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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저택 ㅣ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8년 1월
평점 :
시월의저택 (2018년 초판)
저자 - 레이 브래드버리
역자 - 조호근
출판사 - 폴라북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53p
55년만에 완성된 브래드버리식 몬스터 패밀리
우주의, 환상문학계의 음유시인 '레이 브래드버리'가 55년만에 완성한 어른을 위한 동화가 국내 출간되었다.
1945년 첫 집필에 들어가 무려 2000년에 탈고가 되었으니 이 작품은 작가의 인생프로젝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한데...ㄷㄷㄷ 45년부터 00년까지 개제된 단편들을 개작을 거쳐 단행본으로 만들어 낸 픽스 업 작품인(비슷
한 성향과 유사한 흐름을 공유하는 독립된 단편들을 모아서 소설로 선보이는것, 대표적으로 [화성 연대기]를
들 수 있다.) [시월의 저택은]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와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수사가
어우러진 역작이라 할 수 있을것 같다. 참...어떻게 평범한 단어를 조합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내는건지...하여 다른 작품과는 달리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 곱씹고 곱씹어 읽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사실 장르문학을 주류 문학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글인 만큼 번역이 상당히 중요한데, 원어가
아닌 번역을 통해 읽어야 하는 만큼 번역자에 따라 작품 자체의 인상이 뒤바껴 버리는 작가이기도 하다. 사실
00년 이전에 출간되었던 작가의 작품중엔 국문임에도 불구하고 해석이 필요할 정도의 질떨어지는 번역으로 출간된
작품들도 더러 있었는데....이번 작품은 흐름이 끊기는 곳 없이 작가의 감수성을 잘 살려낸 것 같아 좋았다.
몬스터들이 사는 시월의 저택에 버려진 남자아기...이세계의 존재인 엄마는 아빠의 반대를 물리치고 아기에게
티모시라 이름짓고 10년간 아이를 돌본다. 티모시는 오천년을 살아오며 죽음에 대해 모든것을 깨달은 고조할머니
네프와 다락방에 살며 유체이탈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빙의하는 세시와 다른 여러 가족들과 함께 그들의 생활
방식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낮에는 관속에서 잠을 자고 밤에 활동하는 몬스터들과 함께 하기 위해 밤에는
뜬눈으로 지새우고 낮에는 잠이 오지 않지만 잠을 자려고 노력하는 티모시는 자신도 어서 괴물이 되기를 희망
하는데......
몬스터 가족들 사이에 끼게된 평범한 소년의 이야기는 [아담스 패밀리]나 [몬스터 패밀리]등 영화와 애니메이션
으로 숱하게 만들어진 사골 소재인데, [시월의 저택]이 같은 소재 임에도 차별화 되는 점은 철저한 고독에 대한
사유이다. 앞서 말한 일련의 작품들은 이질적인 공간에 들어가 일어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다름을 인정
하고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경우를 그리는 머..그런 가족 휴머니즘 적인 이야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
인데, 이 작품은 그들과 결코 섞일 수 없음을 깨닫고 고독과 번민 속에서 고뇌하다 속해있던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세계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홀로서기를 하게되는 성장소설이었다. [꼬마 흡혈귀]류의 코믹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물론 헬로윈 이브날 흩어져 있던 몬스터 친척들이 다 함께 모여 왁자지껄 파티를 여는 흥겨운 이야기도
있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지만, 반면 사람들의 공포를 먹고 사는 몬스터들이, 이제는 사람 들에게
잊혀져 버려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되어버린 현실을 우려하고 대책 회의를 하는 모습을 그리는등 암울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이야기도 더러 실려있다.. 티모시 역시 죽음이 결여된 영겁의 시간을 사는 몬스터들의 고민과 불행한
모습들을 보면서 홀로서기를 결심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귀엽고 앙증맞은 표지와는 달리 생과 사,
환상과 현실사이라는 약간은 심오한 면이있는 작품이었다는...
작품속 여러 몬스터, 유령, 괴물들이 만들어 내는 그들의 이야기만 봐도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흔하지
않은 설정들의 몬스터들과 예상치 못한 '브래드버리' 특유의 감수성이 듬뿍 담긴 이야기라는것 만으로도, 55년
이라는 작가의 공을 들인 정성만으로도, 작가의 유년 시절이 담긴 자전적 이야기라는것 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