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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듀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2017년 초판 2쇄)
저자 - 장강명, 배명훈, 김보영, 듀나
출판사 - 한겨레출판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55p
태양계를 무대로 하는 SF 4편
국내 몇 안되는 SF작가들이 뭉쳐 금성, 화성, 타이탄, 트리톤 등 태양계 행성이 무대가 되는 SF 앤솔러지가
출간되었다. 그나마 협소한 국내 SF 시장에서 활동하는 네임드 작가인 '배명훈', '김보영', '듀나', '장강명'
이 각각 한작품씩 참여한 4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태양계의 행성들을 무대로 한만큼 각 작가들의 이야기
또한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시도와 거대한 스케일의 장르적 재미를 주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막연히
SF라면 어려울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버리는 누구나 쉽게 읽고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 SF 앤솔러지로 추천할만
한듯하다.
1. 당신은 뜨거운 별에 - 장강명
먼미래...음료회사와 자동차 회사의 금전적 지원을 받아 과학자 5명이 금성탐사에 나선다. 우주여행의 지원을
받는대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TV쇼로 방송되는 조건으로 몇년간의 탐사를 이어간다. 로봇공학자인 유진은
딸에게 자신이 만든 로봇의 동영상을 전송하고 딸이 받은 영상엔 의문의 암호가 심어져 있다. 암호를 해독한
무용가 딸은 엄마를 위해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데.....
- 머...지금같이 우주개발에 국가의 투자보다는 테슬라 사장인 '엘론 머스크'처럼 기업의 투자가 더 활발하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니 나중엔 이 작품속 처럼 코카콜라에서 우주 탐사를 기획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다만 몸뚱이 전체를 우주에 보내는것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에 머리만 떼어네 우주로 보내버리는 방법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갸우뚱 해진다..-_-;;; 몸뚱이나 인간의 단백질 덩어리 뇌나 리스크가 있긴 마찬가지 아닌가...굳이
뇌덩이를 금성에 가져다가 기계몸과 연결하느니 아예 '닐 블롬캠프'의 영화 [채피]처럼 기계 인공뇌로 의체화
하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나저나 이름은 많이 들어본 작가인데, SF도 쓴다는건 이번에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2. 외합절 휴가 - 배명훈
화성의 지구측 공무원 은경은 지구-태양-화성이 크로스되어 지구와 화성의 통신이 두절되는 외합절의 긴 연휴
당직을 서게 된다. 지구와의 통신 두절로 인해 당직자 은경은 얼떨결에 지구의 전권을 위임받는 위임장을 갖게
되는데 우연히 당직실에서 밤을 보낸 은경은 뉴스를 통해 화성의 지구 식민지의 의회원들과 화성의 총독이 지구와
통신이 끊긴 새벽을 틈타 독립법안을 날치기로 통과 시켰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문 밖에서는 의회원들이
의회를 해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화성에서 태어났지만 지구측에 소속된 공무원 은경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화성의 법안 결정위임장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고 화성식민지의 독립법안을 중단시키고 의회원들을 피해 지하벙커로
몸을 숨기는데.....
- 지구와 화성간의 불평등 조약과 지구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화성의 움직임...그 사이에 얼결에 끼어
화성 자체의 존립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는 은경의 결정까지 급박하고 긴장되게 전개된다. 지인들과 케잌이나
먹으면서 평화롭게 지내던 은경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사건이 아닐 수 없는데....지구와 화성 사이에서 어느쪽
에 붙어야 하는지 갈팡질팡 하는 그녀의 갈등과 입밖으로 내뱉은 말로 인하여 벌어지게 되는 행성적 위기,...
각 행성의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일개 공무원이 맡게된 행성을 좌우할 결정권이라는 아이러니가 웃프게 다가온다.
항상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하는 작가의 페르소나인 '은경'이 이번작품에서도 '대'활약한다. 화성에서의 정치가
새로우면서도 우주에서도 날치기 법안이 통과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시! 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얼마나 닮았는가 - 김보영
한솥 도시락을 싫고 유로파로 가던 보급 우주선은 타이탄의 구조신호를 듣고 타이탄으로 향한다. 타이탄으로 향하는
우주선에서 바이오 증식으로 키운 인간의 몸으로 이식되어 깨어난 우주선의 전반적인 운행을 담당하던 인공지능 AI는
깨어남과 동시에 자신이 왜 인간의 몸에 전이 요청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망각했다는것을 깨닫는다. 기존의 승무원
들은 AI가 인간의 몸을 빌려 인간 행세를 하는 모습에 대해 거부감과 공포감을 느끼고 이유없는 폭력과 적대감을
갖는다. 인간의 사고로 타이탄에 식량을 보급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고려하지만 쉽지않고 그사이 타이탄에 식량을
지원하는것에 대해 반대하는 항해사와 선장의 갈등은 심화되는데....
- 그동안 인간의 눈에 비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던 반면 그 반대인 AI의 눈에 비친 인간의 비이성적인
모습들을 그리는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졌다. 타이탄의 보급과 인간이 된 AI 그리고 후반에 밝혀지는 커다란 반전까지...여러 SF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타이트한 짜임과 재미를 준다. 반전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모호했던 일들이 반전이 밝지면서 부터 비로소 명확해지고 모호했던 부분들이 떡밥이었다는걸 깨닫게 된다. 인간의 몸을 빌린 AI가 점차 인간과
섞이면서 진짜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4. 두번째 유모 - 듀나
아버지들의 폭정을 피해 트리톤으로 도망온 아이들과 화성에서 온 의문의 두번째 유모 서린.....
- [메리 포핀스]의 SF식 변주라는데....글쎄....'듀나'의 작품은 내 취향과는 잘 안맞는 느낌이다...
팔,구십페이지의 중편 분량의 4가지 이야기들은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분량으로 불필요한 사설 없이 바로
본론으로 직행하고 강렬한 클라이막스를 거쳐 결말로 치달으니 집중해서 읽기에 딱 좋은 분량같다. 4편의 작품중
가장 좋았던건 '김보영'작가의 작품이었고 '배명훈', '장강명', '듀나'순이었다. '김보영' 작가의 인간에 대한 통찰과
시의 적절한 젠더 문제를 이야기에 잘 녹였고 간간이 깃든 유머가 작품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이 작품
에 실린 미래 어딘가의 이야기들이 실제로 실현될 지도 모르고, 지금도 대우주시대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는
이때,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미래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 네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