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나는 서울지앵 - 우리들의 짠한 서울기억법
서울지앵 프로젝트 팀 지음 / 리프레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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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나는서울지앵_우리들의 짠한 서울 기억법 (2018년 초판)
저자 - 서울지앵 프로젝트 팀
출판사 - 리프레시
정가 - 15000원
페이지 - 187p

 

그동안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해갈 곳 서울...


한땐 나도 서울시민이었다. 강동구에서 태어나기도 했고, 강동구에서 얼마간 살았기에 나 역시
서울지앵 바라기라 말할 수도 있을것 같다. 지방에 내려온지 6년되었는데 아직도 서울이 그립게
느껴지는건 왜일까...이 책은 서울의 동네에서 자신의 청춘을 보내며 그들의 기억속의 머무는
서울에 대한 단상을 실은 여섯가지 에세이이다. 이 여섯명의 서울지앵들은 서울에서 태어난 이도,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온 이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온 이등, 저마다 출신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서울에서 살며 몸소 느끼고 체험한 동네의 기억들을 소개해준다. 
 

나는 서울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좁은 땅덩어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하루 부대끼며 바삐
움직이는곳...삭막하고, 정신없고, 바쁠것 같은 서울이지만 어차피 서울도 사람사는곳...무심코
지나치던 상점과 가게들...그리고 무심코 지나쳐 가던 사람들 조차 세월이 흐른뒤엔 추억으로 남는다.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서울이기에 익숙한 곳도 어느새 전혀 새롭게 느껴지는 곳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추억은 더 아련한것 같다. 나 역시 서울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만큼 기억속
서울과 지금의 서울이 다름을 알고 있어 더욱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영아 - 서울 생활 5년차 대구시민입니다
이종현 - 어쩌면 마지막 혜화동 이야기
차오름 - 신림동 고시촌, 청춘애가
안선정 - 도봉구 24년차 주민의 추억여행
엄사사 - 24시 카페에서 유학생의 하루
최하경 - 홍대앞 20년 추억의 공간들


현재 서울을 살아가는 여섯명의 이야기인데 왜 짠내가 나는지는 목차만 봐도 이해가 갈것이다.
직장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하는 5년차 직장 여성의 애환, 연극이 좋아 대학로
에서 청춘을 바치며 연기에 매진하던 연극인, 시험준비를 위해 고시촌에서 죽기살기로 공부던 고시생,
한국이 좋아 중국에서 홀연히 한국으로 유학온 중국인의 고군분투 서울 적응기 등등등...한창시절
청춘을 바쳐 젊음을 활활 불태워가며 그들의 열정과 열의를 바친 그곳...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결과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 붓던 그 시간속에 나와 함께한 그 공간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피터지게 밤을 새워 공부하고 들른 향이 좋은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커피숍...상사에게 깨질데로 깨지고
지칠데로 지쳐 허기진 몸을 이끌고 들어간 삼천 오백원짜리 밥이 무한리필 되는 백반집...독일에서
인정받은 상을 받은 향이 좋고 맛이 기가막힌 빵집 등등등....지치고 힘빠진 날 달래주던 동네 맛집들과
카페들은 시간이 지나도 뇌리속에 잊혀지지 않을 소중한 추억의 장소들인 것이다.


꼭 서울지앵이 아니라 인천지앵이던, 대구지앵이던, 부산지앵이던 상관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그곳이 자취로 남아있을테니 말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여섯명의 소중한 동네
이야기에 공감하며 나는 어느곳의 지앵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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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말
최민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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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말 (2018년 초판)

저자 - 최민호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2000원

페이지 - 323p




새로운 계급사회



황금가지에서 꾸준히 진행하는 ZA(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전에서 당당히 장편으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

출간되었다. 기존의 마냥 물어뜯고 썰어대던 식상한 좀비물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둔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한국형 좀비장르의 새로운 탄생이라 봐도 무방할만한 새로운 시도의 작품이었던것 같다. 대부분의 좀비물이

바이러스의 발생을 시작으로 빠른 시간내에 무차별 확산되어 아비규환 아수라장이 되는 대공황의 상황을 그리는

좀비아포칼립스인 반면 이번 작품은 대공황 이후 생존자들의 생활을 다루는 좀비홀로코스트인 점이 다르다.


좀비 바이러스 보인자 수진은 좀비 억제 신약을 만드는 구인제약의 하청회사에서 좀비 바이러스 경보팔찌를

생산하는 라인에서 근무한다. 보인자이기에 면역자와는 달리 무리한 노동강도와 착취에 가까운 낮은 급여에도

불평 불만 없이 일해야만 한다. 그러던 어느날 청소아줌마의 쉼터 청원서에 사인한 이유로 직장에서 잘려

버린 수진은 당장 어린 딸 미나에게 고가의 좀비 억제약을 먹여야 하지만 가진 돈이 없어 막막해진다.

면역자이자 경보팔찌 회사의 사장 석호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며 도움을 구하지만 보인자를 벌레처럼 바라

보는 석호에게 깔끔히 무시당하고 미나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는데...


구인제약의 연구원인 세영은 기자로 활동하는 동생 미나가 구인제약의 불법행위를 취재하다 시체로 발견된

소식을 듣고 동생의 사망사건에 구인제약이 연관 되었을거라 짐작하고 사설탐정 명철과 함께 사건을 파헤

치는데....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의 한국사회는 새로운 계급사회가 탄생된다. 


면역자(고위층:좀비 걱정 없는 섬에서 생활) > 면역자(일반계층:장벽 위 북쪽에서 생활) > 보인자(장벽 아래

남쪽에서 격리생활) > 좀비(남쪽 아래 장벽에 차단됨)


면역자는 바이러스에 면역되어있기 때문에 좀비에게 물려도 좀비화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억제약을 먹는 보인자

는 좀비에게 물리면 몇시간 내에 좀비로 변해 버린다. 당연하게 면역자와 보인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계층과 

차별이 발생하고 면역자는 보인자를 착취하고 그들이 약을 사기위해 지불하는 돈으로 호위호식한다. 작품이

그리는 디스토피아는 좀비라는 소재만 제외하면 지금의 갑과 을의 지배,피지배 계급사회와 너무도 일치하기에 

공포 소설을 읽는다기 보단 현실 세태를 고발하는 사회고발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사실 작품과 비슷한 소재로 좀비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이 있는데 2013년에 개봉한 좀비 영화 [리턴드]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하루에 한번 백신을 투여해야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보인자들은 백신의 재고가 바닥 났다

는 소식을 듣고 공포와 공황상태에 빠지고 줄어드는 백신을 보며 인간답게 살기 위한 고뇌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영화가 남녀 연인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심경을 그린다면, 이 작품 [창백한 말]은 연인을 수진과 미나라는 모녀관계 

로 치환시켜 슬프고 애절한 신파를 그려낸다. 부조리한 사회와 극단으로 치닫는 불신과 광기 때문에 희생 당하는 

모녀의 이야기는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모녀의 이야기와 더불어 동생의 사망사건을 따라가는 세영의 이야기도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를 선사하니 공포,

추리,SF를 망라하는 경계를 무너뜨리는 장르적 재미를 톡톡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차라리 식욕만 남아있는 좀비가

순수해 보일정도로 극악의 이기심과 욕망의 민낯을 드러내는 지배자들과 그들을 무너뜨리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혁명을 꿈꾸는 레지스탕스들의 대립이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좀비들 보다 더욱 긴장감 있게 펼쳐지는 작품이었다.      

작가가 그려낸 신선하면서도 익숙한 세계에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그려내는 파멸의 지옥도는 현실과

너무나 닮아 있어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덧 - 언젠가 미국에서 실제로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 했다는 카더라를 들은 적이 있는데...이거 제약

     회사에서 맘만 먹으면 언제든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 아닌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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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 :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레오나 2 :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한다 (2018년 초판)

저자 - 제니 롱느뷔

역자 - 박여명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5800원

페이지 - 573p



심장 떨리게 만드는 말초적 누아르



뮤지션, 범죄학자, 수사관... 이토록 다양한 분야의 특이한 이력만큼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의 속편이 

출간되었다. 전편인 [레오나 : 주사위는 던져졌다]에 이은 이번 작품은 전작의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쉽지만 전작은 읽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작품을 읽었는데, 전작을 보지 않았음

에도 이야기의 흐름은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어 좋았다. 여자로서...형사로서...엄마로서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어두운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레오나의 심적 고뇌와 강렬한 하드보일드가 인상적인 누아르 

범죄 스릴러였다. 



중병에 걸린 아들의 치료비를 위해 범법행위를 저지른 레오나는 돈세탁을 위해 어둠의 업자 아르망에게

돈세탁과 함께 세탁 금액의 일부분을 지급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일이 틀어지면서 아르망에게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못하고 이내 아르망은 레오나의 딸 베아트리세를 걸고 협박하여 지급 금액의 분납 납부를

요구한다. 평범한 형사 수입으로는 도저히 1회의 분납금 조차 마련하기 힘들고...레오나는 어쩔 수 없이

아르망의 돈을 갚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한편 스웨덴 국회의사당에 폭탄테러를 벌인 프레드는 두다리가

잘린 중상을 입었지만 목숨을 유지한채 의식을 차린다. 경찰 국장은 레오나에게 테러의 배후와 추가 폭탄

테러의 징후 유무를 위해 프레드의 심문을 지시하는데.....



스토리는 크게 프레드를 심문하며 추가 폭탄테러에 대한 정보를 캐기위해 노력하는 프로페셔널한 형사로

서의 레오나를...다른 한편으론 아르망의 돈을 지불하기 위해 범법자들을 모아 범죄를 작당하는 범죄자로

서의 상반된 레오나를 교차 시키며 전개한다. 당연하게도 테러범과 형사의 고도의 심리전이 난무하는 범죄

수사물과 각각의 특기를 가진 범죄자들이 모여 정밀한 설계를 거쳐 크게 한탕을 벌이는 범죄스릴러. 두가지 

장르의 이야기를 이 작품에서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규모 폭탄 테러과 카체이싱, 작가의

특기인 상세한 범죄심리학까지....이 모든것이 이 한권에 꽉꽉 담겨 있다!!!!    


 

지금까지 불법을 저지르는 부패경찰을 잡아내는 정의로운 히어로는 숱하게 봐왔다. 그런데 이 작품의

히로인처럼 이렇게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는 부패 경찰이 주인공인 스릴러가 지금까지 있었던가?..-_-;;;

미스터리 가방끈이 짧은 나로서는 이런 캐릭터는 난생 처음 보는것 같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손

치더라도 공권력을 이용하여 장물을 빼돌리고 범죄자들을 모아 범죄 스쿨을 개설, 강의하는 현직 경찰의

모습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불법을 저지르는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부패 경찰이지만....정신착란에

가까울 정도로 절박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 야릇하고 기묘한 감정의 변화...그동안 주인공에 

대한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금기를 깨트려 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안티 히로인으로서 터프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한 캐릭터 였다.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어떠한 일이던 저지르고 마는..절대선, 절대악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

이며 다중적인 안티 히로인의 모습에 매료됐다. 그야말로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적법

하던..적법하지 않던 말이다. 하드보일드 액션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정의와 범죄 사이를 오가며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레오나의 섬세하고 절박한 심리는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하드보일드 누아르에 지금

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것 같다. 적지않은 분량임에도 페이지는 날개 돋힌듯 넘어간다.

긴장감 있는 장면 전환과 사건의 연속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복잡하게 꼬여가는 사건

들과 절정을 향해 치달아가는 클라이막스, 묘한 여운을 남기는 레오나의 마지막 모습까지..실로 모든것이 

완벽한 작품이었다. 


다음편이 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팬심으로는 레오나의 자유를 향한 폭주를 좀 더 지켜 보고 싶은 바램

이다. 



덧 - 어쩌다 보니 연이어 북유럽 스릴러를 읽게 되는데...분위기는 정말 판이하다. [라플란드의 밤]의 극지 

     스릴러로 심장이 얼어 붙었다가 하드보일드 누아르 [레오나 2]로 뜨겁게 타오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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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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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라플란드의밤 (2018년 초판)

저자 - 올리비에 트뤽

역자 - 김도연

출판사 - 달콤한책

정가 - 16000원

페이지 - 607p




극지방 소수민족의 억압의 역사



북유럽 극지...살을 에는 추위와 적막하고 고요한 밤이 40일간 지속되는 극야의 저주받은 땅...그러나 그곳에도

사람은 살아가고 저마다 타고난 삶의 방식으로 생을 지속한다. 이 작품은 북극의 극지방 라플란드에서 벌어지는

한건의 살인사건에 대해 파고 들어가는 스릴러인데, 그동안 쉽게 접해보지 못한 극지라는 기괴하고 신비스러운

이국적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더한 서스펜스와 몰입감을 가져온다. 두귀가 잘려버린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사미족 순록치기와 세상에 일흔한개만 남았고 이제 일흔두개가 될지도 모르는 희귀한 사미족의 영적인 북이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마을의 유일한 사미족 원주민인 순록경찰(순록들이 순록치기들 사이의 경계를 넘어 순록 

소유권 분쟁이 발생했을때 이를 해결해 줌) 클라메트와 신참 니나는 이 두사건을 파헤치면서 이차세계대전 직후의

70년이라는 세대를 관통하는 사건 이면의 추악하고 잔혹한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사미족의 북]


이 작품의 중심엔 북극 원주민 사미족이 중심에 서게 된다. 라플란드 대륙에서 대대로 살아오던 사미족은 전통적

으로 순록을 치며 극한의 자연에 맞서 살아가는 원주민이었으나 유럽 열강들의 침략과 이권 다툼으로 인해 강제로

국경이 나뉘고 극심한 인종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명맥을 겨우 이어나가는 소수민족이다. 독특하고 독자적인 생활

양식으로 살아가던 사미족은 주변의 신을 섬기며 주술사가 점을 치고 병을 고치는 샤머니즘을 믿는 부족이었는데,

작품에서 도난 당한 북은 샤먼이 사용하던 북으로 사미족의 영적인 믿음의 토템이고, 따로 문자가 없던 부족은

'요이크'라는 노래를 통해 부족의 이야기를 대대로 전달 한다. 이렇듯 작품 전반에 깔리는 이국적인 소수부족의

모습은 굉장히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고 좀 더 작품에 집중하게 만드는 소재가 되기도 한것 같다. 


아마존의 원주민들, 티벳의 소수민족들처럼 사미족도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대국의 탐욕과 무자비한 폭력

의 피해자로 대를이어 힘겹고 암울한 삶을 살아온다.(종교인도 다를바 없다. 부족의 샤머니즘을 악마라 칭하며 

화형을 시켜버리는 목사의 잔인함은 놀랍기만 하다.) 세대를 거쳐 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권력자들은 라플란드를, 

사미족을 자신들의 이익과 욕망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 하고, 생존하기 조차 바쁜 사미족들은 반항할 여유조차 없다. 

침략 초기부터 라플란드 대륙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위해 무차별로 광산을 개발하여 노동력을 착취하더니 이번엔 

극지의 엘도라도를 찾기위해 70년에 걸친 탐욕의 이빨을 드러내는 위정자와 조상의 땅을 지키려는 사미족과의 대립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70년에 걸친 탐욕과 신성하고 영적인 전설 그리고 저주받은 운명의 굴레가 어지럽게 얽혀 있는 이

작품은 요즘 쏟아져 나오는 빠른 호흡의 스릴러들과는 달리 서서히...나도 모르는사이 천천히 옥죄면서 암흑이 

지속되는 극야의 밤처럼 절망과 비극의 늪으로 침잠시킨다. 




 

[사미족]


현대를 살아가면서도 부족의 전통을 지키려 전통방식의 순록치기를 고수하고 멸시와 억압에 맞서 조상의 땅을 지키

기 위해 목숨바쳐 투쟁하는 순록치기 아슬락의 숭고한 정신에 겸허한 존경심이 생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이하게

되는 불행한 결말은 안타깝게 느껴졌다. 힘이 없으면 언제까지고 당할 수 밖에 없음을 보는듯한...인간의 위선과

폭력성에서 비롯된 악의와 대면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덧1 - 각 장이 끝날때 마다 QR코드를 배치하여 요이크를 직접 들어볼 수 있게 배려한다.

 



덧2 - 직접 들어본 요이크는 상당히 아름답고 신성한 노래로 들렸는데, 이 사미어를 사용한 요이크로 뜻이 전달

      된다고 하니...우리나라의 창/판소리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덧3 - 순록경찰은 순록치기의 분쟁을 해결하지만 경찰로서의 공권력도 행사 가능한것을 보니...교통경찰 정도의 지위

      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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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저택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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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저택 (2018년 초판)

저자 - 레이 브래드버리

역자 - 조호근

출판사 - 폴라북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53p




55년만에 완성된 브래드버리식 몬스터 패밀리




우주의, 환상문학계의 음유시인 '레이 브래드버리'가 55년만에 완성한 어른을 위한 동화가 국내 출간되었다.

1945년 첫 집필에 들어가 무려 2000년에 탈고가 되었으니 이 작품은 작가의 인생프로젝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한데...ㄷㄷㄷ 45년부터 00년까지 개제된 단편들을 개작을 거쳐 단행본으로 만들어 낸 픽스 업 작품인(비슷

한 성향과 유사한 흐름을 공유하는 독립된 단편들을 모아서 소설로 선보이는것, 대표적으로 [화성 연대기]를 

들 수 있다.) [시월의 저택은]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와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수사가 

어우러진 역작이라 할 수 있을것 같다. 참...어떻게 평범한 단어를 조합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내는건지...하여 다른 작품과는 달리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 곱씹고 곱씹어 읽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사실 장르문학을 주류 문학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글인 만큼 번역이 상당히 중요한데, 원어가 

아닌 번역을 통해 읽어야 하는 만큼 번역자에 따라 작품 자체의 인상이 뒤바껴 버리는 작가이기도 하다. 사실 

00년 이전에 출간되었던 작가의 작품중엔 국문임에도 불구하고 해석이 필요할 정도의 질떨어지는 번역으로 출간된 

작품들도 더러 있었는데....이번 작품은 흐름이 끊기는 곳 없이 작가의 감수성을 잘 살려낸 것 같아 좋았다. 



몬스터들이 사는 시월의 저택에 버려진 남자아기...이세계의 존재인 엄마는 아빠의 반대를 물리치고 아기에게

티모시라 이름짓고 10년간 아이를 돌본다. 티모시는 오천년을 살아오며 죽음에 대해 모든것을 깨달은 고조할머니

네프와 다락방에 살며 유체이탈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빙의하는 세시와 다른 여러 가족들과 함께 그들의 생활

방식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낮에는 관속에서 잠을 자고 밤에 활동하는 몬스터들과 함께 하기 위해 밤에는

뜬눈으로 지새우고 낮에는 잠이 오지 않지만 잠을 자려고 노력하는 티모시는 자신도 어서 괴물이 되기를 희망

하는데......



몬스터 가족들 사이에 끼게된 평범한 소년의 이야기는 [아담스 패밀리]나 [몬스터 패밀리]등 영화와 애니메이션

으로 숱하게 만들어진 사골 소재인데, [시월의 저택]이 같은 소재 임에도 차별화 되는 점은 철저한 고독에 대한

사유이다. 앞서 말한 일련의 작품들은 이질적인 공간에 들어가 일어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다름을 인정

하고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경우를 그리는 머..그런 가족 휴머니즘 적인 이야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

인데, 이 작품은 그들과 결코 섞일 수 없음을 깨닫고 고독과 번민 속에서 고뇌하다 속해있던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세계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홀로서기를 하게되는 성장소설이었다. [꼬마 흡혈귀]류의 코믹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물론 헬로윈 이브날 흩어져 있던 몬스터 친척들이 다 함께 모여 왁자지껄 파티를 여는 흥겨운 이야기도

있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지만, 반면 사람들의 공포를 먹고 사는 몬스터들이, 이제는 사람 들에게 

잊혀져 버려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되어버린 현실을 우려하고 대책 회의를 하는 모습을 그리는등 암울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이야기도 더러 실려있다.. 티모시 역시 죽음이 결여된 영겁의 시간을 사는 몬스터들의 고민과 불행한 

모습들을 보면서 홀로서기를 결심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귀엽고 앙증맞은 표지와는 달리 생과 사,

환상과 현실사이라는 약간은 심오한 면이있는 작품이었다는... 



작품속 여러 몬스터, 유령, 괴물들이 만들어 내는 그들의 이야기만 봐도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흔하지

않은 설정들의 몬스터들과 예상치 못한 '브래드버리' 특유의 감수성이 듬뿍 담긴 이야기라는것 만으로도, 55년

이라는 작가의 공을 들인 정성만으로도, 작가의 유년 시절이 담긴 자전적 이야기라는것 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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