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혼
미셸 리치먼드 지음, 김예진 옮김 / 시공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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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완벽에가까운결혼 (2018년 초판)

저자 - 미셸 리치먼드

역자 - 김예진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07p



완벽한 결혼을 원하십니까?...



결혼이란 무어냐...이제 10년째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불타는 연애시기가 끝나고 비로소 남남이던 남자와 여자가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거쳐 한 가정으로 합쳐지고 나면....그다음 기다리는건....피터지는 싸움이란걸 직접 경험을 통해 알게되었다. -_- 남들은 모르겠는게 내 경우는 연애기간이 길어서 인지 달달한 신혼 보다는 매일 매일 박터지게 싸우기만 했더랬다...여러 이혼의 위기를 거쳐내며 1년을 버티니 그나마 안정기가 찾아왔는데...건들기만 해도 폭발할 정도로 긴장감이 팽배해 있던 그 시절...누군가 다가와 결혼생활을 안전하게, 완벽에 가깝게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면...계약서에 싸인을 하겠는가?....


여기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결혼유지계약인 '협정'에 다분히 감정적으로 싸인을 했다가 말그대로 뒈질뻔한 신혼부부 앨리스와 제이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뮤지션이었다가 결혼과 함께 안정적 생활을 위해 음악을 포기하고 변호사로 활동중인 매력적이고 정력적인 앨리스와

차분한성격의 심리상담가 제이크는 서로의 사랑의 결실로 결혼식을 올리려한다. 우연히 앨리스 로펌의 고객으로 만났던

유명뮤지션 피니건은 앨리스의 결혼식에 참석할 의사를 전하고 부부는 흔쾌히 승낙한다. 그리고 며칠뒤...피니건으로

부터 결혼선물이 택배로 도착하고...안에는 고급스러운 선물과 함께 의문의 상자가 동봉되있다. 그리고 피니건에게

이메일이 온다.


"당신은 결혼 생활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랍니까?"

"행복할 때나 슬플 때나, 밝을 때나 어두울 때나 항상 변함없이 긴 결혼 생활을 지속시킬 수 있으리라 믿습니까?"

"두 사람은 결혼 생활을 영원히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의향이 있습니까?"

"두 사람은 쉽게 포기하는 성격입니까?"

"두 사람은 새로운 일에 열려있는 성격입니까? 두 사람 모두 당신들의 성공과 행복을 기원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들일 의향이 있습니까?"


모두 "예"라고 대답한 부부에게 며칠뒤 비비언이라는 여성이 찾아와 '협정'계약서를 내민다. 호기심반 장난반의 마음으로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싸인해버린다. 그리고...앨리스와 제이크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협정의 압박은 불쾌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하는데...... 



사랑이 불타오르는 신혼초기(난 아니었지만..) 상대방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저런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것이며 완벽한 결혼을 위해 도와주겠다는 '협정'에 가입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_-;; 하다못해 중요한 계약에도 계약서를 꼼꼼이 읽지 않고 싸인해 버리는데, 이런 장난같은 계약서의 세부사항을 누가 상세히 읽겠는가...그렇게 휘갈긴 이름 때문에 이렇게 감시당하고, 억압받고, 고통받으며, 괴로워하게 될줄은 누가 알았겠가.......

-_-;;;;그저 망할 피니건이 쳐놓은 함정에 빠져버린 재수없는 운명을 탓해야 할뿐....



책한권 뚜께의 '협정'메뉴얼은 한달에 한번 선물하기, 기념일은 별도로 선물하기, 배우자의 전화는 무조건 받기, 한달에 한번은 함께 여행가기 등등 정말로 관계 개선을 위한 간단히 지킬 수 있는 조약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이를 위반할시엔.....벌건 대낮에 총을 휴대한 건장한 남성이 검은 SUV를 타고 집안으로 들어와 발목에 사슬을 채우고 구속복에 고무재갈을 물려 차에 실고, 저 멀리 네바다주 폐쇄된 교도소로 끌고 들어가 전기고문을 가할지도 모른다....

-_-;;;;; 사랑이라는 감정에 따라 결혼을 하고...이후 감정이 식거나 불화가 생기면 이혼을 하는...자연스러운 개개인의 삶의 선택을 타인의 강요로 인해 억지로 지속하게 된다면...그걸 완벽한 결혼생활이라 말할 수 있을까?...초반만 해도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협정의 메뉴얼을 따르던 부부에게 점차 가해지는 강한 압박과 가학적 벌칙들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이를 지켜보는 나까지 강한 심리적 프레셔를 가해온다. 



출간당시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플롯을 봤을때부터 떠올랐던 작품이 있는데, '스티븐 킹'의 걸작 단편인 [금연 주식회사]이다. 금연을 하기위해 자신의 의사로 금연 주식회사에 가입하고 계약을 어겼을때 자신이 아닌 사랑하는 아내에게 가해지는 육체적 제제....-_- 가학적 공포라는 심리적 압박을 통해 인간의 욕구를 차단하는 공포스러운 설정은 목적은 다르지만 이 작품과 상당히 닮아있다...



말도 안되는 메뉴얼, 기상천외한 제재들, 우연히 협정 모임에서 만난 제이크의 과거 대학동창 조앤의 처참한 몰골과 그녀의 믿기지 않는 증언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말살하는 인격말살의 학대들...협정에서 탈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먹혀 들지 않고 공포에 떨어야만 하는 앨리스와 제이크...그리고 서서히 금가는 부부의 관계...읽는 내내 이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에 숨통이 막힌다. ㅠ_ㅠ 억지로 이어가는 결혼생활도 끔찍하지만 타인에 의해 지속되는 완벽한 결혼생활은 더욱 끔찍했다.



가독성도 좋았고, 서서히 옥죄는 심리적 압박에 따른 감정묘사도 좋았는데, 결말부 부부가 선택에 이르게 되는 과정의 설득력이 좀 부족했던것 같다. 제이크에게 제시한 협정 대표자의 제안은 '뜬금없이 왜?' 라는 물음표를 남기게 한다. '기승전'까진 좋았는데 '결'이 아쉬웠다는...어쨌던...하찮은 건이라도 내 이름을 남기는 계약을 할때는 꼭 세부사항을 꼼꼼이 정독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는 작품이었다.....는 뻥이고...결혼과 이혼, 부부간 사랑과 믿음, 불신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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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방문객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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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방문객 (2018년 초판)

저자 - 마에카와 유타카

역자 - 이선희

출판사 - 창해

정가 - 13500원

페이지 - 367p



함부로 문을 열어주지 말라!



이십대때... 군제대 후 대학 복학전까지 몇달간의 백수 시절이있었다. 제대도 했겠다. 부모님이 눈치주는것도 없고하여

온몸의 귀차니즘을 마음껏 느끼며 두문불출, 방콕생활을 마음껏 즐겼었는데 방판이던 포교던 어떤 목적이든 대낮에

내가 사는 아파트 초인종을 누르는 방문자들이 그렇게 많았는지는 그때서야 처음 알았다. 그중 여러 방문자들 중에서도 포교 목적으로 방문하는 분들은 일단 문안으로 들어오면 아무리 불쾌한 내색을 비춰도 좀처럼 나가질 않아 굉장히 당황하게 만들었는데...모두들 밖으로 나가고 집안에는 연로한 노인, 혹은 가정주부가 홀로 집을 지키는 한낮...불손한 의도로 초인종을 누른 방문객에게 속아 현관문을 열어준다면...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시겠어요? 아니면 살해당하시겠어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문밖에 서있는 사슴눈을 한 낯선 방문객의 모습이 어우러져 불쾌한 공포를 자아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한낮 선한 얼굴로 방문판매를 가장하여 집안으로 들어온 후 악마로 돌변해 잔인하게 현금을 갈취하고 노약자를 해치는 악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중년의 대학 시간강사이자 인문학 잡지에 기사를 쓰고 생활하는 프리랜서 작가인 다지마는 미타카 시에서 발생한 모녀

아사사건을 접하고 가난 때문에 사회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고 고독사한 모녀에 대해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마침

인문학 잡지 '시야'에서는 다지마의 기사 의도를 수긍하고 정식 원고를 요청한다. 다지마는 모녀가 죽기전 수도세 체납

에 따라 수도를 끊은 수도국의 냉정함과 모녀의 아사를 연관지어 사회비판의 목소리를 실어 기사를 쓰고 잡지에서는

다지마의 원고를 개제한다. 


한편, 옆집에 사는 뮤지션 자매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에 모녀의 집을 찾아가니 집안에는 잘생긴 청년과 운동 꽤나 했을 법한 청년이 앉아 있다. 정수기를 방문판매한다는 꽃미남 다쿠마는 공짜로 수질검사를 해준다며 집안에 들어와 불과

몇천엔짜리 정수기를 삼십만엔에 구매하라며 덩치좋은 아사노와 함께 자매를 협박하는 중이었던것. 다지마가 논리적으로 대처하지만 다쿠마 역시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고 협박의 수위는 점차 강해진다. 결국 자매는 알고 지내던 경시청 수사과 형사에게 SOS를 치고...형사의 등장으로 상황은 일단락 되는가 싶었는데....형사는 다지마에게 생각지 못한 제안을 하는데...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이 생각나게 하는 미타카 시 모녀 아사사건과 6인조 방문판매단의 연쇄살인사건. 이 두사건에 휘말려 자신을 포함해 가족까지 위험에 빠지게 되는 쉰 여섯의 중년남 다지마의 고군분투기?...일단 주인공이 프리랜서 기고가 답게 사건을 접근하고 조사하는 방식은 논픽션 르포 뺨치게 생생하게 그려내는것 같아 몰입감을 높여 주고 아무런 관계가 없을것 같았던 두 사건에서 우연히 접점을 발견하면서 사건 전환의 급물살을 타게 되는것 또한 흥미로웠다. 뭣보다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사건이 모티브라는 점에서 공포의 공감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준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을 걸러주는 정수기라며 노약자들을 타깃으로 삼는 사기성 방문판매가 급증하는듯 한데...무료 수질검사랍 시고 부엌물을 받아 시약을 타면 얼마뒤 수돗물이 시꺼멓게 변하는 검사는 이십년도 더 전에 우리집에 찾아왔던 정수기 판매업자가 했던 일인데....그걸 아직도 한단 말인가?...-_-; 게다가 방사능을 걸러준다고?!! 



일단...작품에서는 정수기는 집안에 들어갈 구실일뿐...6명의 사내들에 둘러싸여 으르렁대며 협박하면 정신을 부여잡을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그나마도 협박에 안넘어 가면 남은건 난도질뿐...ㄷㄷㄷ 실로 악랄하고 악질적인 범죄행위인데 이 악랄한 범죄 한가운데 서있는 남자....바로 리더 아사노의 매력이 (이런말 하긴 뭣하지만...) 작품의 빛을 발하게 한다. '혼다 테쓰야'의 [짐승의 성]에 있던 짐승을 떠올리게 하는 해맑고 순수한 악의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아사노의 만행은 새로운 짐승의 계보를 잇는듯 하다. 교묘한 언변으로 자신의 손은 더럽히지 않고 철저히 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비열함, 교묘하고 대담한 범죄행위들...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벌이는 아사노의 만행들은 읽는 이를 치떨리게 만든다. 



타인의 방문을 경계하게 만드는...한없이 불신주의로 만드는 문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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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갱
반시연 지음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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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저갱 (2108년 초판)

저자 - 반시연

출판사 - 인디페이퍼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07p



악마 VS 악마 = 생지옥



강렬하다!!! 국내 스릴러 작품중에 이렇게 자극적이고 송곳으로 폐부를 후벼파는듯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 일찍이 있었던가?...인간 내면의 저 깊숙한 곳 잠재된 폭력의 본능을 대놓고 자극하는 작품이자 폭주기관차 처럼 쉴틈없이 극단으로 치달아 가는 액션의 서사...웬만한 멘탈은 붕괴시켜버릴 정도로 그로테스크하고 잔혹한 수위의 묘사들..그래 더이상 일본의 엽기적 잔혹 스릴러를 보면서 국내 엽기 잔혹 스릴러의 부재를 개탄할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에겐 [무저갱]이 있으니까...-_- 라고 생각할 정도로 개취로는 최적의 작품이었다. 눈살이 찌푸려질정도로 잔학적 수위는 수위!, 복잡하게 꼬아놓은 복선은 복선!, 후두부를 후려갈기는 서술트릭의 반전의 묘미!! 와...어디있다 이제서야 나타난거냐...



[사냥꾼]

하얀 가면을 쓰고 오늘도 지하실을 찾는다. 빛 한점 없는 어두컴컴한곳 의자에 묶여 힘겹게 숨을 헐떡이는 저 남자는 연쇄강간범. 여러 여성의 인생을 파괴시켜버린 인간 쓰레기...가면속 숨겨진 얼굴에 혐오감이 드러난다. 하지만 프로는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법...쓰레기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조용히 속삭인다.


"네 죄를 말해."


그리고 죽지 않을 정도의 세기로 최대한의 고통을 효율적으로 안기는 예술적 구타와 함께 면도칼을 꺼내 팔뚝살을 서서히 저민다. 쓰레기에게 최고의 공포감을 선사하면서 의뢰인의 의뢰를 충실히 이행하는것...보호대행 주식회사의 성공한 차장으로서 의뢰인의 보호를 위해 위험인자를 처단하는 청소작업에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싸움꾼]

"룰을 세웠지. 첫째, 상대에게 폭력을 당할 이유가 있을 것. 

둘째, 내가 상대에게 폭력을 쓰고 싶을 것.

셋째, 폭력을 쓸 수 있는 상황이 갖추어질것.

넷째, 앞선 세 개의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만 움직일 것. 이렇게."


"아마도 내 살은 폭력, 뼈는 정의, 피는 광기로 되어있을 거라고, 또한 나 같은 놈이 나타나게 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나는 그게 균현을 위해서라고 생각해. 너희 같은 버러지들의 맞은편에 서서,

기울어져 바닥을 긁고 있는 저울을 올리기 위함이라고 말이야. 일종의 좆같은 추 같은 거지."


찌질한 사회 실패자로 버러지처럼 공기만 삼키던 병신이 우연히 경험한 폭력의 쾌감에 젖어들어 마치 자신이 정의의 심판자인양 사회의 쓰레기들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한다. 인생은 실패했지만 악인을 구타하고 죽여버리는데에는 천부적인 소질을 발휘하는 사내...사회의 쓰레기 들은 내손으로 처리한다.




그리고 희대의 변태 강간범이자 쾌락살인마 노남용의 출소까지 앞으로 21일....



솔직히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더 걱정해주는 이상한 나라이자 법 앞의 평등을 비웃는듯 가진자의 비위를 맞춰주는 부패한 사법현실...아직까지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 나라...가끔씩 TV를 보다보면 가슴속에서 불구덩이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올때가 많을 정도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않는 사건들을 목격하게된다. 희생자 본인이나 가족은 평생을 두려움에 떨고 사회의 눈을 피해 도망자로 살아가지만 가해자는 얼마간의 콩밥을 먹고 나면 죗값을 치럿다며 떳떳이 발뻗고 자는 세상. 그러다보니 이런 작품들이 나오는거 아닌가 싶다...사법제도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해 미꾸라지 처럼 빠져나간 인간 쓰레기들을 불법적으로라도 좋으니 그저 시원하게 뒤질때까지 패죽여 버리는 장면을 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회원으로서의 바램을 충족시켜주는 작품 말이다.



그래...이 작품은 정말 사회의 암덩어리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피눈물을 흘릴때까지 구타하여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숨이 끊어질때까지 질기도록 오래오래 안겨주며 처단하는 단죄의 대리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너무나 지독한 폭력의 수위는 머리속 사고스위치를 OFF시켜버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한다는 거부감이나 악인일 지라도 비인간적 폭력 행위에 대한 거부감마저 마비 시켜버린다. 그저 때려죽일놈을 때려죽인다는 불쾌하면서도 미묘한 쾌감만 남길뿐...



작품을 보면 아무래도 여러 영화가 떠오르는데, 바로 [올드보이]와 [호스텔]이다. '최민식'이 감금되어 몇십년간 갇혀 있던 감금소와 감금되어 지독한 고문을 당하던 호스텔을 믹스하면 작품속 하얀 가면을 쓴 보호 대행 주식회사의 지하 감옥이 되지 않을까....또한 사법기관에 불만을 갖고 직접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설정은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모범시민]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러 영화들에서 봐왔던 설정이기에 작품이 익숙함으로 다가오기도 하는것 같다. 



후반부 서술트릭이 있다보니 자세한 스토리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작품은 희대의 변태 강간범 노남용의 출소를 두고 쓰레기 처단자와 노남용 사이의 피튀기는 대결을 그린다. 지킬것이 있는 자와 지킬것이 없는 자의 모든것을 건 대결...무려 십년간 이어지는 두 미치 광이의 싸움은 보는이를 질려버리게 만든다. 이건 뭐...둘 다 미친놈이니 누굴 응원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다는....악마와 악마가 만나니 아비규환 지옥도가 펼쳐지는 것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현실에서 범죄섹션을 관심있게 본 사람이라면 쉽게 떠오를만한 현실 사건들을 모티브로 삼았다는걸 알 수 있다. 노남용만 보더라도 여아를 강간하여 감옥에 들어가고 음주상태의 심신미약으로 낮은 형량을 받고 출소가 다가오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장면은 같은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가 이제 출소가 얼마 안남은 현실의 또라이 변태새끼를 떠오르게 만들어 작품속 그의 비극적 최후에 좀 더 감정이입 하게 만든다. 머...노남용 말고도 여러 쓰레기 사례들이 나오니 공분과 처단의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주는 복잡한 작품이랄까...ㅠ_ㅠ



어쨌던...일단 펴들면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시종일관 계속되는 극한의 상황은 읽는 이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게 하지만 마약처럼 폭력에 중독되어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만들기도 하는 위험한 작품이다. 무더운 여름 썩어버려 악취를 풍기는 이 사회에 시원하게 돌직구를 날리는, 무저갱 처럼 바닥 없이 깊은 구덩이속 인간의 심연을 드러내는 문제적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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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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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북이는언제나거기에있어 (2108년 초판)

저자 - 존 그린

역자 - 노진선

출판사 - 북폴리오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15p



불완전한 자아, 서투른 사랑, 그리고 성장



우리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TV던, 소설이던, 영화던 여러 종류의 매체로 접하게된다. 다양한 인간의 수 많큼 다양하고 놀라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를 접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도 해보고 때로는 대리만족도 느끼면서 사랑에 대한 여러 감정을 경험하곤한다. 무수히 많은 러브스토리중 돌연변이 처럼 평범을 거부하는 사랑이야기들은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하곤 하는데, 그런의미에서 이 작품은 굉장히 독특한 러브스토리이기에 좀 더 오래도록 기억될것 같다. 이 작품은 정신과치료를 요할 정도로 심각한 강박적 결벽증에 시달리며 괴로워 하는 고등학생 소녀 에이자의 첫사랑에 대한 회고이자 모든것이 불완전한 소녀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며 첫사랑 남친의 실종된 억만장자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한데 뒤섞여 있긴 하지만 어쨌든 요는 첫사랑을 통해 한단계 성장하는 성장형 러브스토리란 거다....



어릴적 아버지를 잃고 같은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하는 엄마와 함께 재학중인 소녀 에이자는 강박적 결벽증에 걸린 정신질환자이다. 언제나 자신의 손가락으로 병균이 침투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강박증세에 시달린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절친이라 부를 수 있는 데이지가 한가지 제안을 하는데, 각종 사기와 횡령으로 도주중인 억만장자 피킷의 집이 공교롭게 에이자의 옆집이었고, 게다가 도망간 피킷의 아들은 에이자와 어릴적 친구였던 것. 그런 에이자와 데이비드의 친분을 이용하여 도주중인 피킷을 잡는데 공헌을 하고 십만달러의 포상금을 나누자는 제안이었다. 데이지의 성화에 못이겨 에이자는 데이지와 함께 어릴적 대저택에 놀러갔던 기억을 되살려 피킷의 대저택에 잠입? 하는데....



아버지가 억만장자지만 어쨌던 억만장자의 핸섬하고 여리여리한 감성의 아들과의 연애는 얼핏 신데렐라 스토리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못해 참담하다...표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작품에서 회오리 치는 나선은 에이자의 강박의 상징이다. 그녀의 강박증세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부터인지 아니면 날때부터 인지, 정확한 시기는 언급되지 않지만 키스 만으로도 남친 입속 팔천만 마리의 세균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와 똬리를 튼다는 생각 때문에 화장실로 달려가 구역질을 하고 소독제를 들이키며 결국 남친과 거리를 두게되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그들의 험난하고 힘겨운 사랑의 결말을 보여주는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진다. 



남친 데이비드는 어떤가...부유하지만 어려서 엄마를 잃고 하나뿐인 아빠는 법을 어기고 공개수배되자 두 아들을 버리고 잠적해버리고, 자신의 유산은 모두 멸종위기의 도마뱀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장을 남긴다. 주변인들이 모두 현상금을 보고 자신을 향해 달겨드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에이자에게 끌리는건 어찌보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예쁘기도 하겠지만...) 서로 부모님중 한분을 잃은(에이자는 아빠를, 데이비드는 엄마를) 상실감에 현실에 처한 상황마저 암울함의 (에이자는 정신질환을, 데이비드는 도주중인 아빠 문제로) 극치이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듯이 상처받고 어딘가 결여된 사람들끼리 서로의 빈곳을 채워주며 사랑하게 되는 그런 사랑이야기라고 봐도 될까?...하지만 결코 순탄치만은 않게 흘러간다....



괴짜들의 사랑이야기는 접어두고, 큰 비중은 아니지만 에이자와 데이비드가 만나게 되는 계기인 피킷회장의 실종미스터리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재미의 한부분을 차지하니...피킷이 실종되기 직전 남겼던 메모가 사건의 해결의 열쇠로 작용하는데,


몰비드 코소보 캄보디아

우리 일을 절대 이방인에게 말하지 마라

다리 한쪽이라도 남기지 않는 한

조깅하는 사람의 입


과연..이 메모로 유츄하여 피킷은 어디에 있을까?....추리적으로 거창한 트릭은 아니지만 어쨌던 이색적인 러브스토리에 양념으로서는 충분히 제 한몫을 한듯하다.



강박적 정신질환에 개인주의 적이며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우리의 괴짜소녀 에이자가 비극적 첫사랑을 통해 세상을 향해 한발자국 내딛게 되는 이야기...지극히 현실적이며 뼈때리는 직설적 화법들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특이한 러브스토리였다. 



그나저나...작품에서 못해도 백번은 언급되는 에이자가 가장 우려하는 병 '클로스트리움 디피실레'를 찾아보니 국내서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로 불리는 질병으로 항생제 복용 후 장내에서 균이 증가해 독소를 생산하며 설사등을 유발하는 질병이라고 한다. 이 작품을 읽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한번은 검색해 보게 될거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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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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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소설가 (2018년 초판)
저자 - 최민석
출판사 - 비채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66p



무슨 고민이던 내게 말해봐!



세상에 고민 하나 없이 사는 사람 어디있겠는가...무수한 고민을 쌓아놓고 하나씩 처리하려 하지만 해결보다는 쌓여가는 고민이 넘쳐나니 문제겠지...ㅠ_ㅠ 이 작품은 획일화된 고딩에서 갓 사회로 풀려나온 젊은이...대학생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소설가 최민석 작가에게 던지면 작가가 정성껏 고민에 대한 상담을 해주는...뭔가 독특한 형식의 Q & A 에세이이다. 공포영화 [검은 사제들]을 보고 무서움을 잊을 수 있게 해달라는 새털처럼 가벼운 고민부터 취업한 친구에게 축하를 하지 못하겠다는 약간 못된 심뽀의 고민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고민을 총망라하고 그에 대한 재치 넘치는 답변이 열거되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세상 살면서 고민 하나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초부호 조차도 고민은 있을거다...물론 평민들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이게지만...어쨌던.. 때로는 답없는 고민을 꽁꽁 끌어안고 골머리를 싸메느니 정말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라도 "이럴땐 어떻해야 합니까?!!!"라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순간이 문득 문득드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문득 떠오르는 순간에 정말로 작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작가가 그래도 내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공해주기 위해 (질문은 떨렁 3줄인데 답변은 무려 3페이 내외의 분량으로) 함께 고민했다는 위안을 얻게 해주는것 같다. 머...그 대답이 만족스럽던 혹은 만족스럽지 않던 어쨌던 나의 (가볍던, 심각하던) 고민을 누군가가 함께 고심해 준다는것...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지 않을까?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비싼돈 주고 사이비 점집에서 고민틀 털어놓고 부적을 받던가, 비싼 돈주고 정신과 상담의를 찾아가 안락의자에 누워서 고민을 쏟아내고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나오겠지...-_- 그런의미에서 여기 지면을 탄 대학생들은 계탄거 일지도 모르겠다. 아이 둘 아빠인 나도 산더미 같은 고민에 허우적 대며 누군가에게 하소연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고민과 소설가] 2부격으로 중년 고민 상담은 계획이 없는지 궁금하다...ㅠ_ㅠ



머...몇가지 Q & A를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Q : 무서움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검은사제들을 보고 나서)
A : 세상엔 영화보다 무서운게 많습니다. 하지만 그 현실에 굴복하지 말고 하고픈 대로 꿋꿋이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잠이 안 올 때는 제 소설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제 소설은 상당히 지루해서 불면증 치료에도 도움이 됩니다.
평: 기승전책[불면증]영업
 


Q : 쓸데없이 진지한게 고민입니다.
A : 진지한 모습에 비관하지 말고 더욱 계발하세요. 깊어보이는것 이상으로 깊어지려면 다양한 사고를 해야 합니다. 다양한 사고를 위해선 독서가 제일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당길때는 소설 [능력자]를 추천합니다. (물론 제 책입니다.)
평 : 기승전책[능력자]영업


Q : 만난지 4개월된 남자친구 SNS에 제 사진이 없어요
A : 남자친구 SNS세계를 존중해 주세요. 이성친구의 페이스북이 내 소유가 될 순 없습니다. 이걸 인정하면 편해집니다.
평 : 여성도 똑같이 안올리면 되지 않는가...


Q : 여자친구가 박나래와 안영미 흉내를 내는데 솔직히 눈살이 찌푸려 집니다.
A : 자신의 취향에 어긋나는 행동에 눈살이 찌푸려진 것이겠지요. 그런데 만약 질문자 님이 술자리에서 섹스에 관한 농담을 한다면 여자친구라고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섹스에 관한 농담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니까요. 이참에 섹스에 관한 고전인 [북회귀선], [롤리타]를 읽어보고 여자친구가 기겁할 만큼 해박한 성 지식과 표현으로 더욱 사랑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 제 소설 [쿨한여자]도 조금 야하긴 합니다.
평 : 기승전야한책[쿨한여자]영업



머...4~5페이지의 답변을 축약했으니 오해없길 바라면서....자아, 사랑, 관계, 미래 라는 네가지 테마에, 젊디 젊은 대학생들의 기발하고 때로는 심각한 현실 고민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들이 소개되 있어 부담없이 함께 그네들의 생각을 엿보고 비교도 해보며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다.즘 대학생들의 생각을 약간이나마 읽을 수 있었달까...자칫 정신과 상담의 같은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갈 수도 있었지만 작가의 재치와 위트있는 말쏨씨?...글솜씨에 시종 유쾌하게 읽을 수 있던것 같다. 세상의 모든 프로 고민러 = 호모 고미니우스들에게 전하는 최민석 소설가만의 색다르고 유쾌한 인생 해법이었다. (다소 본인 책영업이 많았던것 같기도 하지만서도...ㅋㅋ)


* 2015년 11월 ~ 2017년 2월까지 [대학내일]에 기고했던 칼럼을 엮어 낸 것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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