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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ㅣ 킬러 시리즈 2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평점 :
마리아비틀 (2019년 초판)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역자 - 이영미
출판사 - RHK
정가 - 16800원
페이지 - 661p
끝없이 질주하는 신칸센의 목적지는....데스 or 라이프?
시속 200km, 감속없이 질주하는 신칸센 열차에서 벌어지는 킬러들의 대결. 끝도 없이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이 전신을 휘감는 '이사카 고타로' 킬러 시리즈의 최대 백미이자 최고의 역작! [마리아비틀]이다. 시리즈 3부 [악스] 출간을 기점으로 1부 [그래스호퍼]에 이어 2부인 [마리아비틀]까지 RHK출판사에서 드디어 킬러시리즈 재출간이 완료되었다. 공교롭게 본인 역시 3부 [악스]로 킬러시리즈를 처음 접한 뒤 출판사 출간 순서에 맞춰 이번 [마리아비틀]로 3부작을 완독했다. 사실 앞서 읽은 1부나, 3부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받아들고 적잖이 놀랐다. [마리아비틀]만 3권짜리로 분권해도 충분할 정도의 이 거대하고 육중한 두께라니....ㄷㄷㄷ 게다가 오로지 달리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이 육중한 볼륨을 전부 채웠다고?!! 그렇게 보니 뭔가 책 자체에 감도는 아우라가 보였달까....ㅎㅎ 폐쇄적 공간에서 긴박감 넘치는 사건을 이렇게 긴 호흡으로 끌어간다라....대부분 이런 경우 재미는 모 아니면 도 인데 출판사에서 판권을 가져와 재출간을 할 정도라면 이미 결론은 나온거나 다름없다. 완전 대박 터지는 작품이라는 거. 그리고 본인 역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사카 고타로' 전작을 읽진 않았지만 감히) 작가의 커리어중에 길이 남을 역작이라고.
시속 200km 이상. 모리오카행 신칸센 고속열차 '하야테'가 달린다. 그리고 그안에 타고 있는 킬러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건다.
[기무라 & 왕자]
아들의 원수를 벌하기 위해 열차에 탄 전직 살인청부업자, 현직 알콜중독자 기무라는 아들의 원수에게 속수무책으로 붙잡히고 손발을 결박 당한다. 그 아들의 원수는 왕자라 불리는 처세술에 능통한 14살의 중학생. 빠른 두뇌회전과 연기력으로 어른들을 농락하고, 동급생을 수족처럼 부려 이미 여러건의 살인을 저지른 왕자는 절망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인간들을 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이미 기무라의 의도를 알아챈 왕자는 일부러 기무라에게 신칸센 열차 탑승 정보를 흘려두고 기무라를 함정에 빠트리는데....
[레몬 & 밀감]
납치된 유명조직 두목의 아들을 구출하는 임무를 맡은 두 킬러 레몬과 밀감은 무사히 보스의 아들을 구출해 신칸센에 오른다. 보스의 아들과 잠겨있는 트렁크를 종착지인 모리오카에서 인도하면 그들의 임무는 완료. 매사 논리적이고 의심하는 합리적인 밀감과 토마스 기차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기분파 레몬.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활동하는 그들에게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보스의 아들은 죽어버리고, 트렁크는 분실한 것. 둘은 달리는 신칸센을 이잡듯 뒤지기 시작하는데.....
[나나오]
세상의 모든 불운을 짊어진 킬러. 그의 임무는 레몬과 밀감이 지키고 있는 트렁크를 가로채 정차역에서 내리는 것. 실제로 나나오는 간단히 트렁크를 손에 넣지만 그의 최악의 불운은 신칸센이라고 빗겨가지 않는다. 숨겨두었던 트렁크가 사라져버린 것.....
무시무시한 킬러들과 소시오패스 중딩, 그리고 알콜중독자가 복잡하게 얽혀들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전개한다. 단순히 폐쇄된 공간에서 찌르고 쏴버리는 액션이었다면 이토록 열광하진 않았으리라. 일반적인 칼부림 스릴러와는 상반되는 '이사카 고타로'식 킬러 이야기의 독특한 지점. 그것이 작가가 그려내는 3부작 킬러시리즈를 관통하는 묘미이기도 한데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이 작품 자체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불운을 타고난 킬러, 아동용 애니메이션 토마스 기차 광팬인 킬러, 절대악 중딩 소년 등 평범을 거부하는 캐릭터 설정과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각과 논리가 묘하게 독자들에게 스펀지처럼 흡수되 그들에게 몰입하게 만든다.
1부 [그래스호퍼]와 마찬가지로 일본 문학에서 자주 보여지는 개똥철학 같은 사회시스템의 부조화, 불합리함, 개인주의 등 일본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언급하여 독자를 환기시킨다. 이번 작품에서는 왕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잔혹해져가는 청소년 범죄와 그 원인을 야기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부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던지는듯 보인다. 말미에 실린 일본 평론가의 해설을 통해 왕자의 모티브가 일본을 떠들석 하게 만들었던 14살 소년의 잔혹 범죄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도 했다. 정신없이 펼쳐지는 재미의 롤러코스터에 쓰디쓴 현실의 문제를 교묘하게 끼워 넣는....그래서 신나게 읽다가도 문득 고개를 들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그것이 '이사카 고타로' 작품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1부 [그래스호퍼] 에서 만났던 반가운 캐릭터들이 중간중간 뜬금포로 등장하는건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에겐 선물같은 일일 것이리라.
좌우간...달리는 열차안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다룬 영화들은 종종 선보여왔다. [라이터를 켜라],'리암 니슨'의 [커뮤터], 하다못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등등등...하지만 기존에 나온 그 어떤 작품과도 다른 차별된 열차 액션을 선보이는 작품이라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것 같다.
작품속 단 2시간 30분의 시간. 660여 페이지. 숨가쁘게 펼쳐지는 속도감. '대박!' 진부하지만 이 말 밖에는 떠오르는 말이 없어 아쉽기만 하다. 과연 최후까지 살아남는 자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