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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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2019년 초판)

저자 - 로셀라 포스토리노

역자 - 김지우

출판사 - 문예출판사 

정가 - 비매품(가제본)

페이지 - 410p



그날 저녁 히틀러의 오줌과 내 오줌에서는 같은 냄새가 났다. _35p



역사적으로 일국의 왕들은 끊임없이 독살의 위협에 시달려 왔다. 실제로 27명의 조선왕들중 9명이 독살로 살해된 것을 생각하면 여러 암살 방법중 독살은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다. 그렇다보니 당연하게 왕이 음식을 먹기전 먼저 음식을 먹는 시식사가 생겨난다. 중국은 '여관', 조선은 '기미상궁'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왕의 음식을 시식했다. 그런데 꼭 왕만 시식사를 뒀을까? 물론 대답은 'NO!'이다. 공식 집계로만 5,646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세기 최악의 악마로 손꼽히는 미치광이 독재살인마. 바로 '아돌프 히틀러'에게도 비밀리에 운영했던 시식사들이 있었다. 이 작품은 히틀러의 시식사. 바로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히틀러의 시식가이자 유일한 생존자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의 고백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써냈다. 어찌보면 본의아니게 히틀러의 최측근(?)으로 징집되 시식가가 되어 바라본 2차세계대전 당시 전쟁 추축국인 독일의 이야기는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리얼리즘을 극대화 시키고 전쟁이란 폭풍에 휘말려 불행한 인생을 보내야 했던 여성들의 숨겨진 고충을 이해하게 되는 역사적 자료가 되었다. 끔찍한 전쟁. 그리고 시식사. 매일 목숨을 걸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여성의 공포와 욕망이 소용돌이 치는 혼돈의 이야기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이다. 



베를린에 살던 로자는 건축사무소의 비서로 들어가 건축설계사 그레고어와 사랑에 빠진다. 교제 끝에 둘은 결혼을 하고 그레고어는 로자를 남겨둔채 2차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자원입대 한다. 베를린에서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있던 로자에게 공습경보가 울리고, 방공호에 가족과 대피하지만 방공호로 떨어진 포탄에 엄마를 잃는다. 사고 이후 동생은 멀리 떠나고 혼자가 된 로자는 결국 남편 그레고어의 부모님이 있는 동프로이센 그로스-파르치로 거처를 옮긴다. 낯선 시부모님과 함께 전원생활을 하려던 그녀에게 느닷없이 나치 친위대가 들이닥치고, 그렇게 로자는 1943년 가을. 26살의 나이에 히틀러의 시식가가 된다. 



식탁위에서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산해진미들. 

식탁에 앉은 여성들 앞엔 진귀한 음식이 담긴 접시가 하나씩 놓여있다.

그러나 식당안을 감도는 극도의 긴장감.

어느 누구도 식기를 들지 않고 음식을 바라만 본다.

이내 그녀들의 뒤를 지키고 있던 군인들이 식사를 종용하고,

그제서야 억지로 음식을 떠먹는 여성들과 비워져 가는 접시의 음식들.

침묵의 식사가 끝나고, 여성들은 그대로 공포의 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생과 사를 가르는 60분이 지나야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그녀들에게 차려진 지옥의 만찬.



처음 제목만 봤을땐 단순히 유대인을 시식가로 이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아리아 혈통의 여성들을 데려다 놓더라. 독재자 히틀러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설령 독이 들었을지언정 유대인에게 먹일 수는 없었으리라...결국 강요된 영광에 의해 억지로 떠맡게 된 시식 임무는 그녀들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을거라 생각되었다. 남편들은 전쟁에 차출되 생사여부도 확인하기 힘든 마당에 매일 매일을 인간 독살감별사로 있어야 하다니...물론 가스실에서 집단으로 학살당하던 유대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녀들 역시 미친 전쟁의 또다른 피해자들이었던 것이다.



작품은 2차세계대전 전쟁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의도치 않게 시식가가 되버린 한 인간. 여성. 로자에 대한 삶에 포커스를 맞춘다. 끝없는 절망과 공포를 금단의 에로스로 표출하며 생을 이어가는 그녀의 선택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독자마다 다르리라 생각된다. 그녀의 행동을 납득하던 납득하지 않던 결과에 상관없이 치열한 생의 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가 치렀던 분투는 내게 많은 생각들을 불러 일으켰다. 더불어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유명한 히틀러 암살 작전 [발키리 작전]에 시식가들이 휘말리기도 하고 전세가 뒤집혀 패색이 짙은 독일의 절박한 상황도 엿볼 수 있는 전쟁 역사물로서의 요소도 갖추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인간을 살아 있게 했지만, 동시에 인간을 죽이는 일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_ 로셀리 포스토리노 인터뷰 중



총,칼 대신 포크를 들고 치열하게 전투를 치뤘던 그녀들의 생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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