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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우울 ㅣ 법의학 교실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9월
평점 :
히포크라테스 우울 (2017년 초판)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30p
시체는 진실만을 이야기 한다.
미드 [본즈]를 떠올리게 하는 법의학 미스터리 이자 전작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속편이 출간되었다. 작품의 히로인
'마코토'가 법의학 교실의 학생으로 겪은 여러 사건들을 그린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은 '마코토'가 우라와 의대에
정식 조교로 부임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학생 신분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으로 직접 검시
집도를 맡기도 하는 한단계 성장된 이야기를 담고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우라와 법의학 교실과 커렉터라는 베일에
싸인 인물과의 대결구도로 전체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처음 출판사 소개만 봤을때는 커렉터(교정자)라고 칭하는
연쇄살인범이 자연사처럼 꾸민 피해자들의 시신을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에서 부검을 통해 단서를 잡아 범인을 잡게
되는 이야기 일거라 생각했는데 작품을 읽고 나니 완전 엇나간 상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죽음에 부검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나에겐 잘된 일이다. 사이타마 현경은 앞으로 현에서 발생한 자연사, 사고사에 모종의 음모가 잇는지 의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내 이름은 커렉터, 즉 교정자다."
현경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놓은 커렉터의 글로 인하여 평소 사망자 대비 20프로를 차지하던 사법 부검의 비율이 치솟게되고 그로 인하여 부검 예산이 바닥나게 되어 정작 부검해야 할 시신을 부검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커렉터와 검시관 사이의 두뇌 싸움 보다는 지극히 돈과 얽힌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그려져 예상은 빗나났지만 각 에피소드의 숨겨진 진실을 검시를 통해 찾아가는 시신속에 숨겨진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톡톡한 작품이었다.
1. 떨어뜨리다
데뷔한지 3년되는날 16세의 성공한 아이돌 가수 사쿠라 아유미는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성황리에 콘서트를 개최하고
힘찬 도움닫기로 관객석으로 달려나가던중 몸의 중심을 잃고 15미터 아래로 추락하고, 즉시 즉사한다. 경찰은 사고사로
사건을 종결짓지만, 인터넷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자신을 커렉터라 지칭하는 누군가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급히
시신을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로 옮겨 부검을 하게 되는데......
- 그저 비지니스에 의한 돈벌이로만 여겨지는 아이돌 시장의 냉혹한 모습이 담긴 이야기였다. 그렇게 힘겹게 성공을
거둔 아유미가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사망하게 되다니....아이돌 가수의 명과 암을 조명한다.
2. 달구다
찌는듯한 더위에 열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시점, 경찰 홈페이지에 다시금 글을 올린 커렉터는 열중증에 의한 사망건들중 실제로는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일수도 있다는 글을 올린다. 그리고 경찰의 유추를 통해 3살배기 여야의 열중증 사망사건에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하여 바로 동거남을 잡아들여 취조하고 동거남과 엄마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사 였다는 것을 자백받는다. 그렇게 사건을 종결되는듯 하지만....우라와 의대의 미쓰자키 교수의 한마디로 여아의 시체는 법의학 교실로 오게 되는데.....
- 얼마전 한국에서도 떠들썩 했던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다. 읽는 내내 작품속 고테가와 형사의 분노에 공분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는데...정말...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가장 잔인한 폭력이 가정내 아동학대라고 생각한다. 힘없이 가엾은 아이들이 오로지 부모만을 믿고, 바라보고, 의지하고 있는데 그 믿음을 가차없이 내던져 버리는 가장 잔인한 고통..ㅠ_ㅠ 참나...책임 못질거면 낳지를 말아야....씁쓸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3. 태우다
사이비 종교의 교회 건물이 방화에 의해 불타 버린다. 그리고 불타버린 교회 건물 안에서 교주의 시체로 추정되는 새카맣게 타버린 시체한구가 발견된다. 방화 살인으로 추정되어 우라와 의대 미쓰자키 교수에게 부검 의뢰가 들어오지만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이 교주의 부검을 극구 반대하며 경찰서를 애워싸는데.....
- 사이비 종교의 광신적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난히 사이비 종교가 많은 일본이라 익숙하면서도 인간의 나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그릇된 믿음을 강요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련의 행위들은 사회의 암적 존재라 생각된다. 교주의 '웰던'상태의 시체를 해부하면서 밝혀지는 진실은 웃프게 다가왔다. 커렉터의 글과는 관련 없던 단편이었다.
4. 멈추다
일흔살 노인이 산책도중 심장발작으로 사망한다. 아내는 치매증상을 보인뒤 과소비로 소비행태가 변하고 급기야 남편을 학대 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 사망직전 보험금의 액수가 늘었다는 사실을 파악한 마코토는 노인의 시체를 사법 부검 하려 하는데.....
- 여러 정황이 의심되지만 역시 시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수십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5. 매달다
항상 바르고 정신적으로 강하다고 여긴 은행원 언니가 나무에 목을 메달고 자살한다. 동생은 도저히 그녀의 자살을 납득할 수 없지만 검시결과 자살의 징후와 비슷하다는 결과에 따라 자살자로 결정나고 수사는 종료된다. 그런데 한참 뒤...커렉터의 글로 인하여 재수사를 하려 하지만 이미 시신은 화장한 뒤....고테가와 형사는 답답한 마음에 우라와 법의학 교실을 찾는데....
- 시신 없는 부검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운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커렉터의 정체에 대해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된다. 커렉터의 정체와 함께 억울하게 죽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6. 폭로하다
고테가와 형사의 동료 여형사 히메카와가 기숙사 옥상에서 투신자살하고 검시결과 임신했던 흔적이 발견된다. 그녀가 남긴 유서에는 불륜 끝에 자살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어 경찰관계자와의 불륜 관계를 우려한 경찰은 자살사로 급히 사건을 종결 짓는다. 히메카와와 동기이자 절친이던 고테가와는 사건 종결에 반감을 갖고 그녀의 검시를 우라와 대학에 맡기려 하지만 커렉터의 빈번한 인터넷 글로 인하여 이미 책정된 검시 예산은 떨어진 상태....검시를 진행하기 위해 경찰과 법의학 교실이 뭉친다....
- 비극적인 불륜에 의한 사건의 해결이자 커렉터 사건이 깔끔하게 종결되는 이야기이다. 불륜을 저지르면서 불륜녀에 대해 저지른 비인도적 행위는 불륜남이 그녀를 어떤 의미로 만났는지 충분히 예상가능케 하는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내내 젠틀한 모습을 보이던 자의 파렴치한 본모습을 보니 충격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각 6편의 단편들은 독립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커렉터와 연관된 옴니버스식 작품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실 예상과는 달리 커렉터의 지적으로 인하여 사고사로 처리된 시신들이 재 부검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찾고 진범을 잡거나 한을 풀게 되니 결과적으로는 커렉터의 행위는 한이 서리 혼령의 위령제 같은 역할을 한게 아닌가 싶긴 한데...일본이란 나라에 책정된 부검예산이 그렇게 턱없이 낮고 커렉터는 자신의 범죄를 성립하기 위해 예산을 탕진하게 만든 계략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니 너무나 비겁하고 파렴치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미드 [CSI]처럼 짧은 사건 발생의 도입부와 함께 열혈 형사 가타가와와 법의학 교실의 새내기 조교 히로인 마코토의 티격 태격하는 합, '길그리섬'이 연상되는 카리스마 넘치는 법의학 권위자 미쓰자카 교수와 일본에서 검시를 펼치는 파란눈 조교수 캐시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사건에 대해 집중하고 대망의 부검을 통해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을 지켜보는 재미는 [CSI]를 능가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산 인간은 거짓말을 해도 시체는 진실만을 이야기 한다. 시체안에 숨겨진 복잡 미묘한 사연은 여느 산자들이 나오는 드라마 보다 더욱 기구하게 다가온다. 다음 작품에선 법의학자로서 더욱 성장한 마코토와 더욱 진전된 가타가와 형사와의 사이가 어떻게 진전될지 궁금해 지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