 작품을 읽어오면서 느끼는 점은 진정한 천재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이다.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야,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건지....-_-;;;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엮어낸 단편집보다 단 한사람 '오츠이치'의 머리속에서 나온 작품들이 더욱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며 재미의 롤러코스터를 태워주니 말이다. 공포, 호러, SF, 미스터리, 이야미스, 환상, 판타지....거의 모든 장르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단편집이야말로 장르적 재미의 완성형겪의 단편집이라 말하고 싶다. 이 말은 그의 다른 단편집 [메리 수를 죽이고]를 보고 썼던 말인것 같기도 한데....아...그담에 나온 [나는 존재가 공기]에서도 썼었나?!!....이건 뭐...내놓는 단편집 마다 베스트라는....ㅠ_ㅠ



1.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부부에게만 보이는 남자의 유령. 깨진 뒷통수로 유령이 살해 당했다는 것을 유추하지만 그외의 것은 알수가 없다. 그런데 또렷했던 유령의 모습이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가는데.....

- '오츠이치'식 유령의 생물학적 해석


2.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머리가 잘린 닭이 죽지않고 살아있다. 소녀가 기르던 닭의 머리를 칼로 내리친 이모를 피해 소녀는 머리 없는 닭을 소년의 집으로 피신시킨다. 졸지에 소년은 소녀대신 머리 없는 닭을 돌보고, 소녀는 매일 소년의 방으로 닭을 보러 오는데....

- 머리가 잘린 닭이 무려 몇 년간 생존했다는 미국의 '머리 없는 닭 마이크'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이야기. 1945년도 라는데...이거 믿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독특한 소재임엔 분명하다.


3. 곤드레만드레 SF

술에 취하면 정신의 희미해지면서 그가 갖고 있는 시간대도 희미해지는 능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

- 무려 타임워프 SF이다. SF식 미스터리랄까...끝내주는 작품이었음.


4. 이불 속의 우주

슬럼프에 빠져 이혼 당하고 미래가 없던 작가가 새로운 신작을 내놓는다. 뛰어난 작품의 퀄리티에 동료작가가 축하를 전하고 슬럼프에 빠졌던 작가는 그에게 기묘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 '이토준지'풍의 호러 단편. 하지만 소소하다.   


5. 아이의 얼굴

여고 동창 3명이 연이어 아이를 낳고 백일이 않되 아기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그리고 임신한 여성에게 날아온 편지 한통. 마지막으로 아기를 죽이고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 살아난 동창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쓰여있는데....

- 호러와 감동이 절묘하게 교차하는....이것이 서정 호러인것인가?!


6. 무전기

- 단편집 [메리 수를 죽이고]에서 [트랜시버]로 소개된 단편이다. 단편이지만 동일 작품이 출판사를 달리하고 이렇게 실릴 수도있나보다...


7.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이혼한 남편이 합치자는 말을 냉정히 거절하자 전남편은 거칠게 아내를 때리고 딸의 손을 잡아 끈다. 그리고 마주오는 차에 전남편과 딸이 비명횡사....아내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부모님의 집으로 옮겨와 산책을 하던중 어디선가 여성에게만 소녀의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 '오츠이치'가 들려주는 상실과 재생의 이야기.


8. 아이들아, 잘 자요  

학생들을 태우고 배를 타던중 배가 침몰하고, 인솔하던 교사가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주마등 처럼 스치는 교사의 인생들....그런데....머리속에 그려지는 인생이 내 인생이 아니다?....

- 이계 판타지물이랄까...여운을 남기는 좋은 작품이었다.



어느 하나 버릴것 없이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선사한다. 암흑계, 힐링계, 장편, 단편 이것저것 읽어봤다만 역시 '오츠이치'는 단편에 특화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설정과 반전의 결말. 그리고 오래도록 지속되는 여운. 이것을 서정 호러라 지칭 한다면 서정 호러계의 경지에 오른듯 싶다. 물론 감성 자극하는 서정 호러(5번)만 있는것은 아니고, 피비린내 나는 공포를 자극하기도 하며(2번), TV시리즈 [환상특급], [기묘한 이야기]류의 작품들도 대거 포진되 있다. 적절한 분량, 어렵지 않은 이야기 등으로 부담없이. 단시간에 장르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단편집이었다. '오츠이치' = '재미' 이것은 깨지지 않는 불문율이자 거스를 수 없는 등가교환의 법칙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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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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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2019년 초판)

저자 - 로셀라 포스토리노

역자 - 김지우

출판사 - 문예출판사 

정가 - 비매품(가제본)

페이지 - 410p



그날 저녁 히틀러의 오줌과 내 오줌에서는 같은 냄새가 났다. _35p



역사적으로 일국의 왕들은 끊임없이 독살의 위협에 시달려 왔다. 실제로 27명의 조선왕들중 9명이 독살로 살해된 것을 생각하면 여러 암살 방법중 독살은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다. 그렇다보니 당연하게 왕이 음식을 먹기전 먼저 음식을 먹는 시식사가 생겨난다. 중국은 '여관', 조선은 '기미상궁'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왕의 음식을 시식했다. 그런데 꼭 왕만 시식사를 뒀을까? 물론 대답은 'NO!'이다. 공식 집계로만 5,646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세기 최악의 악마로 손꼽히는 미치광이 독재살인마. 바로 '아돌프 히틀러'에게도 비밀리에 운영했던 시식사들이 있었다. 이 작품은 히틀러의 시식사. 바로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히틀러의 시식가이자 유일한 생존자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의 고백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써냈다. 어찌보면 본의아니게 히틀러의 최측근(?)으로 징집되 시식가가 되어 바라본 2차세계대전 당시 전쟁 추축국인 독일의 이야기는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리얼리즘을 극대화 시키고 전쟁이란 폭풍에 휘말려 불행한 인생을 보내야 했던 여성들의 숨겨진 고충을 이해하게 되는 역사적 자료가 되었다. 끔찍한 전쟁. 그리고 시식사. 매일 목숨을 걸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여성의 공포와 욕망이 소용돌이 치는 혼돈의 이야기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이다. 



베를린에 살던 로자는 건축사무소의 비서로 들어가 건축설계사 그레고어와 사랑에 빠진다. 교제 끝에 둘은 결혼을 하고 그레고어는 로자를 남겨둔채 2차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자원입대 한다. 베를린에서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있던 로자에게 공습경보가 울리고, 방공호에 가족과 대피하지만 방공호로 떨어진 포탄에 엄마를 잃는다. 사고 이후 동생은 멀리 떠나고 혼자가 된 로자는 결국 남편 그레고어의 부모님이 있는 동프로이센 그로스-파르치로 거처를 옮긴다. 낯선 시부모님과 함께 전원생활을 하려던 그녀에게 느닷없이 나치 친위대가 들이닥치고, 그렇게 로자는 1943년 가을. 26살의 나이에 히틀러의 시식가가 된다. 



식탁위에서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산해진미들. 

식탁에 앉은 여성들 앞엔 진귀한 음식이 담긴 접시가 하나씩 놓여있다.

그러나 식당안을 감도는 극도의 긴장감.

어느 누구도 식기를 들지 않고 음식을 바라만 본다.

이내 그녀들의 뒤를 지키고 있던 군인들이 식사를 종용하고,

그제서야 억지로 음식을 떠먹는 여성들과 비워져 가는 접시의 음식들.

침묵의 식사가 끝나고, 여성들은 그대로 공포의 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생과 사를 가르는 60분이 지나야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그녀들에게 차려진 지옥의 만찬.



처음 제목만 봤을땐 단순히 유대인을 시식가로 이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아리아 혈통의 여성들을 데려다 놓더라. 독재자 히틀러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설령 독이 들었을지언정 유대인에게 먹일 수는 없었으리라...결국 강요된 영광에 의해 억지로 떠맡게 된 시식 임무는 그녀들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을거라 생각되었다. 남편들은 전쟁에 차출되 생사여부도 확인하기 힘든 마당에 매일 매일을 인간 독살감별사로 있어야 하다니...물론 가스실에서 집단으로 학살당하던 유대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녀들 역시 미친 전쟁의 또다른 피해자들이었던 것이다.



작품은 2차세계대전 전쟁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의도치 않게 시식가가 되버린 한 인간. 여성. 로자에 대한 삶에 포커스를 맞춘다. 끝없는 절망과 공포를 금단의 에로스로 표출하며 생을 이어가는 그녀의 선택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독자마다 다르리라 생각된다. 그녀의 행동을 납득하던 납득하지 않던 결과에 상관없이 치열한 생의 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가 치렀던 분투는 내게 많은 생각들을 불러 일으켰다. 더불어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유명한 히틀러 암살 작전 [발키리 작전]에 시식가들이 휘말리기도 하고 전세가 뒤집혀 패색이 짙은 독일의 절박한 상황도 엿볼 수 있는 전쟁 역사물로서의 요소도 갖추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인간을 살아 있게 했지만, 동시에 인간을 죽이는 일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_ 로셀리 포스토리노 인터뷰 중



총,칼 대신 포크를 들고 치열하게 전투를 치뤘던 그녀들의 생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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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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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2019년 초판)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양윤옥

출판사 - 하빌리스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92p



자나깨나 안전운전



지난해 2018년 국내에서는 총 217,14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로인해 3,781명의 사람들이 숨졌다. 일일당 약 59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매일 10명씩 목숨을 잃었다는 말이다. ㄷㄷㄷ 결국 그만큼 우리는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매일마다 거리에서, 또는 도로에서 목숨을 내놓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수 천만대의 자동차가 팔려나갔고 이 좁은 땅덩어리에 그 자동차들이 복작대며 달려대니 빈번한 교통사고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던, 우리 생활가 땔레야 땔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지닌 자동차 그리고 교통사고를 소재로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단편집이 재출간되었다. 발표된지 무려 30년이 지나서도 다시 대중들에게 소개되고 읽힐 수 있는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교통사고로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재라는 이유도 있지만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세월을 뛰어넘는 작가의 세련된 추리적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풋풋했던 그러나 꼼꼼하고 매력적인 반전으로 이야기를 주무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놓칠 수 없는 대표작이라 부르고 싶은....[교통경찰의 밤]이다. 



1. 천사의 귀

심야. 교차로에서 승용차와 경차의 추돌로 경차 운전자가 사망한다. 승용차 운전자는 파란색 신호등에 진입했다고 주장하는 상황. 교통경찰은 경차에 동승했던 여성에게 상황설명을 듣기 위해 찾아가고. 이내 낙담한다. 조수석에 앉은 여성은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이었던 것. 그러나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증언을 시작하는데..... 



2. 중앙분리대

앞서던 트럭이 중앙분리대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고 크게 방향을 돌린다. 관성에 기우뚱한 트럭은 이내 중심을 잃고 쓰러져 중앙분리대에 처박히고, 뒤이어 도로에 불법정차되있던 아우디 승용차가 사고현장을 벗어난다. 트럭운전자는 병원에 실려갔으나 사망하고, 교통경찰은 불법 정차되있던 아우디 승용차를 찾아 나서는데....



3. 위험한 초보운전

퇴근하던중 지름길은 시골길을 달리던 남자는 앞서가는 승용차 때문에 화가난다. 초보딱지를 붙이고 거북이 처럼 기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짜증이 난 남자는 앞서가는 승용차 뒷범퍼에 닿을 정도로 바짝 붙어 상향등을 연사하고, 남자의 위협에 겁을 집어먹은 초보운전자는 속도를 높인다. 어느새 추격전이 되버린 두 승용차. 쫓고 쫓기던 공방속에 앞선 승용차가 커브길에서 미끄러져 논두렁에 처박히고 마는데.....



4. 건너가세요

길가에 불법으로 차를 주차하고 사당에 다녀온 커플은 세워뒀던 차를 누가 긁고 지나간 것을 발견한다. 화가 난 남자는 경찰에 신고 하지만 경찰은 불법주정차를 한 남자 역시 책임이 있다며 무시한다. 그리고 며칠뒤 걸려온 한통의 전화. 전화속 남자는 자신이 차를 긁었으니 수리비를 배상해 주겠다는 것.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남자는 상대방과 만날 약속을 잡는데...



5. 버리지 말아 줘

도로에서 창문을 열고 차를 달리던 예비 신혼부부 커플.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친이 비명을 지른다. 눈을 감싼 손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 급히 병원에 가지만 여친은 한쪽 눈을 실명하고, 남자는 조수석 바닥에서 캔커피를 발견한다. 앞차에서 던진 캔을 맞고 실명 당한 것. 분노한 남자는 앞서던 차를 찾겠다고 마음 먹는데....



6. 거울 속에서

10년 무사고 경력을 자랑하던 마라톤 감독이 달려오던 스쿠터를 쳐 사고가 나고 핼멧을 쓰지 않은 스쿠터 운전자는 사망한다. 현장을 조사하던 교통경찰은 사고와 다른 스키드 마크에 의문을 품는데.....



제목은 [교통경찰의 밤]이지만 여섯 가지 이야기 모두 교통경찰이 주역은 아니다. 물론 사고 역시 밤에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ㅋ 여섯 편의 단편중 1, 2, 6번은 교통경찰이 주역인 이야기이고 3, 4, 5번은 운전자가 주역인 단편들이다. 사고를 내고 무죄를 주장하는 파렴치한들을 속시원히 잡아주는 1, 2, 6 이야기기도 좋지만 (1번은 이야미스라 예외로...) 개인적으론 3, 4, 5번의 이야기가 더 좋았다. 초보딱지를 붙이고 정속 주행하는 운전자에게 과도하게 달라붙어 위협하는 자칭 배태랑 운전자들의 행태(3번), 불법 주정차 때문에 불을 못꺼 이제는 법까지 뜯어고쳐 주정차를 밀어버리고 갈 수 있게 만들 정도로 지긋지긋한 문제인 거리의 불법 주정차 문제(4번), 달리는 차안에서 쓰레기를 집어 던지는 위험천만한 행위(5번)까지....평소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생활과 밀접한 소재들이고 자의던 타의던 그때문에 불편을 겪은일들이 떠올라 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재도 소재지만 이 무법자들을 나름 단죄(?)하는 이야기라 더 좋았던지도....



사실 1980년대, 발표시기가 시기인만큼 작품에서 그려지는 상황은 지금의 사정과는 사뭇다르다. 지금이야 자동차 블박과 교차로마다 설치된 CCTV로 교통사고의 과실비율이나 사고유발자를 손쉽게 가려내지만 80년대에 그런게 어디 있었겠는가...오로지 도로위에 그려진 스키드 마크와 목격자의 증언으로 결판이 나던 시기였던지라 약간은 답답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의 다이나믹함이 살아있달까?..ㅎㅎ 이건 팔, 구십년대를 직접 경험했기에 느낄 수 있는 재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일본 미스터리의 재미와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으랴! '게이고'의 작품중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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