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의 세레나데 LL 시리즈
지넨 미키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검은 고양이의 세레나데 (2017년 초판)
저자 - 지넨 미키토
역자 - 김아영
출파사 - 황금가지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44p

 

 

살벌 훈훈한 오컬트 추리

 

 

황금가지의 라이트 문학 시리즈인 LL시리즈의 첫번째 라인업중 하나인 작품이다. 첫 라인업으로 SF 한권 [기룡경찰]
추리작품 2권중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과 더불어 나온 책이 이 작품이다. 추리작품 2권 중에서도 [셜리~]는 정통추리를 표방하는것 같고 이 작품은 제목도 세레나데 이거니와 표지의 소녀와 고양이의 은은한 느낌이 풍기는 분위기에 플롯도 고양이 몸에 깃든 저승사자가 원혼에 쌓인 지박령들의 한을 소녀와 함께 풀어주고 성불 시킨다는 스토리 때문에 단편으로 이루어진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코지미스터리물 이리라 생각했더랬다....그리고 1장을 다 볼때까지만 하더라도 내 예상이 확신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2장을 펴자마자... 아뿔싸!!!! 사람이 막 죽어나가면서 미치광이 연쇄살인마가 따악!! 복선이 여기 저기 깔리고 감춰진 진실이 밝혀지면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상당히 깊고 어둡게 전개되는 추리소설이었던 것이다...-_-;;;; 여타 정통 추리와 다른점은 오컬트를 절묘하게 믹스 시켰다는것. 전직 저승사자 였던 검은 괭이 까망이가 전보다는 한정되었지만 왕년의 저승사자 가닥으로 타인의 생각을 읽거나 빙의를 통해 육신을 조종하는등 오컬트 파워 능력을 통해 사건을 파헤치지만 어지럽고 복잡하게 얽힌 인간들의 이해 관계 속에선 한치 앞도 예상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전직 저승사자였던 나는 상부의 오더로 어쩔 수 없이 고양이의 몸에 들어가 미련 때문에 지박령이 된 원혼들의 한을 풀어주고 성불시키라는 명을 받아 지상으로 내려온다. 지상에 오자마자 위기에 처하고 근처를 떠돌던 지박령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다. 그리고 지박령은 까망이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는데, 혼수상태에 빠진 소녀의 몸에 자신을 빙의시켜 주면 까망이를 도와 지박령이 출몰하는 장소로 안내해 주겠다는것... 그렇게 딜은 성사되고 생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지박령은 마야라는 소녀의 몸에 빙의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까망이와 함께 마야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야가 지박령이 출몰하는 장소로 까망이를 데리고 가는데....

 

 

초반엔 잔잔하게 흐르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사건은 꼬이고 꼬여서 엉키고 비밀 신약 개발, 개발자들의 의문의 죽음, 마야의 몸에 들어간 지박령의 정체 등등 상당한 흡입력을 갖고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또한 오컬트 능력을 발휘하는 괭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가 되니 일반 여타의 작품과는 다른 신선한 소재와 접근방식으로 새로운 느낌을 주는것 같다. 피비린내 펄펄 나는 연쇄살인 사건 속에서도 개개인의 절절한 사연을 괭이의 눈을 통해 보여주니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살벌함 속에서도 훈훈해지는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더라...-_-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에서 생각하는 저승사자의 개념은 한국과 별반 다를바 없다는걸 이작품을 통해 느꼈다. 선한 영혼들이 하늘로 성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늘의 잠입요원 괭이와 멍멍이를 보면서 우리 주변에 허공을 바라보고 짓거나 우는 동물들이 바라보는게 바로 혼령들일지도 모른다던지, 그 동물들은 하늘의 잠입요원들일지도 모른다는 웃기는 상상도 해본다. 분명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이다. 허나 참혹한 사건 속에서도 선한 사람들과 차근차근 인간이라는 존재에 눈을 떠가는 저승괭이가 함께 하는 따뜻한 이야기 이기에 세레나데라는 제목이 어울리는것 같기도 하다.

 

 

덧 - 작품속에 식빵굽는자세가 계속 언급되길래 찾아 봤는데 왜 식빵굽는 자세인지 모르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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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우울 법의학 교실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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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우울 (2017년 초판)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30p




시체는 진실만을 이야기 한다.




미드 [본즈]를 떠올리게 하는 법의학 미스터리 이자 전작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속편이 출간되었다. 작품의 히로인

'마코토'가 법의학 교실의 학생으로 겪은 여러 사건들을 그린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은 '마코토'가 우라와 의대에

정식 조교로 부임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학생 신분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으로 직접 검시

집도를 맡기도 하는 한단계 성장된 이야기를 담고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우라와 법의학 교실과 커렉터라는 베일에

싸인 인물과의 대결구도로 전체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처음 출판사 소개만 봤을때는 커렉터(교정자)라고 칭하는

연쇄살인범이 자연사처럼 꾸민 피해자들의 시신을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에서 부검을 통해 단서를 잡아 범인을 잡게

되는 이야기 일거라 생각했는데 작품을 읽고 나니 완전 엇나간 상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죽음에 부검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나에겐 잘된 일이다. 사이타마 현경은 앞으로 현에서 발생한 자연사, 사고사에 모종의 음모가 잇는지 의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내 이름은 커렉터, 즉 교정자다."



현경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놓은 커렉터의 글로 인하여 평소 사망자 대비 20프로를 차지하던 사법 부검의 비율이 치솟게되고 그로 인하여 부검 예산이 바닥나게 되어 정작 부검해야 할 시신을 부검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커렉터와 검시관 사이의 두뇌 싸움 보다는 지극히 돈과 얽힌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그려져 예상은 빗나났지만 각 에피소드의 숨겨진 진실을 검시를 통해 찾아가는 시신속에 숨겨진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톡톡한 작품이었다. 





1. 떨어뜨리다

데뷔한지 3년되는날 16세의 성공한 아이돌 가수 사쿠라 아유미는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성황리에 콘서트를 개최하고

힘찬 도움닫기로 관객석으로 달려나가던중 몸의 중심을 잃고 15미터 아래로 추락하고, 즉시 즉사한다. 경찰은 사고사로

사건을 종결짓지만, 인터넷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자신을 커렉터라 지칭하는 누군가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급히

시신을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로 옮겨 부검을 하게 되는데......

- 그저 비지니스에 의한 돈벌이로만 여겨지는 아이돌 시장의 냉혹한 모습이 담긴 이야기였다. 그렇게 힘겹게 성공을

거둔 아유미가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사망하게 되다니....아이돌 가수의 명과 암을 조명한다.




2. 달구다

찌는듯한 더위에 열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시점, 경찰 홈페이지에 다시금 글을 올린 커렉터는 열중증에 의한 사망건들중 실제로는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일수도 있다는 글을 올린다. 그리고 경찰의 유추를 통해 3살배기 여야의 열중증 사망사건에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하여 바로 동거남을 잡아들여 취조하고 동거남과 엄마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사 였다는 것을 자백받는다. 그렇게 사건을 종결되는듯 하지만....우라와 의대의 미쓰자키 교수의 한마디로 여아의 시체는 법의학 교실로 오게 되는데.....

- 얼마전 한국에서도 떠들썩 했던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다. 읽는 내내 작품속 고테가와 형사의 분노에 공분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는데...정말...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가장 잔인한 폭력이 가정내 아동학대라고 생각한다. 힘없이 가엾은 아이들이 오로지 부모만을 믿고, 바라보고, 의지하고 있는데 그 믿음을 가차없이 내던져 버리는 가장 잔인한 고통..ㅠ_ㅠ 참나...책임 못질거면 낳지를 말아야....씁쓸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3. 태우다

사이비 종교의 교회 건물이 방화에 의해 불타 버린다. 그리고 불타버린 교회 건물 안에서 교주의 시체로 추정되는 새카맣게 타버린 시체한구가 발견된다. 방화 살인으로 추정되어 우라와 의대 미쓰자키 교수에게 부검 의뢰가 들어오지만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이 교주의 부검을 극구 반대하며 경찰서를 애워싸는데.....

- 사이비 종교의 광신적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난히 사이비 종교가 많은 일본이라 익숙하면서도 인간의 나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그릇된 믿음을 강요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련의 행위들은 사회의 암적 존재라 생각된다. 교주의 '웰던'상태의 시체를 해부하면서 밝혀지는 진실은 웃프게 다가왔다. 커렉터의 글과는 관련 없던 단편이었다.




4. 멈추다

일흔살 노인이 산책도중 심장발작으로 사망한다. 아내는 치매증상을 보인뒤 과소비로 소비행태가 변하고 급기야 남편을 학대 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 사망직전 보험금의 액수가 늘었다는 사실을 파악한 마코토는 노인의 시체를 사법 부검 하려 하는데.....

- 여러 정황이 의심되지만 역시 시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수십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5. 매달다

항상 바르고 정신적으로 강하다고 여긴 은행원 언니가 나무에 목을 메달고 자살한다. 동생은 도저히 그녀의 자살을 납득할 수 없지만 검시결과 자살의 징후와 비슷하다는 결과에 따라 자살자로 결정나고 수사는 종료된다. 그런데 한참 뒤...커렉터의 글로 인하여 재수사를 하려 하지만 이미 시신은 화장한 뒤....고테가와 형사는 답답한 마음에 우라와 법의학 교실을 찾는데....

- 시신 없는 부검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운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커렉터의 정체에 대해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된다. 커렉터의 정체와 함께 억울하게 죽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6. 폭로하다

고테가와 형사의 동료 여형사 히메카와가 기숙사 옥상에서 투신자살하고 검시결과 임신했던 흔적이 발견된다. 그녀가 남긴 유서에는 불륜 끝에 자살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어 경찰관계자와의 불륜 관계를 우려한 경찰은 자살사로 급히 사건을 종결 짓는다. 히메카와와 동기이자 절친이던 고테가와는 사건 종결에 반감을 갖고 그녀의 검시를 우라와 대학에 맡기려 하지만 커렉터의 빈번한 인터넷 글로 인하여 이미 책정된 검시 예산은 떨어진 상태....검시를 진행하기 위해 경찰과 법의학 교실이 뭉친다....

- 비극적인 불륜에 의한 사건의 해결이자 커렉터 사건이 깔끔하게 종결되는 이야기이다. 불륜을 저지르면서 불륜녀에 대해 저지른 비인도적 행위는 불륜남이 그녀를 어떤 의미로 만났는지 충분히 예상가능케 하는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내내 젠틀한 모습을 보이던 자의 파렴치한 본모습을 보니 충격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각 6편의 단편들은 독립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커렉터와 연관된 옴니버스식 작품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실 예상과는 달리 커렉터의 지적으로 인하여 사고사로 처리된 시신들이 재 부검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찾고 진범을 잡거나 한을 풀게 되니 결과적으로는 커렉터의 행위는 한이 서리 혼령의 위령제 같은 역할을 한게 아닌가 싶긴 한데...일본이란 나라에 책정된 부검예산이 그렇게 턱없이 낮고 커렉터는 자신의 범죄를 성립하기 위해 예산을 탕진하게 만든 계략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니 너무나 비겁하고 파렴치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미드 [CSI]처럼 짧은 사건 발생의 도입부와 함께 열혈 형사 가타가와와 법의학 교실의 새내기 조교 히로인 마코토의 티격 태격하는 합, '길그리섬'이 연상되는 카리스마 넘치는 법의학 권위자 미쓰자카 교수와 일본에서 검시를 펼치는 파란눈 조교수 캐시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사건에 대해 집중하고 대망의 부검을 통해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을 지켜보는 재미는 [CSI]를 능가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산 인간은 거짓말을 해도 시체는 진실만을 이야기 한다. 시체안에 숨겨진 복잡 미묘한 사연은 여느 산자들이 나오는 드라마 보다 더욱 기구하게 다가온다. 다음 작품에선 법의학자로서 더욱 성장한 마코토와 더욱 진전된 가타가와 형사와의 사이가 어떻게 진전될지 궁금해 지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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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듀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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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2017년 초판 2쇄)

저자 - 장강명, 배명훈, 김보영, 듀나

출판사 - 한겨레출판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55p




태양계를 무대로 하는 SF 4편




국내 몇 안되는 SF작가들이 뭉쳐 금성, 화성, 타이탄, 트리톤 등 태양계 행성이 무대가 되는 SF 앤솔러지가

출간되었다. 그나마 협소한 국내 SF 시장에서 활동하는 네임드 작가인 '배명훈', '김보영', '듀나', '장강명'

이 각각 한작품씩 참여한 4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태양계의 행성들을 무대로 한만큼 각 작가들의 이야기 

또한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시도와 거대한 스케일의 장르적 재미를 주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막연히 

SF라면 어려울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버리는 누구나 쉽게 읽고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 SF 앤솔러지로 추천할만 

한듯하다. 




1. 당신은 뜨거운 별에 - 장강명

먼미래...음료회사와 자동차 회사의 금전적 지원을 받아 과학자 5명이 금성탐사에 나선다. 우주여행의 지원을

받는대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TV쇼로 방송되는 조건으로 몇년간의 탐사를 이어간다. 로봇공학자인 유진은

딸에게 자신이 만든 로봇의 동영상을 전송하고 딸이 받은 영상엔 의문의 암호가 심어져 있다. 암호를 해독한

무용가 딸은 엄마를 위해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데.....

- 머...지금같이 우주개발에 국가의 투자보다는 테슬라 사장인 '엘론 머스크'처럼 기업의 투자가 더 활발하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니 나중엔 이 작품속 처럼 코카콜라에서 우주 탐사를 기획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다만 몸뚱이 전체를 우주에 보내는것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에 머리만 떼어네 우주로 보내버리는 방법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갸우뚱 해진다..-_-;;; 몸뚱이나 인간의 단백질 덩어리 뇌나 리스크가 있긴 마찬가지 아닌가...굳이

뇌덩이를 금성에 가져다가 기계몸과 연결하느니 아예 '닐 블롬캠프'의 영화 [채피]처럼 기계 인공뇌로 의체화 

하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나저나 이름은 많이 들어본 작가인데, SF도 쓴다는건 이번에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2. 외합절 휴가 - 배명훈

화성의 지구측 공무원 은경은 지구-태양-화성이 크로스되어 지구와 화성의 통신이 두절되는 외합절의 긴 연휴

당직을 서게 된다. 지구와의 통신 두절로 인해 당직자 은경은 얼떨결에 지구의 전권을 위임받는 위임장을 갖게

되는데 우연히 당직실에서 밤을 보낸 은경은 뉴스를 통해 화성의 지구 식민지의 의회원들과 화성의 총독이 지구와

통신이 끊긴 새벽을 틈타 독립법안을 날치기로 통과 시켰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문 밖에서는 의회원들이

의회를 해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화성에서 태어났지만 지구측에 소속된 공무원 은경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화성의 법안 결정위임장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고 화성식민지의 독립법안을 중단시키고 의회원들을 피해 지하벙커로

몸을 숨기는데.....

- 지구와 화성간의 불평등 조약과 지구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화성의 움직임...그 사이에 얼결에 끼어 

화성 자체의 존립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는 은경의 결정까지 급박하고 긴장되게 전개된다. 지인들과 케잌이나 

먹으면서 평화롭게 지내던 은경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사건이 아닐 수 없는데....지구와 화성 사이에서 어느쪽

에 붙어야 하는지 갈팡질팡 하는 그녀의 갈등과 입밖으로 내뱉은 말로 인하여 벌어지게 되는 행성적 위기,...

각 행성의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일개 공무원이 맡게된 행성을 좌우할 결정권이라는 아이러니가 웃프게 다가온다.

항상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하는 작가의 페르소나인 '은경'이 이번작품에서도 '대'활약한다. 화성에서의 정치가

새로우면서도 우주에서도 날치기 법안이 통과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시! 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얼마나 닮았는가 - 김보영

한솥 도시락을 싫고 유로파로 가던 보급 우주선은 타이탄의 구조신호를 듣고 타이탄으로 향한다. 타이탄으로 향하는

우주선에서 바이오 증식으로 키운 인간의 몸으로 이식되어 깨어난 우주선의 전반적인 운행을 담당하던 인공지능 AI는

깨어남과 동시에 자신이 왜 인간의 몸에 전이 요청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망각했다는것을 깨닫는다. 기존의 승무원

들은 AI가 인간의 몸을 빌려 인간 행세를 하는 모습에 대해 거부감과 공포감을 느끼고 이유없는 폭력과 적대감을 

갖는다. 인간의 사고로 타이탄에 식량을 보급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고려하지만 쉽지않고 그사이 타이탄에 식량을

지원하는것에 대해 반대하는 항해사와 선장의 갈등은 심화되는데....

- 그동안 인간의 눈에 비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던 반면 그 반대인 AI의 눈에 비친 인간의 비이성적인

모습들을 그리는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졌다. 타이탄의 보급과 인간이 된 AI 그리고 후반에 밝혀지는 커다란 반전까지...여러 SF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타이트한 짜임과 재미를 준다. 반전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모호했던 일들이 반전이 밝지면서 부터 비로소 명확해지고 모호했던 부분들이 떡밥이었다는걸 깨닫게 된다. 인간의 몸을 빌린 AI가 점차 인간과

섞이면서 진짜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4. 두번째 유모 - 듀나

아버지들의 폭정을 피해 트리톤으로 도망온 아이들과 화성에서 온 의문의 두번째 유모 서린.....

- [메리 포핀스]의 SF식 변주라는데....글쎄....'듀나'의 작품은 내 취향과는 잘 안맞는 느낌이다...




팔,구십페이지의 중편 분량의 4가지 이야기들은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분량으로 불필요한 사설 없이 바로 

본론으로 직행하고 강렬한 클라이막스를 거쳐 결말로 치달으니 집중해서 읽기에 딱 좋은 분량같다. 4편의 작품중 

가장 좋았던건 '김보영'작가의 작품이었고 '배명훈', '장강명', '듀나'순이었다. '김보영' 작가의 인간에 대한 통찰과 

시의 적절한 젠더 문제를 이야기에 잘 녹였고 간간이 깃든 유머가 작품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이 작품

에 실린 미래 어딘가의 이야기들이 실제로 실현될 지도 모르고, 지금도 대우주시대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는 

이때,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미래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 네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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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멸
안조 다다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책이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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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멸 (2017년 초판)

저자 - 안조 다다시

역자 - 이규원

출판사 - 책이다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15p




압도적 스케일! 넘치는 긴박감!! 역대급 재난소설!!! 일본이 괴멸한다.





'고마쓰 사쿄'의 [일본침몰]에 이어 일본이 쑥대밭으로 붕괴되는 재난 SF 소설이 출간되었다. 실제로 발생할 수

있음직한 현실적 소재와 압도적 스케일, 단계적으로 수위를 더해가는 긴박한 재난상황, 도시의 괴멸로인한 수십

만명의 죽음 속에서 남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엔지니어들의 이야기가 숨쉴틈 없이 펼쳐진다.

얼마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를 멀리서나마 직접 느껴보고 땅이 울렁이는 경험을 통해 잠시나마 지진에

대한 공포를 느꼈었다. 진원지에서 한참 멀기도 했고 땅울림을 느꼈다는것 외에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진앙지인

경주에서는 이후에도 크고 작은 여진이 한동안 반복되 매스컴에서도 연일 기사로 다루기도 했고 이제 한국도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로 마음놓고 있을 수는 없는것 아니냐는 말들도 심심찮게 들었던것 같다.(다행히도 그때 이후 더이상

지진 소식은 없는듯 하고...) 그런데 바로 옆나라 일본에서는 관동 대지진, 한신 아와지 대지진, 최근에 발생했던

동일본 대지진등 엄청난 대지진에 따른 재앙적 재난을 겪으면서도 폐허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 참..대단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 개인이 느끼는 재난에 대한 공포는 내가 잠시나마 경험했던 경주 

지진때의 공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공포로 다가 올것이다. 그런 일본인들이 이 일본이 초토화되는

재난 작품을 봤을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_-;;;; 다시한번 말하지만 작가는 기술이 발달한 근미래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현실적 사건에 기반하여 작품을 썼다고 한다. 게다가 풍부한 지구과학 지식으로 아주 설득력 있게 일본

이 괴멸되는 상황을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피말리게 묘사한다. 내가 읽을땐 재난 SF지만...자국민이 볼땐 공포소설이 

따로 없을듯....ㄷㄷㄷ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우리는 엄청난 일을 벌이고 만거야. 돌이 킬 수 없는 일을."




기후변화협약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의 감소를 위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던중 바벨프로젝트라는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로 인공섬 인근 바다에 50km의 수직갱을 파내 바닷물을 흘려보내 멘틀의 고열로 기화시키고 그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건설에 성공한다. 그렇게 발전소는 가동에 들어가고 2년이 흐른 어느날.....

관동 지역에서 원인 모를 산사태가 발생하고, 아시오초 마을에서는 정체불명의 가스로 인해 마을 주민 삼천명이 하루

만에 몰살당한다. 이어지는 관동 지역의 이상 사태에 정부에서는 화산 지질박사 우지쓰구를 초빙하여 원악에 나서고

우지쓰구 교수는 바벨프로젝트의 설계자이자 실질적 현장 감독이었던 기류에게 연락하는데......





"관리감님. 저는 공포를 부채질하려는게 아닙니다. 다만, 관리감께서는 우리가 도전할 상대의 실체를 아십니까?"

"지구 탄생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46억 년의 역사입니다."




바벨 프로젝트라니....머...이름을 보자마자 직감했다...이거 때메 다 죽겠구나...-_- 하늘로 높이 높이 쌓아 올리던...땅으로 깊이 깊이 파내리던... 인간의 오만방자한 만용으로 깔짝대면 결국 신의 노여움을 타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리라. 그렇게 함께 사는 지구에 오로지 인간의 기준으로 이득을 취하려다 지구 전체가 멸망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잠자던 자연을 깨운 대가는 참혹하리 만큼 무섭다...지진으로 무너지고 화산 폭발로 전부 불태워 버리는 역대급 재난도 볼거리지만, 이 역대급 재난을 막기 위해 나타난 히어로가 동료를 잃은 죄책감에 현장을 떠나 PTSD를 앓고 있는 은퇴한 엔지니어라는 현실적 설정이 좋았다. 초인적 힘을 쓰는 슈퍼맨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함께 살고 있는....기름때 밴 손으로 땀흘리며 일하는....자신의 직업에 자긍심을 갖고 있는 직업정신 투철한 소시민이었기에 더욱 간절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마음졸이며 볼 수 있었던것 같다. 또한 급박한 재난상황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무능한 정부의 삽질, 혼란에 빠진 시민들의 무정부 공황상태도 다루며 완급조절을 해주어 현실감을 더해준다. 뭣보다 헐리우드 재난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통령 감동 연설씬 같은 국뽕 찬양주의가 없어 맘에든다. -_- (이작품에선 관계 관료 몇명만 사실을 알고 은폐하기 급급하다 결국 다터지고 수상도 관저를 버리고 도망치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 그려진다...마치 후쿠시마 사태를 보는듯한 기시감이 들정도로..-_-;;;) 




모든것을 녹여버리는 뜨거운 마그마 처럼 인간의 생을 향한 불타오르는 뜨거운 의지가 빛나는 작품이었다. 

화산과 지각층, 프레그먼트, 멘틀 등등 어릴적 학교에서 배우던 지구과학 용어들이 난무 하는데, 다행히도 작품속 등장

하는 교수나 기술자의 말을 빌어 알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니 어려움 없이 작품을 따라갈수 있다. 아직 읽어본 재난

소설이 몇 안되지만 일단 이 작품은 정말 역대급! 재난 소설이었다. 당연하게도 [일본침몰]을 읽고, '롤렌드 에머리

히'감독의 [2012]와 함께 보면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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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마츠오 유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스파이크 (2017년 초판)

저자 - 마츠오 유미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08p




페러럴월드 러브 미스터리




[전기인간]으로 SF 반전 미스터리의 신세계를 보여줬던 '아프로스미디어'에서 평행세계를 소재로하는 SF신작이

출간되었다. 지난 작품 [전기인간]이 마니악한 약빤 반전을 선사 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독특한 배경을 바탕으로

비글 견종 스파이크와 함께 하는 말랑한 연애 미스터리물로 연령, 성별을 막론하고 누구나 쉽고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연애 미스터리물이라곤 하지만 나름 마지막 반전을 숨겨둔 추리물로서의 완성도도 갖추고 

있어 SF팬이나 추리팬 모두를 만족시킬 작품인것 같다. 세계의 평행선을 기준으로 마주선 강아지와 대칭되는

건물들과 제목의 표지만으로도 이 작품이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평행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란걸 손쉽게 유추

할 수 있었다. 20살쯤 부모님이 말티즈를 데려와 분가하기 전까진 함께 살았던 경험도 있어 강아지를 좋아한다

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의 비글은 주변에서도 키우는 사람이 없어 실제로 접한적도 없어 어떤 견종인지는 모르

겠다. 다만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나 체험담들을 보면 악마돌이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영리하고 극성맞아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개가 비글이라고 하던데....이 작품에서는 어찌나 영리하고

진중하고, 사려깊고, 유식하던지..토끼 사냥개로서 시종일관 주인공을 도와 커다란 활약을 펼치는데...ㅎㅎㅎ 

작품을 통해 이미지가 바뀐것 같아 한번쯤 키워보고 싶기도...흠...아냐...아냐...-_-;;; 


 



28살에 사무기기 제작회사의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에조에는 친구의 할머니가 남긴 유언인 혼자사는 여자에게 회색

빛의 레몬비글을 맡기라는 말에 따라 친구로부터 3년전 회색빛깔의 비글 스파이크를 넘겨 받아 키운다. 어느날 

스파이크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에조에는 맞은편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남성과 마주치게 되는데 서로 데리고

있는 개가 너무나 똑같이 생겨 개에게 한눈을 팔다 서로 부딪힐 뻔한다. 그렇게 개를 통해 안면을 튼 남녀는 서로

키우던 개의 이름이 스파이크라는 것과 너무나 흡사한 생김새에 놀라고 처음봤음에도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게

된다. 사진작가라는 남자의 이름은 미키오...커피숍의 노상 테이블에서 한참을 얘기하던 에조에와 미키오는 서로 

메일 주소를 건네고 다음 만날 날을 정하고 헤어진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약속 날짜가 오고....스파이크와 함께

다시 커피숍을 찾은 에조에는 몇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미키오를 기다리다 바람 맞고 아쉬운 마음과 걱정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미키오의 걱정을 소리내어 말하자 어디선가 맞장구 치는 소리가 들리고....맞장구 

친것은 바로 자신이 기르는 개 스파이크 였다....말하는 개 스파이크에게 에조에와 미키오는 각각의 평행세계에 

살고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듣게 되고 혼란에 빠지는데!!!!........




흔히 평행세계라 하면 오래전 이휘재가 열연했던 TV프로그램 [인생극장]에 선택의 갈림길에서 두가지 선택에 따른 

각각의 결과를 함께 보여주는데, 이 두가지 선택이 각각의 세계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될것 같다. 결과

적으로 각각의 선택에 따른 분기점이 나뉘고 개별적 세계가 생성되니 무수히 많은 세계가 존재하게 되는 개념인데 

이 작품에서는 딱 두 세계만 존재하고 커다란 이벤트에 의한 분기를 제외하고는 두 세계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

라는 설정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래서 약속날짜에 나오지 않은 저쪽 세계의 사람인 미키오의 실종을 두고 이쪽 

세계의 에조에가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스파이크와 함께 스파이크 탐정단을 결성하여 실종수색을 하는 이야기가 가능

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시공간의 왜곡된 틈으로 차원이동하는 '카미카쿠시' 설정을 결합하여 두 세계가 영향을 주고 

받는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독특하고 유니크한 추리 작품을 탄생시킨다. 평행세계라는 SF 개념에 실종 추리라는 미스

터리 장르의 접목 덕분에 전에는 없던 신선하고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혼종장르라는 장르적 유희와 더불어 서로 다른 세계의 이룰수 없는 사랑이라는 아련한 설정은 연애 소설로서의 롤을 

톡톡히 해내며 두 남녀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더하게 만든다. 이룰수 없음을 알면서도 점점 미키오에게

마음이 기우는 에조에의 복잡스러운 심리와 실종된 미키오를 구하기 위해 스파이크와 함께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하면

서 점차 쌓이는 주인과 강아지의 우정....그리고 서서히 풀리는 평행세계의 비밀들....일단 한번 잡으면 마지막장을

보기 전까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몰입도와 복잡한 설정임에도 머리속에 관계도가 저절로 그려지는 가독성등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든 작품이었다. 음...읽으며 얼마전 봤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서로 만날 수 없다는 설정이나 서로를 위해 이 악물고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유쾌하게 다가와 그런것 같다.

SF에 관심은 있으나 어렵다는 이유로 선뜻 읽지 못했던 사람, 반려견이 나오는 말랑한 연애물을 선호하는 사람, 소소

한 코지미스터리가 취향인 사람이라면 개강추하는 바이다.


 

[작품속 주인공인 레몬 비글의 모습...이래보면 참 귀여운데 말이지..]



덧 - 스파이크라길래 [카우보이 비밥]을 떠올렸는데, 고전애니 [스누피]의 형이 [스파이크]이름의 유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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